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51

사와로 선인장 / 엄옥례

봉화는 엄옥례 작가가 태어난 곳이다. 청량산이 있는 봉화는 오래전, 다정한 기억이 있다. 순박한 산세가 곧고 고운 마음의 작가를 키워냈는지도 모른다. 독서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며 느낀 이야기들이 새롭다. 독서로 심리상담을 하며 치료가 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책이 사람을 새롭게 키운다고 생각하니까. 좋은 책은 그러하지만 곁에 두어야만 얻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일테니 참 보람된 일이리라. 당차게 확신하며 선택한 결혼 생활을 잘 헤쳐온 저력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는 얼굴을 만든 듯 하다. 처음엔 상큼하게 시작했는데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삶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위에 시선을 넓히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 * 글을 쓰다보니 나에게만 쏠렸..

놀자, 책이랑 2025.02.12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 / 장금식

파리가 제2의 고향같다는 장금식 작가가 프랑스 소설과 그림의 배경지를 직접 탐방하며 조명한 책이다. 몇몇 잡지에 연재한 작품으로 '에세이 같은 리뷰' '평론 같은 리뷰'의 성격으로 부드럽게 썼다.그의 열렬한 작가의식과 부지런함을 알고 있다. '노마드의 꿈을 담은 리뷰집'에 박수를 보낸다. 반가운 작가들이 많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들을 더듬어 본다. 친절하게 스토리를 알려주고,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점들도 짚어준다. '선생님'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그의 열린 정신에 나는 계속 끄덕이며 읽었다. '찌찌뽕'을 해야하는데...드물게 작동하는 내 수다 욕구가 마구 피어난다.​​​* 에밀졸라는 의 성공으로 돈도 많이 벌어 파리 근교 메당이라는 곳에 멋진 집을 샀다는 이야기도 작품의 유명세만큼 유명하다. .... 1..

놀자, 책이랑 2025.02.09

OST, 그 이야기의 시작 / 김소현의 영화에세이

절친 소현씨의 세 번째 책이다. 영화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내가 푹 빠지지 못했던 영화, 음악까지 책을 읽으며 계속 찾아 들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성공한 거다. 몰랐던 음악 배경과 역사, 상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여년 전 수필반에 처음 왔을때가 선하다. 멋진 모습에 까칠한 인상이었다. 과묵한 윤교수님이 '비보통'이란 별칭을 지으셨을 정도다. 분당수필문학회 회장을 하며 그 모서리가 둥글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루뭉수리 (?)하지는 않다. 그 민감함이 그의 매력이다. '겉빠속촉'이 떠올라 혼자 웃는다. 속정이 많지만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음악에 진심인 그의 삶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아낌없이 박수보낸다. 오랜 시간 함께한 여행지와 공연이 소환되어 더 좋았다. ​​ * .....어디서건 시끄..

놀자, 책이랑 2025.02.02

성남문예비평지 <창>16집

비평지 지원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인터넷 판만 만들자고 했는데... 종이책으로 밀고 나갔다. 두께를 줄이고 출간부수를 줄였다.사무국 식구들이 고생이 많았다. 12월에 나왔는데 오늘에야 권 편집장과 만나 사무국 젊은 (어린)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 얘기도 많이 하고, 책을 가져왔다. 올해에는 제대로 풀리기를.성남시의 지원금으로 성남시에서 하는 문화관련 일들을 비평하는, 의미있는 일이다.2014년 창간호부터 10년이 되었다. 중간에 몇 년은 한 해에 두 권을 낼 열정이 있었다. 이제 그 열정은 식었어도 보람된 일이다.​​​​​​​​​​

놀자, 책이랑 2025.01.13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 파리 리뷰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문학 실험실' 편집자의 말이다. 15편의 단편소설이다. 기발하다 못해 기이한 발상에 고개를 갸웃거린 작품이 많다. 15인의 추천 작가가 쓴 작품평이 있다. 무릎을 치게 하는 구절을 자주 만난다.특히 마지막 작품. 을 읽고 속이 울렁거린다. 이런 미친, 상상력이라니.​한참 전에 사두고 야금야금 ~ 속시끄러울 때 푹 빠져들고 싶은데 만만치는 않다. 단숨에 읽혀지지 않는, 뭔가 궁금해지는, 이럴 수 있나, 이건 아닌데...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이건 픽션을 논픽션으로 읽은 내 습성때문이다. ​​두꺼운 책 읽을 때 요긴하게 쓰이는 책누름이, 며늘의 선물이다. 별 게 다 있다.​​​* 노스텔지어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감각이 쌓일 때 생긴다. 다시 말해 작가들의 진부한 문구인 "..

놀자, 책이랑 2025.01.10

초록설법 / 홍일선

저들은 어쩌자고... 저리 부끄러움을 모르는지.120년 묵은 적폐들이 본색을 드러낸다.친일 청산을 못해 주춧돌이 부실하다. 심란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마음 다스리려고 며칠 전에 받은 홍일선 선생님 시집을 다시 잡았다. 낮고 지순한 음성 에 귀기울인다. 한 점 부끄러울 것 없는 농부시인의 지극한 말씀에 부끄러움이 몰려온다.깊이 고개숙인다. 홍 시인님 강녕하소서.​​​절 하소서​아침에 들녘 향하다가맨 먼저 눈 마주친 이가도리 노인회장님이 아니옵구띠풀 하찮은 초개였더라도그에게 절하소서바뻐 절 못하였다면해질녘 돌아오다가 만난 이가반딧불이 푸른 신령이 아니옵구하필 검은 비니루들이었더라도그에게 절하소서 ​​​​밭의 신령들​캄캄한 밤잠든 밭 깨실지 몰라조용조용히 밭에 간다귀한 손님 반딧불이 보러 가는 게 아니..

놀자, 책이랑 2025.01.06

나는 내가 어려워 넌 어때 / 진 민

기다리던 진민씨 책이 나왔다. 책 묶으라는 종용을 잊어버린지가 10년도 더 된 듯 하다.자신을 '어리바리 날라리'라고 했지만 절대 어리바리 날라리가 될 수 없는 지나친 모범생이다. 여전히 애인같은 남편과 격하게 예의 바른 외동딸 다린의 모습을 일찌기 봤다. 두 사람의 수줍음 가득한 얼굴에 '착함'이라고 써 있었다. 책에 자주 나오는 말, '사람 변하지 않는다.' 진민은 의리를 중히 여기는 인정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꿰뚫어보는 심안이 있어 기준에 어긋나는 꼴을 잘 알아낸다. 어쩌면 이것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2006년 등단한 에 '조직적 측면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했다'던 게 떠오른다. 멀리서 제일 일찍 와서 책상을 정리하고 차를 타서 선배님들께 나누던 모습이. 가끔 소소한 선물로 마음까..

놀자, 책이랑 2024.12.31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

일년 동안의 결실이 나왔다. 7년 째다. 분기별로 모여 편집모임을 했다. 나름 고심하고 공정하려고 애썼다.수필잡지를 두루 꼼꼼히 읽고 좋은 작품을 추천하는 일이다.  내 기준에 좋은 작품이 선정권에서 밀려나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름 보람있는 일이다.  ------------------------------------------------------------------------------- ​참신한 수필의 미래를 담은 60인 60색의 ‘빛나는 수필들’​2025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 60인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은 맹난자 수필가와 8인의 선정위원이 2023년 겨울..

놀자, 책이랑 2024.12.24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난 주말에 네플릭스에서 8부작을 봤다. 연속~~ 새벽 3시까지.책으로 읽을 때 엉키던 이름이며, 환상을 따라가지 못하던 내 상상력이 너무 쉽게 풍경으로 펼쳐졌다. 차례를 순차적으로 바꿔서 이해도를 높였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아닌데.... 바로 책장에서 오래 전에 읽은 군데군데 접혀진 책을 꺼냈다.영화는 1권의 마지막까지 안 가고 끝을 냈다. 정치적인 메시지만 전한 듯, 뭐. 영화만 두고 본다면 그것도 괜찮다. 모두 읽고 나니, 영화의 다음편이 기대된다. 어려울까? 영화는 19금이지만 2권에는 더 지독한 사랑, 아니 사랑이란 말은 너무 순하게 느껴지는 열정이 난무한다. 파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과열.  생소했던 라틴아메리카 문학, 콜롬비아 産 마르케스는 1967 을 발표..

놀자, 책이랑 2024.12.17

푸른 들판을 걷다 / 클레어 키건

북스테이를 한, 동네책방 에서 내가 을 고르니까 대표가 추천한 책이다. 요즘 하는 독서모임의 자료라고 한다. ​클레어 키건의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렸다.현대적인 배경인데도 아일랜드의 정서가 보인다. 지독한 가부장사회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설화를 바탕한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몽환적 풍경이 그려진다. 여기서도 여자들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부단히 일어서고, 머물지 않고 떠난다. 이 짧은 소설들도 거슬러 다시 첫장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많이 궁글려서 걸러낸 글이다. 비열한 산림관리인이 데려온 개, 리트리버에게서 지혜를 배워야 할 판이다.​에 '강아지는 키운 방식 그대로 개가 된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 관습을 극복하려는 의지, 아니 그걸 힘으로 작동시키는 의지가 펼쳐진다. ​​* 당신도 맨 처음에는 ..

놀자, 책이랑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