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동네책방에서 사온 책이다. 읽는데 한참 걸렸다.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가 살아낸 시대를 재구성했다. 곁에서 바라본 듯, 가까운 시선으로 그의 모든 것은물론 그가 담겼던 시대상까지 세세히 들여다본다. 필연의 고리가 훤히 꿰어지도록.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살인범이 되었으나 배심원들이 입장바꿔 생각하며 풀려났다. 그 시대상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너무 어린 아내, 플로라를 선택한 게 불운이다. 두 아이를 사산하고, 세번 째 아들을 낳고 정부가 남편에게 살해되고, 이혼을 요구하다 병이 들어 죽은 플로라는 스물네살이었다. 자유연애와 여권운동이 혐오의 대상이던 시대다.
작가연보가 15쪽, 각주가 41쪽에 달한다.
한 세기 전 사람을 기록함에 있어 이런 치열함이 필요하다. 숙연해졌다. 유난히 포스트잇이 많이 붙였다.

*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 산업화의 신기술에 어느 정도는 저항했다. 하지만 그들도 초기에는 유럽식 전환을 낯설어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그 지역에 들어오기 오래전부터 유럽문화의 면면은 전해지고 있었다. - 북동쪽에서는 질병과 총이, 남서쪽에서는 말馬이 전해졌다. (99쪽)
*1872년, 풍경사진가로서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던 바로 그해에 머이브리지가 다른 작업을 진행했고, 그후로는 풍경사진에서 완전히 떠났다. 당시에는 스텐퍼드를 위한 동작연구가 잠깐의 외도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5년 후에 머이브리지는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찾아냈고, 움직이는 몸을 촬영하는 것이 일생의 작업이 되었다. 그 5년 동안 사진가 머이브리지는 많은 것을 이루었고, 인간 머이브리지는 많이 파괴되었다. (155쪽)
* 머이브리지는 현대화로 향하는 여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가 작업했던 연작들 - 동작의 신비, 외진 풍경, 인디언 전쟁, 도시의 순간들, 대륙횡단철도, 그외 서부의 변화들 - 이 모두 거기에 해당한다. 그가 찍은 모도크족의 사진들이 대단히 표현적인 예술작품은 아니다. 거기서 중요한 점은 그가 지켜봤다는 사실, 그 역사를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다른 역사들, 즉 실재의 세계에서 이미지의 세계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와 연결했다는 사실이었다. (190쪽)
* 시간은 머물지 않는다.
같은 대상이 시간니아 날짜,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그렸던 글로드 모네 같은 화가만이 머이브리지의 발견에서 편안함을 느꼈을 것아다. 에드가르 드가도 사진을 바탕을 한 말 그림 여러장을 남겼다.
고속사진이 고여준 모습과 육안으로 본 모습은 일치하지 않았지만, 가메라가 제시한 즐거는 사실주의에 헌신한 사람들로서도 뒤집을 수 없었다. (301쪽)
* 스텐퍼드 부부가 세울 대학은 평범한 대학이어서는 안 되었다. 전통적인 대학 학제를 "여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여겼던 스탠퍼드는 과학과 실용기술을 중시하는 코넬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영향을 받았다. 한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대학의 목표는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 기술적 완숙도를 연마하고 연구의 영역을 확대하며 학자들이 자신이 지닌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358쪽)
* 그는 1904년 5월 8일 전립선암으로 사망했고, 화장 후 유해는 갈색 석판 밑에 묻혔는데, 묘비명의 이름에 '메이브리지 (Maybridge)로 오타가 있다. 유산은 모두 2919파운드 3실링 7펜스에 불과했지만 스탠퍼드와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전에 동작연구라는 유산을 남겼고, 그 유산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의 생애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361쪽)
* 머이브리지와 스텐퍼드는 너무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전자통신과 정보처리가 고속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추구하고 욕망했던 것들이 이 세계의 전조가 되었고, 그 토대로 어느정도 마련해주었다. 그 과정 역시 풍경 속에 새겨져 있다. 스탠퍼드는 19세기에 가장 명확한 방식, 즉 철도와 경마를 통해 속도를 추구했다. 머이브리지는 당시 가장 빨랐던 고속 촬영을 활용해 속도를 하나의 물질에서 시각적 현상으로 정제해냈다. (4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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