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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수업을 위해 예전 책들을 들춰 읽었다. 이 새로움은 뭔가. 읽은 흔적이 있는데도 새 롭 다. ​ 박경리는 김동리 선생을 만나 습작품을 보이니 "소설을 계속 써보라" 는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경리는 대하소설 집필중에도 남몰래 시를 쓰며 위로 받았다고 한다. 26년 동안 《토지》 20권을 썼다. (1969년 9월~ 1994년 8월) 1971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수술 자리를 붕대로 동여맨 채로 토지 집필을 이어갔다. 이때의 심정을 시 에 풀어놓았다. 곧은 마음과 높은 정신, 깊은 사색, 통찰로 세상을 아우른다. 이 시집은 유고시를 제외한 박경리 시집을 망라했다. 두 편의 작가 서문을 읽은 것으로 시작부터 마음이 무지근해진다. 박경리, 고유명사가 된 박경리 선생님은 우러를 스승이다. ​ ​ ​ ..

놀자, 책이랑 2023.02.03 (1)

박경리의 말 / 김연숙

20권을 읽으며 밑줄 친 말과 박경리 선생의 말을 톺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렸다. 수필의 핵심이 많다. 모든 글쓰기가 자기를 풀어놓는 일이기는 하다. 박경리 선생도 문학이 자신의 삶과 하나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래 전에 사두고 읽히지 않았는데 다시 잡으니 쉬이 읽힌다. 이렇듯 글이 시절도 탄다. 가까운 사람에게 속엣말을 푸는 듯 바짝 다가온다. 의 장면들이 불쑥불쑥 다가오기도 한다. ​ ​ ​ *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죄를 파생시키는 두 가지 주된 인간적인 죄가 있는데, 다름 아닌 조바심과 태만이다. 조바심 때문에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태만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주된 죄는 오로지, 조바심 한 가지인지도 모른다. 조바심 때문에 인간은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112쪽..

놀자, 책이랑 2023.01.29

다시, 설

오랜만에 설다운 설을 보냈다. 아버님 어머니 가시고 그동안 설렁설렁 지냈는데 작년에 캐나다 시누이네가 오고 자주 만나니 설도 우리집에서 지냈다. 바쁜 아들네는 당일 가고, 딸네는 1박, 사위와 밤늦도록 왕수다와 대취. ​ 24일에는 친정조카들이 14명 왔다. 세 명의 가솔이 모두 출동... 번개로 잘 치뤘다. 조카들이 돌아간 후, 언니네 가서 저녁 먹고 오니 연휴를 꽉차게 보냈다. ​ ​ ​ ​ 동백이 꼭 다문 입을 살짝 열었다. ​ ​ 가고스 앵초가 활짝 웃기 시작했다. 얘는 오래오래 웃을 것이다. ​ ​ 큰 오빠 아들 둘과 둘째 오빠 아들의 식솔 모두 모였다. 장조카 아들 딸이 결혼도 하고... 난 고모할머니다. 조카들이 잘 지내니 참 보기 좋다. ​ ​ ​ ​ 언니네서 먹은 저녁, 오늘 제대로 한 ..

놀자, 사람이랑 2023.01.25 (2)

파키스탄 히말라야 / 거칠부

거칠부의 거침없는 걸음을 눈길로 따라가며, 내 마음이 아직도 여전히 설레는 게 대견하다. 과장없는 담담한 토로가 마음에 든다. ​ ​ ​ ​ * 라인홀드는 낭가파르바트 등정 후 눈사태로 동생을 잃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은 8년 만에 다시 낭가파르바트를 등반하는 동안 겪었던 내면의 갈들과 불안, 고독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동생 권터와의 이별과 단독 등반의 불안을 검은 고독으로, 불안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졌을 때를 흰 고독이라 표현한다. 루팔벽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한 고독한 등반가의 독백이 들리는 듯했다. ​ " 나는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럴 때면 지난 일도 다가올 일도 모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나는 어떤 일이건 그것이 나에게 전부..

놀자, 책이랑 2023.01.23 (2)

꿈속의 꿈 / 윤상근

윤상근 선생이 어머니에 대한 사무침이 바로 전이된다. 나처럼 내 할일 다 했다고 뻔뻔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숙연하고 울컥해진다. 받자마자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었다. 마지막 챕터 은 짧은 소설이다. 같은 주제지만 소설의 옷을 입으면 더 자유롭다. 70대 작가가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풀어놓은 이야기는 수필 너머, 소설 너머의 진실을 훤히 그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이 시대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학의 치유 능력을 생각했다.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치고 작가는 조금 가벼워졌기를 빈다. 솔직하며 담백한 문장들이 단숨에 읽히는 건 작가의 대단한 내공이다. ​ ​ ​ * 오신 곳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 어머니 돌아가신 지 백 일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하루에 몇 번씩 ..

놀자, 책이랑 2023.01.20 (2)

설 채비

[노경자] [오후 2:19] 숙아~언니가 만두하고 전거리 준비했어, 조금씩 나눠먹자, 넌 글써~난 전부칠께 (크크) ​ ​ 80세 언니가 토욜 밤에 보낸 문자다. 일욜, 언니네 가서 종일 전을 부쳤다. 먼먼 시절 주변인들이 다 등장하는 이야기를 풀면서. 어쩜 형부는 손 하나 까딱하시질 않는다. 아, 커피는 타 주셨다. 80대 남자 어른에게 집안일은 금기에 속하는 것 같다. 70대 우리집 남자 어른도 마찬가지다. ​ 재료 하나하나 갖은 정성을 들인 언니표 전, 내가 부친 건 처음이다. 이제까지 앉아서 얻어다 먹기만 했는데... 나름 뿌듯하다. ​ ​ 깻잎전과 만두는 어제 언니가 해 놓았다. 푸짐하게 얻어왔다. ​ 아직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건 몸도 정신도 건강한 거다. 내가 먹고 싶은것, 나누고 ..

놀자, 사람이랑 2023.01.16 (2)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배경이 익숙하다. 먼저 읽은 두 권과 같은 장소에서 그의 아버지가 중심인 이야기다. 딸이 나보다 나은 환경, 나보다 나은 위치에서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디서나 같다. 경험한 것, 사실만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고 보니, 나를 소재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수필 작법에도 통하는 구절들을 만난다. ​ ​ ​ *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 가 보인다. ...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하는 이런 ..

놀자, 책이랑 2023.01.15

라그랑주점 / 이상수

이상수 수필집, 장정이 깔끔하다. 왠지 자신감 넘쳐보인다. 글을 쓰는데 연식이 깊이나 넓이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빛나는 건 처음부터 빛난다. 긴 시간 갈고 닦아서 빛나는 것도 있지만... 오랜 준비를 마치고 수필 동네에 입성했다. 드러난 시간보다 더 오랜 담금질이 글에서 느껴진다. 몰랐던 정보도 신선하다. 좋은 수필을 계속 쓸 기대감에 든든하다. ​ ​ - 작가의 말 마침내 여행이 시작되었다. 쓸쓸한 운동화의 시간을 신고 바람과 구름과 햇살과 비를 좇아간다. 더욱 혼자가 되겠지만, 작은 봇짐 속에 꽃 한 송이 있다면 더 이상 외롭진 않을 것이다. 2022년 가을 이상수 ​ ​ * 수더분한 외모를 보고 주위에선 나를 편한 사람으로 오인한다. 그러나 조금 지내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원칙에 어..

놀자, 책이랑 2023.01.10

칼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소설과 달리 단숨에 읽혀지지가 않았다.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글쓰는 방식과 상황에 대해 나눈 이야기다. 경험한 것만을 쓰겠다는 에르노는 소설을 쓰면서 다른 일기를 동시에 쓴다고 한다. 경험을 모두 쓴다지만 말할 수 있는 것과 혼잣말로 두는 것이 따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 * 내겐 글을 쓰면서 따로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나의 첫 글쓰기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문학적으로 지향하는 바 없이 그저 내밀한 생각을 털어놓은, 말하자면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글쓰기였어요.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내면일기를 쓰기 시작했지요. 몸시 우울한 어느 저녁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을 글쓰기에 바치리라고는 특별히 예측한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

놀자, 책이랑 2023.01.08

말 이상의 말 글 이상의 글 / 김정화

김정화 선생이 '리뷰 에세이'를 냈다. 책을 읽고 쓴 리뷰와 수필의 차이을 생각해 본다. 모든 글이 읽은 책을 영양으로 싹이 튼다. 그것을 전면에 배치하느냐 바닥에 장착하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드러냄과 감춤을 적절히 해야 가독력이 높다. 책이 책을 부르는데 성공했다. 내가 읽은 책 보다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 그럼에도 거의 아는 작가라서 가깝게 다가온다. 충분히 불씨를 당겼다. 삶과 버무린 '리뷰 에세이' 이 오래 새겨지길 바란다.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읽고 쓰면서 점점 '내'가 되어갈 것이다. 이번 '리뷰 에세이'가 독자들의 가슴에도 문학의 불씨를 댕겨 책 권하는 도화선이 되길 희망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 * 수주의 글에서는 술꾼의 멋과 품격이 무엇인지..

놀자, 책이랑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