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밤에 친구가 밤마실을 왔다. 우리집 도착하자마자 요양병원에서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영상으로 어머니 모습도 봤다. 콧줄을 끼고 거의 의식이 없어보였다. 예전부터 미용실에서 막 나온 머리 모양에 언제나 잘 가꾼 화려한 손톱이 떠오른다. 여전히 잠자는 듯 고으시다.
한참 이야기 하다가 10시 20분에 운명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미 준비된 일이라 침착했다.
벌써 유언도 하고 임종 '모여 헤쳐'도 여러번 한 상태다.
중딩 친구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장인급이다. 친구도 이어받아 솜씨가 좋다.
병원에 계신 2년 동안 내내 반찬과 죽을 해다 날랐다. 어머니만 드시는 게 아니라 같은 방 사람을 다 나눠줘야 한단다. 손이 큰 어머니는 딸 힘들 걸 모르신다. 그걸 다 해내는 딸도 대단하다. 이제 친구도 관절이며 여러 병이 깊다. 한계에 이르긴 했다. 돌아가시면 후회할까봐 최선을 다한다고했다.
어머니 평안히 가세요. 93년 동안 이 세상에서 잘 사셨습니다.
순성아 ~~ 애썼다.
어제 이대서울 병원에 문상을 다녀왔다. 분당에서 중딩 친구 셋이 만나 지하철로. 왕복 3시간 수다 삼매에 들었다. 지하철 5호선에 병원 연결통로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중딩 친구 6인을 만났는데 그 중 셋이 '정숙'이다.
중3때 내 짝 홍정숙의 작은 딸에게 차 대접을 받았다. 38세 방송작가다. 이쁘고 상냥한데 남자가 없단다.
엄마 태우고 와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 셋에게 마흔 언저리에 아직 결혼 안 한 딸들이 둘, 둘, 하나다. 모두 끌탕이다.
어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기를...
한 친구는 결혼이 어렵다면 아기라도 낳으면 좋겠단다. 이런... 망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