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85

상처와 화살 / 임헌영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4일 아침에 전체 톡에서 출간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 밤에 총알로 온 책을 번개로 읽었다.선생님의 전작을 통해 읽은 내용이 많지만, 이번엔 더 쉽고 재미있게 정리했다 시대별, 주제별로 동서양을 오간다. 고대 원시시대 신앙부터 신화시대, 건국 영웅들, 전쟁과 평화, 그리고 혁명, 전위주의 미학까지 다루면서역사와 문학을 일란성 쌍생아로 바라본다. '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고 문학은 패자의 기록이다'이라는 공식을 깬다.선생님 특유의 유머와 해학이 곳곳에서 기척하며 무거움을 내려놓는다. 시니컬한 어투가 그려진다.이 책을 읽으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 정도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기에 두 권을 사서 주변에 읽기를 권하라고 한다. 진짜 아름다움과 가짜 아름다움만 구별할 수 있어도 우리 사회..

놀자, 책이랑 2026.02.08

할매 / 황석영

쓱 선물을 받았다. 황석영의 소설을 읽은 게 까마득하다. '새 한마리가 날아왔다'로 시작해서 ....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로 끝난다. 600년을 한 자리에 서 있는 팽나무를 '할매'로 칭하며 역사를 더듬는다. 말없는 팽나무, 주인공도 관객도 없는 무대에 홀로 서 있는 팽나무, 600년 근대사가 휙휙 지나간다. 철새들의 습성과 긴 여행이 길게 묘사되어 시작은 지리하지만 중간쯤에서 인간이 등장하고도 극적인 건 없다. 간단한 설명과 묘사로 넘어가는 삶이 이어진다. 내가 살아온 시간 이외에는 절절하지 않다. 짐작할 수 있는 서사가 펼쳐진다. 여기서는 역사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그때 그때를 건너가는 다리다. 관계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의 중심에 침묵하고 서 있는 팽나무 할매가 있..

놀자, 책이랑 2026.02.05

몽테뉴 수상록 / 제3권

3부에서는 본격적인 노년의 고백들이 이어진다.​ * 충실성은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성실하고 순수한 것으로 있다. 나는 진실을 말한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하지는 못하지만, 감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말한다. 그리고 늙어 가며 좀더 과감해진다. 습관은 이 나이에 횡설수설하며 조심성 없이 말하는 자유를 더 주는 것 같다. 나는 작가와 그의 작품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를 자주 보았지만, 여기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885쪽)​* 라틴어는 내게는 타고난 말 같다. 나는 라틴어를 프랑스어 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 그러나 벌써 40년 동안 나는 말하는 데에도 글 쓰는 데에도 라틴어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평생에 두서너 번 겪어 본 일이지만, 극한의 급격한 격정에 빠졌을 때에 (한 번은 아주 ..

놀자, 책이랑 2026.01.22

흰 연꽃의 눈 / 맹난자

​무無에 이르는 도정道程이었다​여든네 번째 가을을 맞는다.몸이 떠나기를 기다리며묵은 곳간을 털었다.​심연의 바닥에 두레박을 기울였으나더는 퍼올릴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여기 수록된 글들은 없어져도 무방할 그림자의 잔해.​양피지 위에 썼다가 지운, 그리고 다시 눌러쓴 글자들,결국은 무無에 이르는 도정道程이었다. ​창밖 까마귀가 가아 가아 가라고 한다바람 따라 갈란다​허수입虛受入 ​등 뒤에 와닿는 가을 햇살이 따스하다.참 좋다. ​​ 이 글만으로 뭉클하며, 가슴이 저릿하다. 선생님의 가을이 길고 깊어 아쉬움없이 풍성하게 비울 수 있기를... 합장한다. ​ 방대한 지식을 통한 불교의 깨달음, 심오한 철학적 통찰을 다시 대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또 감탄한다. 『철학 수필』에서 만났던 작품들도 새 롭 다. ..

놀자, 책이랑 2026.01.17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지난 번 안동 갔을 때 권정생 기념관에서 몇 권 사 왔다. 그때 안동 작가님들이 권정생 생가를 데려가고 집 뒤쪽, '빌뱅이 언덕'에 올랐었다.선생의 유골 일부를 이곳에 뿌렸다고 한다. 안동 큰 산불이 예까지 타서 그 잔해가 검었다. 그 곁에 새 나뭇가지에서는 싹이 돋기도 했다. 권정생 선생이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인 안상학 시인이 엮은 책이다. 부끄러움을 말없이 가르치는 권정생 선생님, 아니 가르치지 않아도 속에서 부끄러움이 피어난다. 슬프고 맑은 정서가 마음을 위로하며, 곧은 정신으로 기둥을 세웠다. 지독한 가난을 겪고도 가난을 숭배한다. 가난때문에 인간이 악해지지 않고 부때문에 인간다움이 망한다는 믿음이 있다. 지금은 이런 귀한 마음을 가진 사람는 멸종 위기에 있다.그..

놀자, 책이랑 2026.01.10

한티재 하늘 1. 2 / 권정생

지난 번 안동 갔을때 '권정생 기념관'에서 조 회장한테 선물 받은 책이다. 왠지 이 책은 정한 마음으로 정좌하고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미루어 두었다. 새해, 그야말로 마음을 잡고 읽었다.​작은 를 읽은 듯, 그때 그 시절이 배경이다. 동학운동이 일어나면서 경상도 산골에서 농민과 소작농, 종으로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는 나라를 바르게 잡아야 한다는 의로움으로 ''빨란구이 (의병, 반란군)' 가 되어 가족을 떠난 이들이 있다. 그 뜻은 자식들에게도 연속된다. 처절한 가난을 대물림하면서 사람의 존엄은 없어진 시대다.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대가 어찌 읽을까. 이 나이 먹은 나도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에 저릿했다. 애통한 대 서사시다. ​작가는 어머니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듯하다. 어머니 말씀..

놀자, 책이랑 2026.01.05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 능행

몇 달 전 인선아빠의 죽음은 충격이긴 했어도 그 과정을 이야기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교에 심취한 이 가족은 특별한 마음다스림이 있는 듯하다. ​인선엄마가 준 책이다. 능행 스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세웠다. 수많은 죽음을 바라보며 호스피스 병원의 절실한 필요를 느끼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도 있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마음을 평온하게 이끈 귀한 분이다. ​​ 첫 페이지에 인선이가 쓴 글이 있고, ​다음 장에 인선아빠의 시가 있다. 인선아빠는 사진을 찍고 글도 잘 써서 몇 해 전 출판기념회에도 갔었다. 행복이란 시를 보니 세네카가 떠오른다. 얼마나 반듯하게 살았는가. '나의 말이나 행동 아니면 내 존재 자체로 인하여 어느 누가 기쁨을 느낀다면 좋겠습니다'많은 사람의 영..

놀자, 책이랑 2026.01.03

따뜻함을 찾아서 / 왕은철

동아일보에 '스토리와 치유'라는 제목으로 쓴 연재 컬럼을 선별했다. 많은 책이 등장한다. 편편마다 책의 장면들을 들여와 사유를 펼친다. 내가 읽은 책도 많은데... 난 왜 그 장면의 숨은 뜻을 이렇게 깊이 읽어내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났다.어쨌거나 독서의 힘, 독서에서 나온 성찰, 앉아서 하는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번역서가 더 많은 작가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다. 그 안에 날카로운 합리와 비평이 들어있다. 컬럼 형식의 짧은 지면에 많은 통찰을 힘 빼고 담았다. 말랑말랑한데 골기가 있다. 만만찮은 시선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아니 내가 건성으로 흘린 보석을 찾아 결고운 천 위에서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오래 반짝이겠다. 곳곳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찾아 낸다.​​​저자의..

놀자, 책이랑 2025.12.28

오디오북 / 바람, 바람

" 안녕하세요, 작가님.은행나무출판사 정재경 메니저입니다. 작가님의 책 이 한국출판산업진흥원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너무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절과 시간에 대해서 글을 써주신 것이 이렇게 선정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작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 달에 이런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출간한지 12년이 지난 책이 오디오북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니 ...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이 아포리즘 에세이는 방송을 많이 타기는 했다. 쉽고 가벼워서 일 듯,​저자 할인으로 여러권 사서 선물하려했는데.... 그게 아니란다.실체가 없는 거다. 알라딘 뷰어앱을 다운을 받아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저장하고 그곳에서만 듣는 거다. 이런 문명치라니.... 담당자가 웃었겠다..

놀자, 책이랑 2025.12.24

The수필 2026 빛나는 수필가 60

8집이 나왔다. 이쯤에서 점프가 필요하다. 이번 책 발간사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새해에는 그동안 4회 이상 선정된 작가 20명의 작품을 모아 묶을 계획이 있다. 수필잡지를 보면 이 20명의 작가 작품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가들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신선한 작품을 선정하려고 애썼다. 선정에 공정을 우선했지만 정답은 아니다. 모범답안에 가까울 뿐이다. 8명의 선정위원 8색도 물결친다. 나름 보람된 일이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수필이 극복해야 할 문학적 문턱을 정확히 보여준 ‘빛나는 수필들’2026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 60인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6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

놀자, 책이랑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