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56

고요의 코끼리 / 김동숙

김동숙 소설가의 두 번째 책이다. 단편소설 7편을 묶었다. 이미 읽은 작품도 다시 보니 새롭다.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이다. 다루는 범위가 넓으면서도 촘촘하다.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잠시 갸우뚱하다 저항없이 따라간다. 임정연 평론가의 깊고 따듯한 시선이 정성스럽다. 해설마저 단단하고 정갈하다. ​​*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 - 다 자란 인간이나 덜 자란 인간이나 모두 외롭고 미진하다.​* 고요의 코끼리 - 빡센 현실 속에서도 한 자락 꿈 꾸듯 읽어내렸다. ​*노란색 삼선 슬리퍼 - 잊지 못하는 상처에 대한 예의, 자위와 타위가 다 필요하다.​*짠바람이 불고 있다 -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가 되면 좋을 듯한 느낌. 생생한 장면들이 펄떡인다.​* 불편한 쪽으로 앉으세요 - 특별하지 ..

놀자, 책이랑 2025.07.15

개소리에 대하여 / 해리 G 프랭크퍼트

언제부터인가 해결할수 없는 모호한 말잔치에 불쾌감을 넘어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모임에서는 종교, 정치 이야기가 금기라고 했는데.멀쩡한 지인이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을 신념처럼 말한다. 황당하고 슬펐다. 그게 아니라는 내 생각을 밝히면 그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 뻔했다. 좁힐수 없는 거리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도 이해는 못하지만 조금은 알게 되었다.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라는 이 책을 오래 전에는 라고 번역했다. 읽어보니 헛소리 보다는 개소리가 단방에 와닿는다. 요즘 느꼈던 그 혼돈스러운 감정을 풀기에도 적당한 말이다. 이 글은 1986년 프랭크퍼트가 쓴 논문이다. 문헌조사를 할 수 없는 이 말을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보충판에 개소리를 다룬 항..

놀자, 책이랑 2025.07.15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존 스튜어트 밀은 180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경계학자인 아버지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차단하고, 엄격한 조기영재 교육을 시켰다.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워서 8살에는 이솝우화,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의 저작을 원어로 읽었고 영어로 된 많은 역사서들을 읽었고 대수학과 천문학을 배웠다. 8살에는 라틴어를 배워서 라틴어 고전을 읽고, 10살 무렵에는 플라톤 데모스테네스의 저작들을 쉽게 읽었다. .... 20살 무렵부터 신경쇠약으로 우울증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때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와 장 프랑수아 마르몽텔의 작품을 읽고 다시 기쁨을 찾았다. 24세에 유부녀인 해리엇 테일러를 만나 교제하며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는다. 해리엇 테일러는 급진적 정치사상을 토대로 여성의 참정권 ..

놀자, 책이랑 2025.07.08

색채론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의 은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다. 불현듯 떠난 『이탈리아 기행』에서 그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그의 철저한 성향을 짐작했는데, 무슨 호기심으로 이 책을 잡았는지...그럼에도 꾸역꾸역 읽어내리는 내 인내심에 스스로 쓰담쓰담~​괴테는 자신의 불멸의 업적으로 을 꼽았다. 자기가 쓴 문학작품들은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것이었지만, 색채론만큼은 독창적이며 누구도 쓸 수 없으며, 자신은 위대한 자연 현상에서 올바른 것만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이런 자신감을 보이며 뉴턴의 이론에 대해 쳐부수어야 할 '바스티유의 요새'라며 적대감까지 드러냈다.당시에는 일부 화가와 생리학자들의 주목만 받았을 뿐, 물리학의 주류로부터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산업사회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괴테의 색채론..

놀자, 책이랑 2025.06.07

그곳에 내가 있었네 / 조성진

긴 여행을 할 때는 공항 서점에서 책을 한두 권 산다. 뱅기 안에서 다 읽고 돌아오기 전에 지인에게 선물을 한다. 이것이 내 여행 습관 중 하나인데, 이번 보은 문학기행에서는 버스에서 책을 받았다. 손 안에 폭 들어오는 단정한 책이다. 당장 포장을 풀고 읽기 시작했다. 여행하며 여행기를 읽는 재미는 또 다르다. 치밀한 계획없이 무작정 아내와 세계일주를 떠난 패기가 부러웠다. 그 사연은 밤에 모두 둘러앉아 들은 긴 자기소개로 이해가 갔다. 그동안 겪은 정신과 육체의 과부하에서 탈출구가 필요했던 거다. 잘 살아내기 위해서 재충전이 갈급했다. 스마트 기기를 자유롭게 다룰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있다. 체크 카드를 자판기에 두고 오고, 여행자증명서 때문에 손해를 보고, 파리에서 집시들에게 휘둘리며 곤혹을 ..

놀자, 책이랑 2025.05.20

신곡神曲 / 단테 알리기에리

​책장에서 찾아낸 은 정가 9,000원짜리 오래된 벽돌책이다. 읽은 흔적은 있는데 남아 있는 기억은 별로 없다. 20대 임윤찬이 외우다시피 한다는데... 급하게 읽던 버릇을 누르고 찬찬히 오래 읽었다. 이탈리아어를 몰라서 그 묘미를 못느끼지만, 신곡은 압운을 맞춘 11음절이 14,233절로 이어졌다.우리나라 판소리처럼 리듬을 타면 쉬이 외워지는가 보다. ​을 읽기 전에 단테의 생애와 배경을 살펴봤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꽃의 도시라는 피렌체에서 1265년, 5월에 태어났다. 피렌체 시를 개척한 로마 인의 후손이다. 귀족혈통을 이어 받았지만 정의감으로 정쟁에 휘말린다. 피렌체의 자주를 위해 기병장교로 활약하고 초기 공직 생활이 성공하며 시의회 특별위원이 된다. 행동파인 그는 반대당의 음모를 막기 위해 로마로..

놀자, 책이랑 2025.05.12

단어의 집 / 안희연

수욜, H 선생에게 산문집을 선물을 받았다. 집에 오자마자 단숨에 읽었다.안희연, 86년생 시인이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콧날 찡그리는 모습까지 푸르싱싱하다. 나, 벌써 노인의 시선이 된 듯하다. 홍야홍야~~ 그저 귀엽고 이쁘게 보인다.내가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 많았는가. 주로 외래어로 된 생소한 단어에 걸렸다. 시인이 감수성을 건드린 단어들을 가지고 논다. 궁글리고 까불리고 후벼파며, 때론 달달하게, 결국은 슬프게 닿는 부분이 많지만 촉촉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글이 되는 최소 단위, 단어를 독립시켰다고 해야할까. 자기 색을 입혀 날개를 단다. 색다르게. 많은 책과 영화가 언급되는데 내가 읽은 책은 , 영화는 정도다. 애틋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허수경 시인도 반갑게 만났다. 2021년 초판에 20..

놀자, 책이랑 2025.04.17

산벚꽃 피었는데 / 조선근

오래 전 행사때마다 멀리서 사진찍던 모습을 보았던 조선근 선생이 등단 20년만에 첫 수필집을 냈다.글을 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았던 일상이라고 할까. 아쉬울 것 없이 환경과 품위있는 가풍과 넉넉한 사랑을 받고도 어린시절 어머니의 부재를 상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 표제작인 , 제 1회 한국산문문학상을 탄 에 작가의 한 생이 모두 그려진다. 참으로 잘 살아낸 신심깊은 큰 사람이 보인다. 임헌영 선생님의 해설 - '3대에 걸쳐 완성된 창작혼의 비의'는 훌륭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좋은 아버지까지, 인물평으로 읽힌다. 사람을 아는 것이 수필의 근본이다. 고고한 혹은 고독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훌쩍 큰 키에 반듯한 이마, 깎아놓은 배처럼 하얀 잇속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 게다가..

놀자, 책이랑 2025.04.14

그림자가 사는 곳 / 김창식

행사때 얼굴을 보는 김창식 선생님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 .... 한 편 한 편에 혼을 담은 치열한 글을 써서 수필 문학이 다른 산문 형식에 못지않은 매혹적인 장르임을 실증하고 싶군요. 삶의 진정성을 토대로 지성(철학성)과 감성 (문학성)이 조화를 이룬 글을 써서 같은 길을 걷는 문우는 물론 일반 독자와도 소통하고 싶습니다. - 책을 펴내며 ​ 작가의 결심처럼 소소한 일상을 토대로 솔직하고 정감있는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수필에 도전했다. 열과 성을 다한 작가의 시간에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 * 그림자는 혼자 산다. 어디에? 그림자를 내쫓은 빛과 어둠의 경계면에, 아니면 볕도 들지 않는 어둠의 저편 더 짙은 어둠 속에, 시간과 공간이 엇갈리는 협곡의 틈새에. 아니 겉보기에만 그럴 뿐. 그..

놀자, 책이랑 2025.04.06

유럽에 서 봄- 남프랑스 / 수정

세 번째 책이다. 2019년에 나온 첫 책의 2쇄를 시작으로 수정 작가의 새로운 매력에 빠졌다. 똑부러지는 이성 안에 한없이 말랑한 감성을 읽을 수 있다. 맹렬히 살아 낸 사람에게 포상이 필요하다. 낯선 나라, 새로운 거리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재충전 하는 건 지혜로운 일이다. 그의 행보에 박수 먼저 보낸다. '남프랑스에서 한 달살기' 부제가 붙었지만, 내 느낌으로는 더 오랜 시간 머문 기록이다. ​ ​심플한 작가 소개​​ * 열정에 불이 붙는다. 이런 시간이 왔다는 것은 축복이다. 움직이고 싶은 방향이 있고 동기가 있고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번 책에..

놀자, 책이랑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