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511

나태주 육필시화집

염 선생이 건네준 책이다. 나태주 시인의 맑은 영혼이 새겨있다. 동심을 유지하는 건 큰 복이다. 내 감성이 얼마나 딱딱해져 있는지를 확인한 시간이다. 말랑말랑해지고 싶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살려내고 싶은 가을이다. ​ ​ ​ ​ 멀리서 빈다 나태주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 ​ ​ ​ 11월 나태주 ​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

놀자, 책이랑 2022.09.24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오랜만에 하루키 책을 주문했다. 한때 열렬하게 읽었는데. 하루키 책은 모두 아들이 가져가서 집에 한 권도 없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청탁받고 쓴 글인데 책으로 묶을 때 빠진 글을 모았다. 그야말로 잡문이다. 책에 쓴 서문, 수상소감, 넘에게 써준 감상평, 넘의 그림전시 써준 글 등 참으로 다양하다. 싱겁기는 해도 아주 인간적이다. 그야말로 설렁설렁 읽으며 민낯의 하루키를 만난다. 인기작가, 대가?의 글은 버릴 게 없다. 다~~ 돈이 된다는 얘기다. (박완서 선생 딸이 한 말이 떠오른다. 엄마는 돈 안되는 글은 안 쓴다고. 자식들한테 편지를 안 썼다는 이야기다.) 이 책도 2011년 11월 1쇄, 2022년 17쇄다.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하루키의 책은 세계 44개국에 번역되었고, 그는 본업은 소설을 ..

놀자, 책이랑 2022.09.18

운명이 손대지 못하는 시간들 / 홍혜랑

이다. 페북에서 소식듣고 바로 주문했다. 홍혜랑 선생님은 선정위원을 함께 하며 가까이 보게 되었는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얼마 전 사부님을 먼저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하고 아이 돌무렵부터 부부가 독일로 유학을 가서 6년간 공부를 하고 왔다. 아이는 조부모와 자라고 초등 1학년이 되면서 부모와 생활했다고 한다. '고국에 떼어놓고 온 어린 것들을 빈 복낭에 담은 채, 척박한 사막을 누비는 캥거루의 생존을 닮아 있었다.' 선생의 이 시절 소회가 저릿하다. 대학시절 학생기자로 전혜린을 만난 이야기가 「운명이 손대지 못하는 시간들」이다. 그가 떠난 후에 남은 이들이 엮은 수필집을 보며 열광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시간 저 편, 쉬이 닿은 수 없는 것에 대한 매혹이었다...

놀자, 책이랑 2022.09.06

하얼빈 / 김 훈

장편소설 은 안중근에 대한 김훈의 기록이다. 작가는 를 제목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안중근의 가족과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이 하얼빈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풍경에 방점을 찍으려했던 것이다. 출판사에서 정한 '하얼빈'은 불친절하지만 열린 제목이다. 새로운 점은 인간 안중근과 이토의 공통점이 있다는 거다. 동양평화론에 대한 생각과 인간에 대한 예의? 이런게 이토 히로부미에게도 있었다는 거다. 천주교 신자로서의 안중근과 당시 프랑스 신부의 처신이 세세하다. 거사 후 우리 조정에서의 대처도 참으로 한심하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낙후된 게 정치다. 대하소설이 되어야 할 소재를 짧게 뭉치려니 아쉬움이 크다. 이 책에서도 김훈은 소설이 감당하지 못했던 일들을 에 적어두었다.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 추모 미사를..

놀자, 책이랑 2022.08.31

눈물 한 방울 / 이어령

이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이어령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육필원고를 묶었다. '낙서'라고 하셨지만 낙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탐구심 많은 석학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 읽는 이에게 눈물 한 방울을 기어이 쏟게 만든다. 죽음만큼 엄정한 건 없다. ​ 컴퓨터 7대를 두고 글을 쓰던 이어령 선생님은 더 이상 더블클릭을 할 수 없어 펜으로 글을 썼다. 읽고 쓰는 일만이 존재 확인의 시간인 것이다. ​ ​ ​ * 꿈은 꾸다에서 나온 말 ​ 꿈은 미래에 대한 빚이다.돈도 꾼다고 하기 때문이다. 꿈을 많이 꿀수록 그에 대한 부채도 늘어난다. 죽을 때까지 갚을 수 없는 빚, 꿈은 죽은 뒤에도 남는다. 유언이 그렇지 않은가? 뒤에 오는 사람들이 꿈을 상속한다. 우리는 태어나던 때부터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이다. ​..

놀자, 책이랑 2022.08.25 (4)

5초의 법칙 / 멜 로빈스

심리학으로 전하는 자기개발서다. 변화를 선택하는 힘을 부추긴다. 마음에 동요가 일면 바로 ' 5- 4- 3- 2- 1' 카운트를 하며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많은 경험과 실예를 소개한다. 내 시간은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갔지만.... TED 에 대해 알아보기로 맘 먹었다. 사실 나는 거꾸로 5를 셀 것도 없이 즉시 시행하고 살지 않았는가.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 내가 오랜 시간을 두고 배운 것은 두 가지다. 마음을 먹었을 때 두려움은 줄어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 두려움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 로자 파크스 사소하지만 중요한 점이다. 로자 파크스는 주저하거나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잖아'라고 말하는 본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

놀자, 책이랑 2022.08.21

에콰도르 미완성 교향곡 / 박계화

박계화 선생님은 오래 전 산귀래문학상 행사장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난 멀리서... 박수만 쳤다. 지금까지 가까이서 뵌 적은 없다. 최근 페북에서 활동을 보며 감탄, 감탄하고 있었다. 41년 6개월 교직생활을 마치고, 코이카 봉사단으로 간 에콰도르에서 음악교사를 하며 겪은 이야기다. 후반기 인생의 기록이 곁에서 이야기 듣는 듯 자분자분 소상히 펼쳐있다. 지극하고 열렬한 마음은 어디서도 통하지만 애타는 순간도 많이 겪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중단되었지만, 그간의 이야기로 공무원연금 수필문학상을 타며, 또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흉내내기도 어려운 여정에 경의를 보낸다. 박계화 선생님은 언제까지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야말로 삶 자체가 명품이다. ​ ​ ​ '나를 필요로 한다...

놀자, 책이랑 2022.08.10

손의 온도는 / 유혜자

유혜자 선생님이 최근 2년 반 동안 쓴 작품을 묶었다. 현대수필 행사때마다 뵈었는데... 작품으로 만나는 선생님이 여전하셔서 다행이다. 선생님 등단 50년의 큰 의미도 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었다. 내가 아는 분과 책을 많이 만난 것도 또 반갑다. ​ 처음과 같이 이제껏 열심히 발표하시는 모습에 처음과 같이 성찰하며 겸손한 자세에 박수보내며, 깊이 고개 숙인다. ​ ​ ​ 걸어도 뛰어도 걷고 뛰어도 아직도 날개가 돋지 않아 나비가 못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비가 된 애벌레가 꽃들에게 희망을 주듯이, 문학의 힘은 사막 속에서나 땅속에서 700년이나 지내며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작품은 읽는 이들에게도 생명이 영원히 이어지리라. - 책머리말 중에서 ​ ​ * 나도 어..

놀자, 책이랑 2022.08.08 (2)

고종석의 문장 1 / 고종석

수필 강의 새 교재를 찾느라고 뒤적였다. 곁에서 말하듯이 조근조근 경어체로 알려준다. 다 아는 이야기라도 이렇게 살갑게 이르면 마냥 끄덕일 것 같다. 더우기 '글은 재능이 아닌 훈련에 달렸다'니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인상적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방점을 찍고 궁리를 시작하란다. 글쓰기 강의 녹취를 편집해서 만든 책이다. ​ ​ *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숭실대학교 진리관에서 한 글쓰기 강연을 활자로 풀어내놓는다. 얄궂게도, 나는 그 글쓰기 강연을 통해서 내가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앞에 ​ *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모모는..." 처음 들어보시나요? 소설의 대사와 지문을 가사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정말..

놀자, 책이랑 2022.08.01 (2)

고종석의 문장 2 / 고종석

​ ​ * 양주동: 독보적 문체를 통한 구별짓기 호가 무애인 양주동 선생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국문학자로 살다 돌아가셨습니다. 신라향가와 고려가요 연구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런 옛 노래들을 연구해서 낸 학술저서가 딱 두 권이에요. 랑 . 앞엣것이 향가에 대한 연구서이고, 뒤엣것이 고려가요에 대한 연구서입니다. 둘 다 매우 두꺼운 책입니다. 이분은 이 책 두 권만 쓰시고 학술 연구는 그냥 내려놓다시피 했습니다. '난 공부할 건 다했다. 이제 술이나 마시고 살아야지. 술이나 마시며 잡문이나 쓰면서 살아야지', 하셨던 겁니다. 그래서 이런 수필집을 내셨습니다. 일제 때는 시도 쓰셔서 이란 시집도 내셨는데, 제가 외람되게 평가하자면 시인으로서는 뛰어난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산문이 아주 독특합니다. 그 누구..

놀자, 책이랑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