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48

그림자가 사는 곳 / 김창식

행사때 얼굴을 보는 김창식 선생님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 .... 한 편 한 편에 혼을 담은 치열한 글을 써서 수필 문학이 다른 산문 형식에 못지않은 매혹적인 장르임을 실증하고 싶군요. 삶의 진정성을 토대로 지성(철학성)과 감성 (문학성)이 조화를 이룬 글을 써서 같은 길을 걷는 문우는 물론 일반 독자와도 소통하고 싶습니다. - 책을 펴내며 ​ 작가의 결심처럼 소소한 일상을 토대로 솔직하고 정감있는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수필에 도전했다. 열과 성을 다한 작가의 시간에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 * 그림자는 혼자 산다. 어디에? 그림자를 내쫓은 빛과 어둠의 경계면에, 아니면 볕도 들지 않는 어둠의 저편 더 짙은 어둠 속에, 시간과 공간이 엇갈리는 협곡의 틈새에. 아니 겉보기에만 그럴 뿐. 그..

놀자, 책이랑 2025.04.06

유럽에 서 봄- 남프랑스 / 수정

세 번째 책이다. 2019년에 나온 첫 책의 2쇄를 시작으로 수정 작가의 새로운 매력에 빠졌다. 똑부러지는 이성 안에 한없이 말랑한 감성을 읽을 수 있다. 맹렬히 살아 낸 사람에게 포상이 필요하다. 낯선 나라, 새로운 거리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재충전 하는 건 지혜로운 일이다. 그의 행보에 박수 먼저 보낸다. '남프랑스에서 한 달살기' 부제가 붙었지만, 내 느낌으로는 더 오랜 시간 머문 기록이다. ​ ​심플한 작가 소개​​ * 열정에 불이 붙는다. 이런 시간이 왔다는 것은 축복이다. 움직이고 싶은 방향이 있고 동기가 있고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번 책에..

놀자, 책이랑 2025.04.01

해류 속의 섬들 / 어네스트 헤밍웨이

봄호에 김경주 시인의 연재글을 읽고 바로 주문했다. ​500쪽 묵직한 책을 어제 그제 다 읽었다. 일주일 동안 인사동을 다니느라 책이 고프기도 했다. 벽돌책의 특징이 있다.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은 도입부다. 그러나 이 책은 아들 셋이 등장하면서 가속이 붙는다. 화가인 주인공 토마스 허드슨은 비미니 섬에 산다. 아쉬운 것 없는 풍요로운 삶이다. 작가 친구가 가까이 살고, 하인이 줄을 서 있다. 정기선으로 온갖 필요한 것을 공급받으며 황제(?) 같은 생활을 한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리고, 그림을 그려놓으면 파리의 화상이 와서 가져간다. 아이와 어른, 아빠의 친구 (작가 로저)와 친구 아들이 친구가 되어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니, 부럽다. 두 번 이혼을 하고 세 아들이 있다. ..

놀자, 책이랑 2025.03.29

어느 날, 그리고 문득 / 이혜연

8년 전, 을 시작하면서 분기별로 만나게 된 이혜연 선생은 늘 건강이 염려스러웠다. 어제 받은 책을 다 읽고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몸이 우위에 있다지만, 내가 염려하던 것보다 강건한 정신에 안도했다. 간간이 보이는 자조에서도 자존이 느껴져 다행이다. 남은 날을 준비하는 마음에 연신 끄덕였다. 내가 아는 작가들과 책이 많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밑줄 대신 붙이는 포스트잇이 많이 붙었다. 단숨에 읽은 것이 미안할 지경의 공력이다. 거듭 읽으며 공부할 구절이 많다.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인 임영웅에 대한 팬심마저 글쓰기와 연결시키는 당위가 고급지다. 갑자기 내 옆구리가 시리다. 푹빠져 눈물을 흘릴만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건 분명한 결핍이다. 덕분에 흘려버리고 있던 각성을 수습한다. 선생의 '잠재된 행복..

놀자, 책이랑 2025.03.07

보리누름 축제 / 박인목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모범답안이 될만한 책이다. 큰 상처 없이 건실하게 살아온 나날과 성실하게 살고 있는 일상을 힘 빼고 기록했다. 힘 빼기가 어렵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이 편안한 서술에 금세 마음이 열릴 것이다. 나같은 도시촌놈은 짐작도 못한 먼 옛이야기로 들리는 '보리누름' 이 보리밟기가 아니란 것도 알게되었다. 보리 싹이 나온 것을 언땅에 뿌리가 제대로 내리라고 눌러주는 것이라고 한다. 버스차장 이야기는 나도 건너온 시간인데 결이 한결 따듯하다. 치열하게 살아낸 나날이 배경으로 짐작된다. 가끔 과음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슬몃 웃음짓게 한다. 보기드문 '바른생활인'이다. 세무전문가로서 전해주는 정보도 새롭고 배울만한 점이 많다. 지나온 시간과 나아갈 시간이 모두 축제임을 곁에서 이야기하듯..

놀자, 책이랑 2025.02.21

그림자의 강 / 리베카 솔닛

연천 동네책방에서 사온 책이다. 읽는데 한참 걸렸다.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가 살아낸 시대를 재구성했다. 곁에서 바라본 듯, 가까운 시선으로 그의 모든 것은물론 그가 담겼던 시대상까지 세세히 들여다본다. 필연의 고리가 훤히 꿰어지도록.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살인범이 되었으나 배심원들이 입장바꿔 생각하며 풀려났다. 그 시대상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너무 어린 아내, 플로라를 선택한 게 불운이다. 두 아이를 사산하고, 세번 째 아들을 낳고 정부가 남편에게 살해되고, 이혼을 요구하다 병이 들어 죽은 플로라는 스물네살이었다. 자유연애와 여권운동이 혐오의 대상이던 시대다. ​​작가연보가 15쪽, 각주가 41쪽에 달한다. 한 세기 전 사람을 기록함에 있어 이런 치열함이 필요하다. 숙연해졌다. 유난..

놀자, 책이랑 2025.02.19

가문비나무의 노래 / 마틴 슐레스케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마틴 슐레스케의 영적 기록이 음악으로 울려퍼진다. 도나타 벤더스의 사진은 참으로 깊다. 가만 바라보면 빠져든다. 모든 일에 깨어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바라보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오랜만에 청정지역을 다녀온 듯 맑은 기운을 받았다. ​​* 헤세는 "나무는 내게 언제나 사무치는 설교자였다. 나무와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 나무에 귀 기울일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경험한다. 나무는 교훈이나 비결을 설교하지 않는다. 삶의 가장 근원적인 법칙을 노래할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무는 삶의 원리를 보여 줍니다. 뿌리는 나무에 양분을 공급할 뿐 아니라, 나무에게 양분을 얻기도 합니다. 뿌리 역시 잎이 만든 영양이 필요하니까요. (25쪽)​​​* 좋다고 여기는 것, 칭찬할 만하다고..

놀자, 책이랑 2025.02.14

사와로 선인장 / 엄옥례

봉화는 엄옥례 작가가 태어난 곳이다. 청량산이 있는 봉화는 오래전, 다정한 기억이 있다. 순박한 산세가 곧고 고운 마음의 작가를 키워냈는지도 모른다. 독서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들이 새롭다. 독서로 심리상담을 하며 치료가 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책이 사람을 새롭게 키운다고 생각하니까. 좋은 책은 그러하지만 곁에 두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일테니 참 보람된 일이리라. 당차게 확신하며 선택한 결혼 생활을 잘 헤쳐온 저력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는 얼굴을 만든 듯 하다. 처음엔 상큼하게 시작했는데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삶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위에 시선을 넓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 * 글을 쓰다보니 나에게만 쏠렸..

놀자, 책이랑 2025.02.12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 / 장금식

파리가 제2의 고향같다는 장금식 작가가 프랑스 소설과 그림의 배경지를 직접 탐방하며 조명한 책이다. 몇몇 잡지에 연재한 작품으로 '에세이 같은 리뷰' '평론 같은 리뷰'의 성격으로 부드럽게 썼다.그의 열렬한 작가의식과 부지런함을 알고 있다. '노마드의 꿈을 담은 리뷰집'에 박수를 보낸다. 반가운 작가들이 많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들을 더듬어 본다. 친절하게 스토리를 알려주고,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점들도 짚어준다. '선생님'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그의 열린 정신에 나는 계속 끄덕이며 읽었다. '찌찌뽕'을 해야하는데...드물게 작동하는 내 수다 욕구가 마구 피어난다.​​​* 에밀졸라는 의 성공으로 돈도 많이 벌어 파리 근교 메당이라는 곳에 멋진 집을 샀다는 이야기도 작품의 유명세만큼 유명하다. .... 1..

놀자, 책이랑 2025.02.09

OST, 그 이야기의 시작 / 김소현의 영화에세이

절친 소현씨의 세 번째 책이다. 영화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내가 푹 빠지지 못했던 영화, 음악까지 책을 읽으며 계속 찾아 들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성공한 거다. 몰랐던 음악 배경과 역사, 상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여년 전 수필반에 처음 왔을때가 선하다. 멋진 모습에 까칠한 인상이었다. 과묵한 윤교수님이 '비보통'이란 별칭을 지으셨을 정도다. 분당수필문학회 회장을 하며 그 모서리가 둥글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루뭉수리 (?)하지는 않다. 그 민감함이 그의 매력이다. '겉빠속촉'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속정이 많지만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음악에 진심인 그의 삶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아낌없이 박수보낸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여행지와 공연이 소환되어 더 좋았다. ​​ * .....어디서건 시끄..

놀자, 책이랑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