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0

자랑질

제주에 일년살이를 세 번째 하고 있는 후배가 보내 온 선물이다. 모두 시간과 정성을 들인 애들이다. 좋은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가 비트를 사다가 말렸다고 한다. 비트차, 무차, 청귤차, 귤잼, 동백기름... 웃음나는 편지는 또... 좌우튼 자랑질을 부르는 귀한 선물이다. ​ ​ ​ 요즘은 잡지를 읽은 시간이다. 좋은 작품 발견하려고 눈을 혹사하고 있다. 사막에서 선인장찾기? 모래톱에서 이쁜 조개껍질 찾기? 그곳에 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정기총회

문학위원장이 된 이혜민 시인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오봉옥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서 성남민예총 문학분과 회원이 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타지로 이사를 가고 오 선생님의 후임 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간부터 자부심 가지고 만들던 문예비평지 과 예산이 70% 삭감되었다. 다른 분과도 50~70% 삭감되었다. 시의 문화정책이 퇴행하고 있다. ​ ​ 문학, 음악. 세 분과 위원장이 바뀌었다. 아주 젊어졌다. 26세가 상큼한 인사를 한다. 그러고보니 이 모임에 내가 최고령인듯.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뒷풀이에서 식사하며 와인 서너 잔 마셨다. 멋진 건배사도 많았다. '우하하'만 남았다. 뒷풀이 중간에 일어서 나왔다. 최고령 퇴장이라니까 몇몇은 덕담을 해준다. ​ ​ 우수회원 시상식, ..

언 강에 선 날

한참 전에 잡아둔 홍천행이다. 구리역에서 한 선생이 픽업해주었다. 지하철 타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어리버리 하던 내가 서울둘레길을 지하철만 이용해서 다닌 덕분이다. ​ ​ 송 샘이 집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겨울에 방문은 처음이다. 춥기는 해도 쾌청한 날씨다. 정겨운 집, 딱 있을 것만 있는 간소한 살림살이도 참 좋다. ​ 송작가의 작업실을 지나 ​ 마당에 버려진 호박도 정겹다 ​ 생각하는 의자도 그래로 추위를 견디고 있고... 차담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기쁜 소식이다. 내 능력보다 행운이다. 전화 받는 것을 본 두 사람에게 오늘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첫 축하를 받았다. ​ ​ 송샘이 산책로를 소개했다. 언 강에 서서 작품을 구상하라고 했다. 이 얼음강 아래에서 울리는..

과타박스

시인회의 모임을 과천 한 선생댁에서 했다. 집밥 풀 서비스에 전문점 커피까지 내려주는 이곳을 쥔장이 '과타박스'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고객님~ 고객님" 하며 주문을 받는다. 오늘은 오 선생님과 7인이 모였다. ​ ​ 과타박스에 들어서니 막내인 진영씨가 봄동 겉절이를 버무리고 있다. ​ 곤드레밥이 고슬고슬~ ​ 큰 솥에 호박죽 ​ 전복 버터구이 ​ 깔끔한 건강 밥상 ​ 스님이 만들었다는 대봉시 곶감과 커피, 수제 대추차 ​ 푸지게 먹고 마시고... 시 합평은 4편, 오랜만에 내가 써간 시를 읽고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 강 시인의 시 가 좋다. 함소입지는 웃음을 머금고 땅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 오 선생님의 황진이 시에 대한 예찬이 새롭다. 연구할 수..

동백

분재분에서 살고 있는 동백에 꽃망울 4개가 맺혔다. 작년에는 7개가 맺혀서 한개도 활짝 입을 열지 않고 목을 꺾었다. 올해는 벌써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홀로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좋아한다. 오래 전에 쓴 글도 불러온다. ​ ​ ​ ​ 동백冬柏 노정숙 ​ ​ 가을부터 앙다문 입술 흰 눈을 머리에 이고도 여문 입을 열지 않는다 새빨간 입술만 봐도 설렌다 살짝 내민 혓바닥에 황금빛 조화 서리면 바짝 달아오른다 어쩌라고 규중처자인양 옅은 미소만 머금고 새치름하다 어쩌자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목을 탁, 꺾는다 ​ ​ ​ ​ ​ ​ ​ ​ ​ ​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이다. ​ ​ ​ 동백이 흰눈을 머리에 이어야 하는데 ... 고모님이 주신 항아리만 눈맞이 ​ 창밖에 내리는 눈과 동백을 바라보며 베트..

햇볕을 따라

햇볕이 좋은 계절이다. 라는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고 한다. ​ 78세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다. 4인이 만났다. 86세 문선배님을 픽업했지만 선배님도 아직 운전대를 놓지는 않으셨다. 내 나이는 잊고 사는데 선배님의 나이를 자꾸 떠올리는 건 무슨 심사인지... 저 나이에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정희 선생님은 확실한 예술가다. 무용에 일가를 이뤘으면서 그림을 10동안 그리고, 이제 수필에 도전이다. 사실 수필은 도전 거리가 아니다. 그동안의 삶을 잘 정리하면 된다. 마침 살림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줄이고 작품 몰두에 들어가려는 준비인 듯. 작품이 될만한 철학적 화두를 꺼냈는데..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 ​ ​ 햇볕을 받으며 햇볕에 관한 글을..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출간기념회

​ ​ '오늘 출간기념회에는『The 수필 2024』에 수록된 수필가 60명 중 45명이 참여하고 맹난자 고문과 선정,자문위원과 여러 수필잡지 주간과 편집장 등 56명이 모여 맛난 식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출간기념회 참석을 위해 저 멀리 거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 수필가도 있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원 철학박사이자 기아대책 이사장인 손봉호 수필가도 참석했고 에세이문학 이원영 주간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 -- 북인 조현석 대표가 페북에 올린 글 중에서 ​ ​ 글로만 보던 작가들을 만났다. 허정열 선생은 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었다. 올해는 처음 만난 얼굴들이 많았다. 새로운 작가를 추천하려고 애쓴 결과다. ​ ​ 한복용 선정위원이 사회를 보고 ​ 맹난자 고문의 말씀 ​ ​..

새해 첫날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잔을 했다. 남편은 술이 완전히 줄어서 내가 더 마신듯 하다. 아이들과 톡으로 Happy new year~를 나누고~~ 화사한 꽃이 좋은 걸 보니 늙긴 늙었다. ​ 야밤에 연예대상을 보면서 저걸 다 먹고 맥주 캔도 3개 마셨다. ​ 새해라고 사위와 태경 시경 딸의 전화를 받고, 어른들께 전화를 하고. 친구들과는 톡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가로움도 잠시, 아들며늘이 저녁에 왔다. 아침은 공무로 떡국, 점심도 처가에서 떡국을 먹었다고 해서 난 국수를 끓였다. 샐러드와 녹두빈대떡을 곁들여 가볍게 먹었다. 아들이 베트남에서 족제비 커피를 사왔다고 내려줬다. 카페인 성분이 낮아서 부드럽고 맛은 있다. 3박5일 몇 십만원짜리 패키지 여행을 하며 300만원짜리 침향을 어른들은 거의 샀다고 한다..

진짜 송년 / 월하오작

올해 마지막 날이다. 월하오작이 어렵게 잡은 날짜다. 아들이 오늘 점심에 와도 되냐고 했는데... 선약있다고. 바쁜 아들은 잠깐 짬이 날때 다녀가는데 벌써 두 번이나 내 선약때문에 미뤄진다. ​ 달빛 아래서 다섯 사람이 모여 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모두 한 잔 할 줄 아는, 가장 오래된 문우다. 그러나 낮 모임으로 바뀌었다. 글을 쓰며 얻은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오랜시간 합평과 여행을 함께 했으니 서로 민낯을 다 봤다. 잘 살아낸 시간에 감사하며, 새해에도 잘 살아내자고 다짐한다. 모두 무탈하여, 다시 달빛 아래서 한잔 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 ​ ​ 5인5색, 정겨운 선물도 나누고~ 모두 고맙다. ​

2년 만에 방문

자임과 율리아나형님과 10시에 만나서 제노비아 형님댁을 갔다. 오픈하우스라고 언제든 자주 오라고 하셨는데 2년만이다. '삼성전원마을'은 변함없이 아늑하다. 초인종도 안 누르고 그냥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 ​ ​ ​ 코로나 때 이웃 사람들이 이 테이블에 먹을 것을 놓고 갔다고 한다. ​ 벽난로가 대기하고 있고 ​ 점심 준비도 다 해놓으셨다. ​ 84세 형님은 아직도 요리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매주 월요일 아드님 신부님과 음악하는 사람들 밥을 해주는데 새롭게 궁리하는 것도 행복하시단다. ​ 올해 최고 맛있는 김치를 먹었다. 굴비도 갈비도 간이 딱 맞고 청국장은 슴슴해서 많이 먹었다. 술도 취향대로 마시라고 다 내놓아서, 친구는 막걸리, 나와 형님들은 양주 한 잔. 난 또 생막걸리도 한 잔. 포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