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64

며늘이 페북에 올린 글

​ 김연님 ​ ​ 설날 아침 늦잠을 자고 나온 나를 보고 시어머니는 고무장갑을 벗어 꼭 안아주셨다. ​ "연님아, 너네 마음 아파서 어쨌니... 나는 그것도 모르고..." ​ 어머니는 아지의 존재를 몰랐지만 전날 저녁 우연히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한번 울컥 눈물을 토했는데, 마음이 내내 아프셨나보다. ​ "있잖아 연님아, 슬픔을 자꾸자꾸 이야기 해야 해." ​ 어머니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지만 친구분이 12년을 키운 거북이를 잃고 가족들이 며칠을 상실의 아픔으로 울며 보냈다는 말씀을 또 해주신다. ​ 자꾸 내가 말하게 하며 나의 슬픔이 얼마나 타당한지 알게 해주셨다. 마치 우리 아지가 주던 분별치 않는 사랑으로 지금의 아픔을 안아주는 것처럼 너무 따스해서 나는 순간 얼음이 깨졌다..

보름밥

언니의 호출이다. 11시경 출발, 거한 보름상을 받았다. 저 밥과 국을 다 먹고 나물도 엄청 먹었다. 모두 간이 입에 딱 맞았다. 봄동겉절이까지. ... 나도 언젠가 이렇게 차려서 언니와 형부를 불러야하리. 맘만 먹었다. 띠동갑 언니는 대가족 살림을 살아서 손이 크다. 살림 고수다. 맘도 넓다. 나도 12년 후까지 저렇게 음식을 차릴 수 있을까.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 ​ 재래식 호두까기. ㅋㅋ ​ ​ 돌아올때 이렇게 싸줬다. 오면서 동갑 시누이네 집에 들러 나눠주고 .... 사과와 케잌, 음료를 얻어오고. ​

89세, 고운 손

시인회의 모임날이다. 서현에서 9401를 탔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나를 옆에 앉으라고 이끈다. 내게 "자리 잡아두었다" 며 웃는다. 자리에 앉아 옆을 보니 손에 메니큐어가 예사롭지 않다. "이 손톱 손질 어떻게 하신거에요?" 하고 물으니 심심해서 직접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자도 코트도 보라색이다. 멋지세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니 손을 모아주신다. 보라색을 좋아해서인지 외롭게 살았다고 하신다. 지금 89세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살에 결혼해서 5녀1남을 두었는데 남편이 41살에 저 세상을 갔다고 하신다. 그후 혼자서 6남매를 키웠다고 하신다.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분당에 딸 셋, 서울에 딸 하나. 막내딸은 일본에 살고, 손자녀가 13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들네랑 함께 사신다..

설, 완결

설 전전전날 언니네 가서 언니가 만든 전과 만두를 얻어오고, ​ 설 전전날 세째 오빠랑 만나서 엄마 묘소에 다녀오고, 함께 점심을 먹고. ​ 설 전날 아들 며늘이 장 보고 선물 잔뜩 가져와서 마련하고 ... 저녁을 먹으며 화이트와인 두 병을 마시며 그동안 슬픈 일이 있었다며 며늘이 슬픔 복받치는 눈물을 보인다. 키우던 고양이 중 가장 이뻐하던, 아들 표현으로 96%, 어린 냥이 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단다. 아직 둘 다 우는 날이 많다고, 사랑을 주고 느끼면 자식과 같은 관계가 이루어진다. 며늘의 이력에 '반려인 1, 반려묘 3 '이런 걸 본 기억이 난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나... ​ 설날, 딸네 네 식구가 오고 모두 모여 새배를 하고 아들네는 저녁 전에 가고, 저녁 식사를 하며 딸과 난 와인 한 ..

자랑질

제주에 일년살이를 세 번째 하고 있는 후배가 보내 온 선물이다. 모두 시간과 정성을 들인 애들이다. 좋은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가 비트를 사다가 말렸다고 한다. 비트차, 무차, 청귤차, 귤잼, 동백기름... 웃음나는 편지는 또... 좌우튼 자랑질을 부르는 귀한 선물이다. ​ ​ ​ 요즘은 잡지를 읽은 시간이다. 좋은 작품 발견하려고 눈을 혹사하고 있다. 사막에서 선인장찾기? 모래톱에서 이쁜 조개껍질 찾기? 그곳에 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정기총회

문학위원장이 된 이혜민 시인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오봉옥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서 성남민예총 문학분과 회원이 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타지로 이사를 가고 오 선생님의 후임 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간부터 자부심 가지고 만들던 문예비평지 과 예산이 70% 삭감되었다. 다른 분과도 50~70% 삭감되었다. 시의 문화정책이 퇴행하고 있다. ​ ​ 문학, 음악. 세 분과 위원장이 바뀌었다. 아주 젊어졌다. 26세가 상큼한 인사를 한다. 그러고보니 이 모임에 내가 최고령인듯.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뒷풀이에서 식사하며 와인 서너 잔 마셨다. 멋진 건배사도 많았다. '우하하'만 남았다. 뒷풀이 중간에 일어서 나왔다. 최고령 퇴장이라니까 몇몇은 덕담을 해준다. ​ ​ 우수회원 시상식, ..

언 강에 선 날

한참 전에 잡아둔 홍천행이다. 구리역에서 한 선생이 픽업해주었다. 지하철 타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어리버리 하던 내가 서울둘레길을 지하철만 이용해서 다닌 덕분이다. ​ ​ 송 샘이 집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겨울에 방문은 처음이다. 춥기는 해도 쾌청한 날씨다. 정겨운 집, 딱 있을 것만 있는 간소한 살림살이도 참 좋다. ​ 송작가의 작업실을 지나 ​ 마당에 버려진 호박도 정겹다 ​ 생각하는 의자도 그래로 추위를 견디고 있고... 차담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기쁜 소식이다. 내 능력보다 행운이다. 전화 받는 것을 본 두 사람에게 오늘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첫 축하를 받았다. ​ ​ 송샘이 산책로를 소개했다. 언 강에 서서 작품을 구상하라고 했다. 이 얼음강 아래에서 울리는..

과타박스

시인회의 모임을 과천 한 선생댁에서 했다. 집밥 풀 서비스에 전문점 커피까지 내려주는 이곳을 쥔장이 '과타박스'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고객님~ 고객님" 하며 주문을 받는다. 오늘은 오 선생님과 7인이 모였다. ​ ​ 과타박스에 들어서니 막내인 진영씨가 봄동 겉절이를 버무리고 있다. ​ 곤드레밥이 고슬고슬~ ​ 큰 솥에 호박죽 ​ 전복 버터구이 ​ 깔끔한 건강 밥상 ​ 스님이 만들었다는 대봉시 곶감과 커피, 수제 대추차 ​ 푸지게 먹고 마시고... 시 합평은 4편, 오랜만에 내가 써간 시를 읽고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 강 시인의 시 가 좋다. 함소입지는 웃음을 머금고 땅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 오 선생님의 황진이 시에 대한 예찬이 새롭다. 연구할 수..

동백

분재분에서 살고 있는 동백에 꽃망울 4개가 맺혔다. 작년에는 7개가 맺혀서 한개도 활짝 입을 열지 않고 목을 꺾었다. 올해는 벌써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홀로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좋아한다. 오래 전에 쓴 글도 불러온다. ​ ​ ​ ​ 동백冬柏 노정숙 ​ ​ 가을부터 앙다문 입술 흰 눈을 머리에 이고도 여문 입을 열지 않는다 새빨간 입술만 봐도 설렌다 살짝 내민 혓바닥에 황금빛 조화 서리면 바짝 달아오른다 어쩌라고 규중처자인양 옅은 미소만 머금고 새치름하다 어쩌자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목을 탁, 꺾는다 ​ ​ ​ ​ ​ ​ ​ ​ ​ ​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이다. ​ ​ ​ 동백이 흰눈을 머리에 이어야 하는데 ... 고모님이 주신 항아리만 눈맞이 ​ 창밖에 내리는 눈과 동백을 바라보며 베트..

햇볕을 따라

햇볕이 좋은 계절이다. 라는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고 한다. ​ 78세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다. 4인이 만났다. 86세 문선배님을 픽업했지만 선배님도 아직 운전대를 놓지는 않으셨다. 내 나이는 잊고 사는데 선배님의 나이를 자꾸 떠올리는 건 무슨 심사인지... 저 나이에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정희 선생님은 확실한 예술가다. 무용에 일가를 이뤘으면서 그림을 10동안 그리고, 이제 수필에 도전이다. 사실 수필은 도전 거리가 아니다. 그동안의 삶을 잘 정리하면 된다. 마침 살림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줄이고 작품 몰두에 들어가려는 준비인 듯. 작품이 될만한 철학적 화두를 꺼냈는데..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 ​ ​ 햇볕을 받으며 햇볕에 관한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