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46

황송한 시간

월하오작, 5인이 뭉쳤다. 오랜만에 물고기자리 미금점에서. 수필을 쓰면서 얻은 큰 재산이 사람이다. 그 중심에 이들이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희비애락을 나눴다. 아직 보름도 더 남은 내 시상식을 당겨 축하받았다. 꽃다발과 선물을 잔뜩 받았다. 카카오톡으로 화장품도 받았다. 이런 황송한 ... ​ 막내 경화씨가 직접 만든 당근케잌, 내가 '빼박 당뇨'라서.. 밀가루 1도 없는 케잌. 소곤소곤 축하 노래도 불러주었다. 이런 황송. ​ 오마케세 횟집이다. 쥔장이 주는대로 먹는다. 어종을 바꿔가며 이런 걸 세 판 반을 먹었다. 청하1, 소주2, 맥주3 ... 그래도 취기는 오지 않았다. 여전히 비경제적인 내 주량이 건재함을 확인. 마지막엔 뜨끈한 국물이 그리웠다는. ​ 청하, 소맥, 소주 각자 취향대로... 양..

번개 소첩 - 창경궁

금욜 오후에 노마드님이 톡에서 번개 제안을 했다. 토욜 오후에 5명이 모였다. 2012년 낯선 온라인의 첫 모임부터 거의 일년에 한두 번은 만났는데 세 분은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국악당 마당이 참 좋았다. 20분 전에 도착하니 쿨님과 노마드가 와 있다. 커피를 마시고 창덕궁으로 걸어서 창경궁을 지나 광장시장까지 어정어정. 광장시장 식당에서 빈대떡과 육회, 떡볶기, 김밥에 막걸리 한잔, 아니 두 잔~~ 자개장 문짝을 배경으로 장식한 게 끌려 카페에 과일과 한방차를 마시는데, 늦게 일을 마친 데이지님이 합류. ​ 외출이 어렵게 된 해선녀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나온 당산님, 먼길님, 마이클님~~ 눈에 선하다. 양평대첩을 시작으로 광장대첩, 거제대첩, 베트남대첩... 좋은 추억을 함께 한 시간들이 꿈결같..

며늘이 페북에 올린 글

​ 김연님 ​ ​ 설날 아침 늦잠을 자고 나온 나를 보고 시어머니는 고무장갑을 벗어 꼭 안아주셨다. ​ "연님아, 너네 마음 아파서 어쨌니... 나는 그것도 모르고..." ​ 어머니는 아지의 존재를 몰랐지만 전날 저녁 우연히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한번 울컥 눈물을 토했는데, 마음이 내내 아프셨나보다. ​ "있잖아 연님아, 슬픔을 자꾸자꾸 이야기 해야 해." ​ 어머니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지만 친구분이 12년을 키운 거북이를 잃고 가족들이 며칠을 상실의 아픔으로 울며 보냈다는 말씀을 또 해주신다. ​ 자꾸 내가 말하게 하며 나의 슬픔이 얼마나 타당한지 알게 해주셨다. 마치 우리 아지가 주던 분별치 않는 사랑으로 지금의 아픔을 안아주는 것처럼 너무 따스해서 나는 순간 얼음이 깨졌다..

보름밥

언니의 호출이다. 11시경 출발, 거한 보름상을 받았다. 저 밥과 국을 다 먹고 나물도 엄청 먹었다. 모두 간이 입에 딱 맞았다. 봄동겉절이까지. ... 나도 언젠가 이렇게 차려서 언니와 형부를 불러야하리. 맘만 먹었다. 띠동갑 언니는 대가족 살림을 살아서 손이 크다. 살림 고수다. 맘도 넓다. 나도 12년 후까지 저렇게 음식을 차릴 수 있을까.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 ​ 재래식 호두까기. ㅋㅋ ​ ​ 돌아올때 이렇게 싸줬다. 오면서 동갑 시누이네 집에 들러 나눠주고 .... 사과와 케잌, 음료를 얻어오고. ​

89세, 고운 손

시인회의 모임날이다. 서현에서 9401를 탔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나를 옆에 앉으라고 이끈다. 내게 "자리 잡아두었다" 며 웃는다. 자리에 앉아 옆을 보니 손에 메니큐어가 예사롭지 않다. "이 손톱 손질 어떻게 하신거에요?" 하고 물으니 심심해서 직접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자도 코트도 보라색이다. 멋지세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니 손을 모아주신다. 보라색을 좋아해서인지 외롭게 살았다고 하신다. 지금 89세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살에 결혼해서 5녀1남을 두었는데 남편이 41살에 저 세상을 갔다고 하신다. 그후 혼자서 6남매를 키웠다고 하신다.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분당에 딸 셋, 서울에 딸 하나. 막내딸은 일본에 살고, 손자녀가 13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들네랑 함께 사신다..

설, 완결

설 전전전날 언니네 가서 언니가 만든 전과 만두를 얻어오고, ​ 설 전전날 세째 오빠랑 만나서 엄마 묘소에 다녀오고, 함께 점심을 먹고. ​ 설 전날 아들 며늘이 장 보고 선물 잔뜩 가져와서 마련하고 ... 저녁을 먹으며 화이트와인 두 병을 마시며 그동안 슬픈 일이 있었다며 며늘이 슬픔 복받치는 눈물을 보인다. 키우던 고양이 중 가장 이뻐하던, 아들 표현으로 96%, 어린 냥이 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단다. 아직 둘 다 우는 날이 많다고, 사랑을 주고 느끼면 자식과 같은 관계가 이루어진다. 며늘의 이력에 '반려인 1, 반려묘 3 '이런 걸 본 기억이 난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나... ​ 설날, 딸네 네 식구가 오고 모두 모여 새배를 하고 아들네는 저녁 전에 가고, 저녁 식사를 하며 딸과 난 와인 한 ..

자랑질

제주에 일년살이를 세 번째 하고 있는 후배가 보내 온 선물이다. 모두 시간과 정성을 들인 애들이다. 좋은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가 비트를 사다가 말렸다고 한다. 비트차, 무차, 청귤차, 귤잼, 동백기름... 웃음나는 편지는 또... 좌우튼 자랑질을 부르는 귀한 선물이다. ​ ​ ​ 요즘은 잡지를 읽은 시간이다. 좋은 작품 발견하려고 눈을 혹사하고 있다. 사막에서 선인장찾기? 모래톱에서 이쁜 조개껍질 찾기? 그곳에 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정기총회

문학위원장이 된 이혜민 시인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오봉옥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서 성남민예총 문학분과 회원이 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타지로 이사를 가고 오 선생님의 후임 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간부터 자부심 가지고 만들던 문예비평지 과 예산이 70% 삭감되었다. 다른 분과도 50~70% 삭감되었다. 시의 문화정책이 퇴행하고 있다. ​ ​ 문학, 음악. 세 분과 위원장이 바뀌었다. 아주 젊어졌다. 26세가 상큼한 인사를 한다. 그러고보니 이 모임에 내가 최고령인듯.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뒷풀이에서 식사하며 와인 서너 잔 마셨다. 멋진 건배사도 많았다. '우하하'만 남았다. 뒷풀이 중간에 일어서 나왔다. 최고령 퇴장이라니까 몇몇은 덕담을 해준다. ​ ​ 우수회원 시상식, ..

언 강에 선 날

한참 전에 잡아둔 홍천행이다. 구리역에서 한 선생이 픽업해주었다. 지하철 타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어리버리 하던 내가 서울둘레길을 지하철만 이용해서 다닌 덕분이다. ​ ​ 송 샘이 집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겨울에 방문은 처음이다. 춥기는 해도 쾌청한 날씨다. 정겨운 집, 딱 있을 것만 있는 간소한 살림살이도 참 좋다. ​ 송작가의 작업실을 지나 ​ 마당에 버려진 호박도 정겹다 ​ 생각하는 의자도 그래로 추위를 견디고 있고... 차담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기쁜 소식이다. 내 능력보다 행운이다. 전화 받는 것을 본 두 사람에게 오늘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첫 축하를 받았다. ​ ​ 송샘이 산책로를 소개했다. 언 강에 서서 작품을 구상하라고 했다. 이 얼음강 아래에서 울리는..

과타박스

시인회의 모임을 과천 한 선생댁에서 했다. 집밥 풀 서비스에 전문점 커피까지 내려주는 이곳을 쥔장이 '과타박스'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고객님~ 고객님" 하며 주문을 받는다. 오늘은 오 선생님과 7인이 모였다. ​ ​ 과타박스에 들어서니 막내인 진영씨가 봄동 겉절이를 버무리고 있다. ​ 곤드레밥이 고슬고슬~ ​ 큰 솥에 호박죽 ​ 전복 버터구이 ​ 깔끔한 건강 밥상 ​ 스님이 만들었다는 대봉시 곶감과 커피, 수제 대추차 ​ 푸지게 먹고 마시고... 시 합평은 4편, 오랜만에 내가 써간 시를 읽고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 강 시인의 시 가 좋다. 함소입지는 웃음을 머금고 땅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 오 선생님의 황진이 시에 대한 예찬이 새롭다. 연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