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598

The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

한 해의 결산이 나왔다. 각자 맡은 잡지를 열심히 읽고, 3개월마다 만나서 회의를 하며 만든 결과물이다. 보람은 있지만 무거운 작업이다. 공력을 들였으니 널리 많이 읽히길 기원한다. ​ ​ 책소개 2024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 60인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 맹난자 수필가와 7인의 선정위원이 2022년 겨울호부터 2023 가을호까지 전국에서 발행되는 수필잡지와 종합문예지, 신춘문예, 동인지를 살펴 분기별로 신작 15편씩 선정해 올해의 좋은 수필 60편을 선정했다. ​ 2023년과 마찬가지로 선정위원이 각 계절 당 추천한 수필 40여 편을 블라인드 형식으로 심사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추천한 작품에 대해서는 채점..

놀자, 책이랑 2023.12.18

나비 목걸이 / 최화경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에 숨 막혔던 나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 헤냈다. 그 누구도 , 나조차도 나를 구속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향해 모험을 하고 싶었다. 결혼 후에도 이런 환경이 달라지지 않자 더 늦기 전에 뭔가를 시도하자며 시작하게 된 것이 글쓰기였다. 아직도 여전히 스스로 규정한 틀 속에 갇혀 살고 있긴하지만 누구에게도 종용당하지 않고 내 스스로 내 삶의 주체가 된 것만큼은 큰 수확이다. - 책을 출간하며 ​ 작가의 말이 글쓰기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것이다. '자유와 실존의 날개를 펼치다' 최화경 선생의 화려한 모습에 자유와 실존과 일탈까지 기대했지만 이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시작과 끝을 떠난 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언니에게 향하는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그..

놀자, 책이랑 2023.12.18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김종원

강의 교재를 찾다가 주문한 책이다. '1장 괴테의 글쓰기를 당신의 삶에 적용하면 일어나는 변화'에 혹했다. 단숨에 쭉 읽힌다. 고개를 드니 150쪽이다.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삶을 글로 풀어 흔적을 남기면서 치유하고 위로받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고 이심전심 감동을 데려오고, 그런 것으로 알았는데. 글이 삶이 된다니... '오늘 아침 글을 쓴 사람이 작가' 라는 말에 합당한 모습이다. 우선 글을 쓰는 일이 먼저인 것이다. 느슨했던 내 세포들을 깨운다. 짧게 치고 들어오는 각성의 말들이 뜨끔뜨끔, 따끔하다. 위로도 된다. 북돋우는 힘도 받쳐주며 죽비를 휘두른다. 쓰는 일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전력투구하지 않은 삶에서는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을. 괴테와 이어령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글쓰기라는..

놀자, 책이랑 2023.11.29

헤어지기 좋은 시간 / 김재진

페북을 어슬렁거리다 주문한 책이다. 김미옥님이 추천한. 난 그에게 세뇌된 듯하다. 그가 좋다는 책을 저항없이 주문한다. ​ ​ - 따뜻한 송년 특집 2023년 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불우이웃돕기 북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화가이자 시인인 김재진의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텍스트로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송년 특집입니다. 詩의 모델이 된 무명 가수, 붕어빵 장수, 노년의 아름다운 실제 인물들이 콘서트에 등장합니다. 노래하고, 붕어빵을 굽고, 낭송하고, 대화하며 함께 합니다. ​ 시집 속의 인물들이 걸어 나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詩 「가난의 자격」의 주인공, 자신의 수술비를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내어놓았던 붕어빵 장수 이상복씨. 詩 「아름다운 사람」의 모델, 빛바랜 명화 같은 82세 풀빛 여사. 詩 ..

놀자, 책이랑 2023.11.27

체크인 체크아웃 / 류창희

류창희 선생의 여덟번째 책이다. 거듭 만나도 반가운 작품들이다.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듣는 듯 다정도 하다. 작가를 알고 읽는 글과 작가를 모르고 읽는 글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미 선생의 이력을 대강은 알고 있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그의 유쾌한 웃음 뒤, 인내를 알기에 그 웃음에는 중량감이 있다.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삶이다.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더욱 대단하다. 동시대를 살아온 나는 깊이 고개 숙이며 박수 보낸다. ​ ​ ​ 체크인 '파쿠르Paekour'라는 스포츠가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시범을 선보일 체조 종목이다. 건물의 옥상 난간 벽 사이를 공중 곡예사처럼 러닝과 점프로 이동한다. 선수들은 앞사람의 등이 보이면 방향을 바꾼다고 들었다. 독창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란다. 2015년..

놀자, 책이랑 2023.11.11

9988 건강습관 / 정해용

99세까지 팔팔하게' 꿈같은 구호라고 생각했다. 99세까지 팔팔하기는 어렵다. 요양원에서 혹은 병원에서 99세를 넘기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99세에 그야말로 3일 입원하고 돌아가신 큰고모님은 특별한 경우다. 고모님은 몸을 많이 움직이고 마음도 너그럽다. 몸으로 움직여 마련한 것들을 주변에 나누는 게 일이었다. ​ 이 책에서 말한 생활습관은 모두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지당하신 말씀이다. 새롭거나 반박할 게 없다. 다만 실천이 문제다. 쉽고 간략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읽기도 편하다. 거듭 읽으며 마음과 몸을 추스려야겠다. ​ ​ 손가락 주물러 전신 마사지하기 ​ ​ ​ ​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셀프 지압법 ​ ​ ​ ​ ​ ​ ​

놀자, 책이랑 2023.11.08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참으로 독특한 형식이다. 쉼표와 '그리고' 로 연결하며 나아간다. '그리고'가 걸려서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 문장이다. 17쪽에 이르러 마침내 마침표를 만나고서야, 아~ 이 작가는 의도적으로 쉼표와 침묵을 버무렸구나, 하며 읽었다. 전작처럼 여전히 이어지는 반복을 만나며, 욘 포세를 '21세기의 베케트'라 한 것도 이해가 갔다. 마침표를 미루며, 수없이 반복되는 '쉼표 ,' 와 '그리고' 의 의미를 생각한다. 마침표 자리에 들어가 앉은 쉼표가 자꾸 걸린다. 이 관성의 힘은 세다. 아침 (탄생)과 저녁(죽음) 그 사이 삶은 죽은 자의 회상으로 그린다. 약간의 긴장은 있었지만 평온한 아침을 열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저녁에 안도한다. 저런 삶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생이라는 것도. 극적인 무엇 ..

놀자, 책이랑 2023.10.24

멜랑콜리아Ⅰ-Ⅱ / 욘 포세

욘 포세, 1959년생 노르웨이 작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 ‘헨리크 입센의 재림’,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는 찬사와 함께, 욘 포세는 입센 문학상, 아스케하우그 문학상, 스웨덴‧노르웨이 문학상, 윌렌달 문학상, 헤다 문학상, 노르웨이 문화 위원회상 그리고 최고의 희곡 작가에게 수여되는 네스트로이상 등을 연이어 수상한다. 2003년 프랑스 국가 공로 기사장을 받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선정한 ‘동시대 천재 100인’에 지명된다. 2014년 유럽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집필에 매진한 끝에 대작 『7부(Septologien)』을 완성해 낸다. 2022년, 이 작품으로 부커상 국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으로 추대된다. ..

놀자, 책이랑 2023.10.21

와디에 서다 / 강표성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처음 알게된 작가다. 내 글이 어딘가에 소개되었는데 평을 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했다. 그게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 수필 카페의 쥔장과 함께 인사동에서 만났다. 단정한 모습에 속깊은 눈빛은 글에서의 인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믿음직스러운 작가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공들인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 ​ ​ * 말도 글도 눌변임을 압니다. 이 어리숙함이 성장통이라고 변명하고 싶어지는 날, 용기를 냈습니다. 연필을 깎듯 마음을 깎아 만든 글자들 말의 흰 뼈들 주섬주섬 옷을 입힙니다. 멀리멀리 날아가기를 빕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 * 혼자 서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을 영혼의 그림자 하나쯤 남기게 될 그런 순간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존재 자체로 살아남을 화석 같은 글을..

놀자, 책이랑 2023.10.15

인간• 철학• 수필 / 철수회 13인의 철학수필• 5

이 귀한 책을 세 권이나 받았다. 책이 책을 확실하게 부르는, 공부거리 많은 책이다. 초대수필 엄정식 선생님의 언명부터 허리를 곧추세우게 한다. 이번 책의 공통주제는 '정의' 다. 책과 관한 작품, 자유주제. 13인의 역량있는 수필가들 작품 세 편씩 담겨 알차다. ​ ​ * 플라톤은 "결국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어려우니 우리는 정의의 사례와 불의의 사례를 모아서 정의를 추론할 수밖에 없겠군. 그렇게 해서라도 정의의 상을 받아야 할 테니"라고 했네. ... 나는 플라톤에게 시라쿠사에는 얼마나 계실 것인지를 물었다. 플라톤은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노예로 팔리지만 않기를 바라고 있네"라고 했고 나는 플라톤 선생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폴리스는 시라쿠사가 아니라 아테네이니 말일세. -..

놀자, 책이랑 202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