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17

와장창~~

30여 년 전, 이 집에 입주할 때 친구가 선물한 액자다.클로드 모네 그림 복사판이다. 파리 미술관에서 산 거다. 처음에는 거실에 있던 것이 친구의 그림이 늘어나면서 베란다로 내쳐졌다.  새벽녘에 와장창 공사판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 그림이 엎어져 유리가 깨졌다. 바람이 센데 창문을 열어놓은 탓이다. 다행인 건 건너편 화분이 깨지지 않고 수국 줄기 하나가 꺾였을 뿐이다. 아이고~~ 감사, 감사~​무거운 옷을 벗은 듯 가뿐해졌다. 이제 유리를 벗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액자에서도 풀어놓을수 있음 좋겠다.오래전, 매달린 십자고상이 떨어져 십자가를 벗은 예수의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게 떠오른다. ​​깨진 유리를 수습하느라 다리에 살짝 피를 보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손만 조심했는데...​    내친김에 ..

비건 밥상

아들 며늘이 다녀갔다. 번개 밥상 치고는 맛있게 차려주었다. 내맘대로 비건 밥상이다. 거창한 드라이기를 선물받았다. 저 많은 걸 다 쓸까? 오랫만에 아들이 내 컴에 영화를 넣어줬다. 남편은 모임에 간다고 아들 차로 함께 나갔다. 홀로 널널하게 영화 4편을 봤다. ​* 디 아트 피스 걸아동범죄를 막기 위해 만든 AI 소녀 체리. 인간의 감정을 학습한다. 아니 창조하는 건가?미래 AI가 스스로 진화한다는 설정이 황당함을 넘어 두 렵 다.​* 당신이 잠든 사이 추자연, 이무생 주인공 한국영화인데 반전이 막강하다. 이런 남자 순애보라니... 아유 맘 아프다.​* 더 웨일참담한 주인공 브렌든 프레이저의 실제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니 더욱 착잡해졌다. 얼굴없이 줌으로 문학 강의를 하는 모습, '모비딕'에 대해 딸..

심각한 책장

지난 주 수업에 권선생이 재미있는 작품으로 김점선의 을 소개했다. 집에 와서 그의 책을 찾느라 책장을 뒤집었다. 다 헤치지는 못하고 두 권을 찾았다. 다시 책들을 내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리모델링 하기전에 김점선 책이 주르륵 꽂혀있던 위치가 생각나는데... 다 어디로 갔나. ​우선 10개 넘게 오는 지난 잡지들을 버려야 하고,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도 내 놓고 책장을 헐렁하게 해야한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안 된다. 다시 읽을 책을 극소수로 남겨두고 다 내쳐야 한다. 당분간은 주문을 자제하고, 읽은 책 다시 읽기로. 책장을 넓히지 말기로. ​아, 지지난 수업에 신입생 ㄱ 씨가 절판된 내 첫 책 을 구해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서명한 것까지 있다. 책 상태는 깨끗했다. 내가 서명한 내용을 보니 2..

애쓰셨습니다

그제 밤에 친구가 밤마실을 왔다. 우리집 도착하자마자 요양병원에서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영상으로 어머니 모습도 봤다. 콧줄을 끼고 거의 의식이 없어보였다. 예전부터 미용실에서 막 나온 머리 모양에 언제나 잘 가꾼 화려한 손톱이 떠오른다. 여전히 잠자는 듯 고으시다. ​한참 이야기 하다가 10시 20분에 운명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미 준비된 일이라 침착했다. 벌써 유언도 하고 임종  '모여 헤쳐'도 여러번 한 상태다. ​중딩 친구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장인급이다. 친구도 이어받아 솜씨가 좋다.병원에 계신 2년 동안 내내 반찬과 죽을 해다 날랐다. 어머니만 드시는 게 아니라 같은 방 사람을 다 나눠줘야 한단다. 손이 큰 어머니는 딸 힘들 걸 모르신다. 그걸 다 해내는 딸도 대단하다. ..

고립주의자 Ⅱ / 이루마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로 크리틱스쵸이스 댄스페스티벌에 갔다.작년에 이어 이루마의 를 무대에 올렸다. ​오늘은 두 작품 장경민의 와 이루마의 공연이 끝나고 두 안무가와 관객의 대화가 있었다. 장경민의 팔자는 타고난 천성인 '팔자'와 예술이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람의 '팔자'를 이야기한다. 남자 무용수 4명과 여자 무용수 1명은 50분 동안 펄펄 뛰며 땀이 뚝뚝 떨어졌다. 역동적인 춤에 '멋지다'보다 '얼마나 힘들까' 하며 바라보는 내가 우스웠다. 공연이 끝나고 힘차게 박수를 쳤다. 현대사회에 늘어가는 고립주의자를 표현한 '고립주의자Ⅱ'는 천장에서 묶인 사람이 내려오는 첫 장면이 강했다. 목숨을 버리는 고립주의자를 구조한다. 밀고 당기고 끝내 함께 엉키는 사람, 사람들... 확연한 메시지가 전해온다. 안타까운..

행운

간밤에 거센 바람때문에 일어났다.실외기 위에 놓아둔 화분이 타일바닥에 떨어졌는데 안 깨졌다. 아, 행운이다. ​잠 들기 전에 슬픈 감정은 어디로 가고, 이 작은 일에 행운을 떠올렸을까.인간이 이리도 얄팍하다. 마침 사촌동생 윤희한테 전하니 "언니 자체가 행운이에요."이렇게 이쁜 말로 위로를 한다. ​오늘 요가 수업 전에 젊은 선생이남편에게 카레를 해줬더니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 그랬단다. 그냥 "맛있네" 그러면 좀 좋냐고. 왜 그렇게 이쁘게 말할 줄을 모르냐고.자기는 국문과 출신이라서 이쁘게 말하는 걸 좋아한단다. ㅋㅋ​이쁘게 말하기, 이쁘게 생각해야 이쁜 말이 나오는 거 아닌가.훈련이 필요하다. 나도 남편에게 핀잔듣는 말이다. 이쁘게 말 안한다고. 반성!​​

김민기를 추모하며

종일 서성이다 국선도를 다녀오고오랜만에 집에서 남편과 술을 마셨다. 매운 닭발과 슴슴한 오이지를 안주로 소맥을 몇 잔 마셨는데 금새 취기가 온다. 이런...​2024년 7월 21일,51년생 그는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다. 위암이었다고... 많이 아팠을까.죽음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으리라. 시대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대 정신을 꼿꼿하게 세우고 올곧게 잘 살다 갔다. '뒷것'을 자처하는 그의 그득한 품성과 인성에 그리운 사람들이 많을 게다. 학전의 '지하철 1호선' 공연후, 무대에서 본 김민기, 마냥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잘 가세요. 우리들의 시대를 빛냈던 맑은 사람. 고맙습니다.​지난 주 만난 세째 오빠가 떠오르며 맘이 나쁘다. 오빠도 아기가 되어가며 하늘나라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회원의 날 / 민예총

민예총 회원의 날을 서현문화의집에서 했다. 12시에 모여 남한산성 식당에서 배달해온 닭백숙과 닭죽, 닭도리탕과 도토리묵, 열무김치, 감자전, 야채전들로 식사를 했다. 술은 온갖 종류 다 있고, 난 물대신 맥주를 몇 잔하고. 문학위원은 달랑 3명, 그래도 할 일은 했다. 굿, 극, 미술, 음악.. 위원회 별로 공연하고 노래도 하고...  https://www.facebook.com/share/p/qWx8W65aYi2NX6us/?mibextid=xfxF2i​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www.facebook.com ​​이야기 중에 옥상 텃밭을 동네 열 집에 분양을 해서 키우고 있단다. 급 관심~ 문학위 3인과 옥상에 올라가봤다. ​친구 딸네 아파트가 보이고, ..

비 오는 날, 걷기

새벽에 우르릉 쾅쾅거리며 비가 내렸다. 9시경 비가 잦아들어서 오늘 10시 출발 걷기 모임은 강행하기로 했다. ​이정희 선생님의 '몸학교'에서 수박과 커피 쿠키를 먹고 11시경 출발.불곡산 걷기로 한 것을 율동공원으로 바꿨다. ​​​맨발로 걷고 진흙길도 걷고 싶었는데... 참 았 다. ​​​​​​​​​​​한바퀴 돌고 '와궁'에 가서 돼지갈비와 냉면으로 점심 거하게 먹고 하루를 마쳤다. 비가 와서 더 좋았다. 땀을 흘리지 못한 게 살짝 아쉽지만. ​​

계간현대수필 정기총회

우리들의 날이다. 올해부터 동인지 를 격년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부산, 창원, 홍천.. 멀리서 온 작가들 특히 고맙고, 감사히 잘 지나갔다. ​​​​여자들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던 시대에 작품에 나타난 예들이 바로 와 닿았다. 질의 시간에 권 선생이 질문하면서 실명으로 적나라하게 고발했던 문정희 시가 떠올랐다.후배 작자들에 의해 탄실 김명순이 재조명 되고 있다는 응답이 다행이다. ​ ​한 여자를 죽이는 일은 간단했다.유학 중 도쿄에서 고국의 선배를 만나데이트 중에 짐승으로 돌변한 남자가강제로 성폭행을 한 그날 이후여자의 모든 것은 끝이 났다 ...​뭇 남자들이 다투어 그녀를 냉소하고 ...식민지 문단의 남류들은 죄의식 없이한 여성을 능멸하고 따돌렸다...​​​풍경소리 통기타 초대​​아주 간단한 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