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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분재분에서 살고 있는 동백에 꽃망울 4개가 맺혔다. 작년에는 7개가 맺혀서 한개도 활짝 입을 열지 않고 목을 꺾었다. 올해는 벌써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홀로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좋아한다. 오래 전에 쓴 글도 불러온다. ​ ​ ​ ​ 동백冬柏 노정숙 ​ ​ 가을부터 앙다문 입술 흰 눈을 머리에 이고도 여문 입을 열지 않는다 새빨간 입술만 봐도 설렌다 살짝 내민 혓바닥에 황금빛 조화 서리면 바짝 달아오른다 어쩌라고 규중처자인양 옅은 미소만 머금고 새치름하다 어쩌자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목을 탁, 꺾는다 ​ ​ ​ ​ ​ ​ ​ ​ ​ ​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이다. ​ ​ ​ 동백이 흰눈을 머리에 이어야 하는데 ... 고모님이 주신 항아리만 눈맞이 ​ 창밖에 내리는 눈과 동백을 바라보며 베트..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 / 박은실

쉰한 번의 봄을 넘긴 작가 박은실은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 언젠가 이런 말을 꼭 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첫 수필집이 야무지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큰할머니가 등장하는 가족사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큰 상처 없이 소소한 일상이 작품으로 등장할 때 필요한 것들을 잘 장착했다. 공부하며 쓴 수필, 독자에게 다가가는 궁리를 하면서 쓴 수필이다. 단숨에 읽히는 장치, 위트와 유머도 있다. 오월처럼 연둣빛 해사한 작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믿음직스럽다. 박수보낸다. ​ ​ * 자신이 값비싼 생선인 줄 아는 도마 위 여자는 오만상을 쓰며 나처럼 저분의 거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돌덩이 대접을 받는 여인에게 강한 동류의식을 느꼈다. 나는 입꼬리가 귀까지 말려 올라가도록 고소한 웃음을 지었..

놀자, 책이랑 2024.01.09

햇볕을 따라

햇볕이 좋은 계절이다. 라는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고 한다. ​ 78세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다. 4인이 만났다. 86세 문선배님을 픽업했지만 선배님도 아직 운전대를 놓지는 않으셨다. 내 나이는 잊고 사는데 선배님의 나이를 자꾸 떠올리는 건 무슨 심사인지... 저 나이에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정희 선생님은 확실한 예술가다. 무용에 일가를 이뤘으면서 그림을 10동안 그리고, 이제 수필에 도전이다. 사실 수필은 도전 거리가 아니다. 그동안의 삶을 잘 정리하면 된다. 마침 살림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줄이고 작품 몰두에 들어가려는 준비인 듯. 작품이 될만한 철학적 화두를 꺼냈는데..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 ​ ​ 햇볕을 받으며 햇볕에 관한 글을..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 배귀선

배귀선 선생은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였다. 그제 출판기념에서 만나고, 첫 수필집을 찾아 읽었다. ​ 호쾌한 모습을 보였는데.. 글에서 보니 선생는 술이 약하다. 섬세하고 속정도 깊은 듯. 안타까운 서사를 거쳐 지금은 안정권에 든 듯하다. 상처없는 삶은 없고, 상처가 글쓰는데 재산이라는 건 확실하다. '봉인된 서러움'을 털어 놓아, 스스로 치유되고 위로받는다. 장하게 지나온 시간에 박수보낸다. ​ 표제작 을 읽으며 난 실소를 했다. 지지난 겨울인가 절친들과 둔내에서 1박을 하고 다음씨가 기막히게 맛있는 곰치국을 먹어야 한다면서 속초까기 안내했다. 한 그릇에 3만원인데 머릿수대로 시켜야 하고, 그것도 현금결제만 해야한다는 식당이다. 깊은 맛도 모르고, 폭력에 가까운 모양새와 양에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 ..

놀자, 책이랑 2024.01.07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출간기념회

​ ​ '오늘 출간기념회에는『The 수필 2024』에 수록된 수필가 60명 중 45명이 참여하고 맹난자 고문과 선정,자문위원과 여러 수필잡지 주간과 편집장 등 56명이 모여 맛난 식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출간기념회 참석을 위해 저 멀리 거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 수필가도 있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원 철학박사이자 기아대책 이사장인 손봉호 수필가도 참석했고 에세이문학 이원영 주간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 -- 북인 조현석 대표가 페북에 올린 글 중에서 ​ ​ 글로만 보던 작가들을 만났다. 허정열 선생은 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었다. 올해는 처음 만난 얼굴들이 많았다. 새로운 작가를 추천하려고 애쓴 결과다. ​ ​ 한복용 선정위원이 사회를 보고 ​ 맹난자 고문의 말씀 ​ ​..

황금열반상 외 1편 / 노정숙

황금열반상 노정숙 당신은 모로 누워있었어 원 달러를 내고 당신 발에 머리를 조아렸지 내 소행을 아는 듯 당신은 슬쩍 웃었지 너도 황금 좋아하는구나? ​ 행복요양원 노정숙 탁자 위에 놓인 빵이 며칠째 그대로네 썩고 싶어도 썩지 못하는 빵, 지루한 인생 ​ ​ 2023 겨울호 / 통권 46호 ​ ​ ​ 발행인 김우종 선생님은 1929년생이다. 여전히 표지 그림 그리고, 짱짱한 평론도 발표했다. 건재하심에 감사드린다. ​

새해 첫날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잔을 했다. 남편은 술이 완전히 줄어서 내가 더 마신듯 하다. 아이들과 톡으로 Happy new year~를 나누고~~ 화사한 꽃이 좋은 걸 보니 늙긴 늙었다. ​ 야밤에 연예대상을 보면서 저걸 다 먹고 맥주 캔도 3개 마셨다. ​ 새해라고 사위와 태경 시경 딸의 전화를 받고, 어른들께 전화를 하고. 친구들과는 톡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가로움도 잠시, 아들며늘이 저녁에 왔다. 아침은 공무로 떡국, 점심도 처가에서 떡국을 먹었다고 해서 난 국수를 끓였다. 샐러드와 녹두빈대떡을 곁들여 가볍게 먹었다. 아들이 베트남에서 족제비 커피를 사왔다고 내려줬다. 카페인 성분이 낮아서 부드럽고 맛은 있다. 3박5일 몇 십만원짜리 패키지 여행을 하며 300만원짜리 침향을 어른들은 거의 샀다고 한다..

진짜 송년 / 월하오작

올해 마지막 날이다. 월하오작이 어렵게 잡은 날짜다. 아들이 오늘 점심에 와도 되냐고 했는데... 선약있다고. 바쁜 아들은 잠깐 짬이 날때 다녀가는데 벌써 두 번이나 내 선약때문에 미뤄진다. ​ 달빛 아래서 다섯 사람이 모여 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모두 한 잔 할 줄 아는, 가장 오래된 문우다. 그러나 낮 모임으로 바뀌었다. 글을 쓰며 얻은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오랜시간 합평과 여행을 함께 했으니 서로 민낯을 다 봤다. 잘 살아낸 시간에 감사하며, 새해에도 잘 살아내자고 다짐한다. 모두 무탈하여, 다시 달빛 아래서 한잔 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 ​ ​ 5인5색, 정겨운 선물도 나누고~ 모두 고맙다. ​

2년 만에 방문

자임과 율리아나형님과 10시에 만나서 제노비아 형님댁을 갔다. 오픈하우스라고 언제든 자주 오라고 하셨는데 2년만이다. '삼성전원마을'은 변함없이 아늑하다. 초인종도 안 누르고 그냥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 ​ ​ ​ 코로나 때 이웃 사람들이 이 테이블에 먹을 것을 놓고 갔다고 한다. ​ 벽난로가 대기하고 있고 ​ 점심 준비도 다 해놓으셨다. ​ 84세 형님은 아직도 요리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매주 월요일 아드님 신부님과 음악하는 사람들 밥을 해주는데 새롭게 궁리하는 것도 행복하시단다. ​ 올해 최고 맛있는 김치를 먹었다. 굴비도 갈비도 간이 딱 맞고 청국장은 슴슴해서 많이 먹었다. 술도 취향대로 마시라고 다 내놓아서, 친구는 막걸리, 나와 형님들은 양주 한 잔. 난 또 생막걸리도 한 잔. 포식을 했다..

또 송년

그동안 '오우가'의 송년모임이 있었고, 아들네는 전 주에 다녀가고 여름나라로 휴가를 갔다. 딸네 식구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와서 자고 갔다. 시경이는 부모 집 비운 사이 친구 다섯 명이 와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고 안 왔다. 태경인 멀미한다고 아빠 차를 타지 않고 혼자 전철을 타고 왔다. 요즘 스마트 폰이 다 알려주니 별 어려움 없이 환승하고 이매역에서 걸어왔단다. 30분 더 걸렸다. 참... 애들이 다 컸다. 사위는 내 컴퓨터에 스피커를 달아주고, 남편 컴퓨터 모니터를 바꿔주고, 내 워치 줄을 갈아주고... 소소한 것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줬다. 이제 완전 노인모드다. 배우려고도 안하고 편리하게 해주는대로 그냥 둔다. ​ ​ 태경이에게 선물로 줬다. 리본 묶어서 봉투와 함께. 수욜, 수업이 끝나고 가락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