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27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 백석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백석 나는 이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구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뚜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퉁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군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 안으로 가면 뒤을 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마당귀 연자간 잎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당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

시 - 필사 2022.06.15

자궁아, 미안해 / 이영희

등단 17년 차 이영희 작가의 첫 수필집이다.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있다. 오래 전 이지의 『분서』 원문으로 필사했다는 말을 듣고 예사롭지 않았다. 오랜 시간 다졌지만 가뿐하게 정리했다. 솔직 발랄도 하다. 이영희씨에 대한 기억은 유쾌, 통쾌한 유머가 압권이다. 표지그림도 직접 그렸다. 화려한 모습 이면의 수줍은 내면이 얼비친다. 겸손이 지나쳐 자주 숨는다. 이제 다 아팠으니, 앞으로는 훨훨 날개 펼치길 바란다. 박수보낸다. 책을 펴내며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이 남긴 유명한 말, "당신이 읽고 싶은 글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향해 예리하며 절박한 목소리를 내고 싶기에 저만큼의 단단한 각오를 다졌을 것이..

놀자, 책이랑 2022.06.09

우리집에 놀러 올래 / 안동근

안동근 - 우리집에 놀러 올래 (자작곡) - YouTube 안동근은 수필가 장금식 선생의 아들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정말로 그의 집에 달려가고 싶다. 작년에 큰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그 충격은 멀리서 바라본 나도 위로조차 안 나오는 황망한 일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좋아지고 있다. 표정도 안정되고 밝아지고 있다. 참으로 감사, 감사한다.

그늘이 그늘의 손을 잡고 / 노혜숙 포토에세이

반듯하고 성실한 인상, 몇 번 만난 노혜숙 작가의 느낌이다. 포토에세이는 일단 사물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과 감각이 필요할 듯하다. 정물화, 풍경화 같은 사진은 서정을 바탕으로 하고, 비구상으로 다가오는 사진은 상상력을 이끈다. 꾸준히, 치밀하게 잘 쓰는 작가의 내공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풍경과 나란히 놓인 짧은 글에 긴 숨이 따라온다. 찬찬히 음미하며 '쓸모없음의 쓸모'에 '스미'며 오래 '뒤척'일 것 같다. '그늘이 그늘의 손을 잡'을 때까지. 프롤로그 처처가 안갯속이었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것임을 늦게야 알았다. 안갯속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많은 궤적들이 그늘에 닿아 있다. 그 언저리에서 볕을 품고 싶었던 안간힘, 그 편린들을 사진과 짧은 글로 엮는다. 변변찮은 다짐들이 많을 것이다. 그대로 나다..

놀자, 책이랑 2022.06.05

연님 생각

2일 저녁, 아들네를 다녀왔다. "정치 그만하고 돈이나 벌어 즐겁게 살라"고 했다. 아들은 그저 씨익 웃는다. 아들은 계속 오는 전화를 받느라 이야기는 고사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정치인의 아내는 '시어머니 100명'이라던 며늘에게 "이제 가볍고 기쁘게 살아라" 하며 같이 웃었다. 어미의 응원과 위로라는 게 순 날라리다. 어제 오후 페북에 올라온 며늘아기의 글을 보니 속이 쓰리지만, 다행이다. 저 마음이 고맙다. 오중석 -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한 분들 한 분 한 분 잊지 않고 찾아뵙겠습니다. | Faceboo Facebook - 로그인 또는 가입 메뉴를 열려면 alt + / 키 조합을 누르세요 www.facebook.com 새벽 세시가 가까울 때까지 개표 상황을 보시고 눈물을 지으시던 분들께..

낙선 인사

아들이 정치하는 게 아까웠지 낙선이라는 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듯 난 어리석은 어미다. 그동안 지켜본 아들은 누구에게나 진심을 다하며, 무슨 일을 하든 성실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했으나 다다르지 못했다. 응원하고 도와주신 귀한 분들께 송구하고 감사드린다. 더 큰 것을 배웠으리라 믿으며, 전화위복의 기별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오중석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바르게 푸르게' 또 즐겁게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 거듭 멀리서 가까이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낙선 인사 사랑하는 동대문구 주민 여러분! 오중석 시의원입니다. 성원에도 불구하고 승리로 보답해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 부족함으로 졌지만 여러분의 응원, 격려, 사랑에 다시 힘을 내겠습니다.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함께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