2022/06 25

배롱나무 / 이면우

배롱나무 이면우 배롱나무 붉은꽃 피었다 옛날 배롱나무 아래 볼 발갛게 앉았던 여자가 생각났다. 시골 여관 뒷마당이었을 게다 나는 눈 속에 들어앉은 여자와 평생 솥단지 걸어놓 고 뜨건 밥 함께 먹으며 살고 싶었다 배롱나무 아래 여자는 간밤의 정염을 양 볼에 되살려내는 중이던가 배롱나무 꽃주 머니 지칠줄 모르고 매달 듯 그토록 간절한 십년 십년 또 오년이 하룻밤처럼 후딱 지 나갔다 꽃 피기 전 배롱나무 거기 선 줄 모르는 청년에게 말한다 열정의 밤 보낸 뒤 배롱나 무 아래 함께 있어봐라 그게 정오 무렵이면 더 좋다 여자 두 뺨이 배롱나무 꽃불 켜고 쳐다보는 이 눈 속으로 그 꽃불 넌지시 건너온다면 빨리 솥단지 앉히고 함께 뜨건 점심 해 자시게!

시 - 필사 2022.06.27

습독신어론 / 채선후

습독신어론(習讀新語論) - 수필, 이어 온 것이 없다 채선후 오랜만에 같이 등단했던 문우와 연락이 닿았다. 등단 이후 작품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던 터라 목소리를 들으니 반가웠다. 한때 열의를 가지고 글을 쓰던 모습이 참 예뻤던 문우였다. 어찌 된 일인지 등단 후 작품 발표가 없어 소식이 궁금했었다. 그녀 말은 합평을 받을수록 회의가 들고, 쓸수록 겁이 나서 펜을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현재 수필 문단은 수필을 모른 채 흘러가고 있다. 수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조차도 잘 모른다. 서양문학 어느 장르 언저리쯤 되는 이론으로 겉치장만 하고 있을 뿐이다. 모두 수필을 붓 가는 대로만 쓰면 되는 줄 안다. 어찌 되었든 수필 작품에는 작가 목소리가 진솔하게 담겨 가장 자기다운 글인 것은 확실하다..

산문 - 필사 + 2022.06.26

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새벽에 홀로 깨어'를 한 밤중에 홀로 읽었다. 단촐한 시문선집이다. 최치원은 신라 시대 사람으로 12살에 당나라로 유학가서 6년만에 반공과(그곳의 과거 혹은 고시) 에 합격하고, 일찌기 문명을 떨쳤다. 신라로 돌아와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좌절하고 은거, 사망 년도를 모른다. 어느 시대나 개혁파는 외롭다. 그러나 그들의 피땀으로 사회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유 불 선을 통달한 올곧은 지성인은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 받아주질 않는다. 그 벽은 어느 시대나 높다. 어린 유학생 시간의 심경이 오롯이 담겨 있는 시문이 처연하다. 문집은 '신라의 위대한 고승'들을 소개와 '참 이상한 이야기'는 설화같다. 명문장가로 알려지게 한 '토황소격문' 은 고변의 종사관로서 지은 글이다. 공문서에 가까운 글을 4년 동안 만 ..

놀자, 책이랑 2022.06.26

나 홀로 간다 / 정승윤

왠지 푸른 배경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단단한 표지는 오래 소장하라는 권고인가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여린 속살을 보호하기 위한 투구같다. 저 홀로 서 있는 나무들, 숲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저 홀로 쓸쓸하다. 표지가 전하는 깊은 가을 숲의 스산함에 빠져 단숨에 읽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만난 정승윤 선생님은 단아했다. 언듯 비치는 유머에 멋쩍은 웃음을 짓던 시간을 소환한다. 작가의 쓸쓸함과 슬픔이 달큰하게 읽히는 것 뭔가. 이미 세속 잣대를 벗은 관조와 내공의 결과인듯, 반갑다. 작가의 말 ... 나의 슬픔의 글들은 단지 자기 연민이라든가 자기 위로의 글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당신도 역시 실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슬픔은 당신의 슬픔을 반영한다. 나는 결국 공감을 ..

놀자, 책이랑 2022.06.25

시인회의 - 축하모임

우리집에 오랜 시우 10인이 모였다. 애영씨도 불렀다. 둔내서 혜민씨는 직접 가꾼 상추며, 버섯, 앵두~~ 잔뜩 들고 일찍 와서 상차림을 도왔다. 모두 합평 작품을 안 내놓으니 오선생님 새 시집 온전히 축하 자리가 되었다. 심 샘이 만든 특별한 꽃, 두 자리로 나눠서 식사, 소장팀은 아래서 상추 한 송이가 꽃다발이다. 많이 웃었다. 꽃 선생 심 샘의 선물, 저 잘 익은 산딸기 장마 시작이다. 올 때는 비가 안 왔는데 갈때는 비가 억수로 내린다. 해갈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몸을 부린 뿌듯한 시간이었다.

붉은산 검은피 / 오봉옥

33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시집은 오봉옥 시인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 시집으로 인해 여러 명이 감옥에 가고, 시인도 수감생활을 했다. 판매 금지된 시집을 새로 출간했으니, 시인도 독자도 감격이다. 이데올로기로 내몰았지만 우리말이 살아 꿈틀댄다. 피로 물든 역사의 뒤안길을 아득한 마음으로 따라 간다. 들어보소, 녹두벌 새 울음 좀 들어보소 1 어버지여 아버지여 당신께서 맨지게에 나무 석 짐 휘엉청 지고 지게 목발 끌며 소를 몰고 끈덕끈덕 돌아오실 때에 머얼리선 바알간 석양이 당신의 이랴이랴 소리에 궁둥이를 슬쩍슬쩍 틀었지요 그때면 싸립에 섰던 아이가 아버지 하며 쪼르르 달려와선 소고삐를 얼른 잡았고요 음매! 음메에! (하략) (12쪽) 사평아재, 싸게 와서 이야그 한 자락 펼쳐보소 1 석이는 사평아제..

놀자, 책이랑 2022.06.21

번개 - 김포

일욜, 페북에서 당산님을 보고 블친 단톡에 번개를 쳤다. 데이지님만 시간이 되어 12시에 김포 쭈꾸미 집에서 셋이 만났다. 점심을 먹고 당산님 댁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짓고, 3년쯤 되었나? 모던하고 근사하다. 한강신도시 전원주택단지다... 규제가 많단다. 천창과 옆집을 배려한 낮은 창, 2층 꽃밭과 옥상 텃밭. 구석구석 알뜰살뜰 꽃 사랑, 세심한 감각에 감탄했다. 수많은 작은 화분에 애정이 뚝뚝, 아니 철철 흐른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품었기에 소중한거다. 강아지 미순이도 어찌나 반기는지 저절로 쓰다듬게 된다. 담이 없다. 벽돌색으로 옆집 구분 요소요소 이쁜꽃과 화분들 ~~ 이 즐거운 노역, 난 바라보는 걸로 족하다. 차로 동네 집구경을 했다. 멋진 집이 많다. 꽃과 나무로 장식하는 건 무조건 이쁘다. ..

언니의 밥상 , 화원

16일, 목욜 언니가 점심 먹으러 오라고 부른다. 음식을 많이 해서 잔뜩 싸줬다. 며칠 먹겠다. 나도 80세에 저렇게 상을 차릴 수 있을까. 무지 면 앞치마를 사서 그림을 그렸단다. 언니는... 참 놀랍다. 다음씨가 이런 화분을 안고 왔었다. 너무 신기했다. 무럭무럭 자라서 ~~ 자임이 준 루꼴라가 전멸해서 그 화분에 대충 나눠서 보냈다. 그러고 또 왕왕 세력이 번창하다. 저녁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 ... 화원에 가서 둘로 나눴다. 전문가의 손을 탔으니... 비실비실해서 맡긴 동백이 튼실해져서 데려왔다. 친구 화원이 병원이다. 꽉찬 두 탕을 뛰었다.

집으로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무사 귀환하는 거다. 잘 놀고 오니 일거리가 잔뜩이다. 읽고 답해줘야 할 책도 쌓였고.... 김농부가 매실과 야채를 갖다놨다. 매실이 물러져서 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 ㅠㅠ 내 시 선생님의 신간이 와 있다. 이영섭 교수님은 신앙시집이다. 이사야서를 바탕으로 한 교수님 어서 건강 회복하셔서 즐겁게 뵈올 수 있기를 빈다. 오봉옥 교수님은 1989년 서사시 를 출간하고 감옥을 다녀왔다. 1946년 화순탄광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인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니... 우리는 그런 시대을 건너왔다. 33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귀한 시집이다. 축하드리며 널리 읽혀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