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27

언니의 밥상 , 화원

16일, 목욜 언니가 점심 먹으러 오라고 부른다. 음식을 많이 해서 잔뜩 싸줬다. 며칠 먹겠다. 나도 80세에 저렇게 상을 차릴 수 있을까. 무지 면 앞치마를 사서 그림을 그렸단다. 언니는... 참 놀랍다. 다음씨가 이런 화분을 안고 왔었다. 너무 신기했다. 무럭무럭 자라서 ~~ 자임이 준 루꼴라가 전멸해서 그 화분에 대충 나눠서 보냈다. 그러고 또 왕왕 세력이 번창하다. 저녁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 ... 화원에 가서 둘로 나눴다. 전문가의 손을 탔으니... 비실비실해서 맡긴 동백이 튼실해져서 데려왔다. 친구 화원이 병원이다. 꽉찬 두 탕을 뛰었다.

집으로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무사 귀환하는 거다. 잘 놀고 오니 일거리가 잔뜩이다. 읽고 답해줘야 할 책도 쌓였고.... 김농부가 매실과 야채를 갖다놨다. 매실이 물러져서 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 ㅠㅠ 내 시 선생님의 신간이 와 있다. 이영섭 교수님은 신앙시집이다. 이사야서를 바탕으로 한 교수님 어서 건강 회복하셔서 즐겁게 뵈올 수 있기를 빈다. 오봉옥 교수님은 1989년 서사시 를 출간하고 감옥을 다녀왔다. 1946년 화순탄광 학살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인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니... 우리는 그런 시대을 건너왔다. 33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귀한 시집이다. 축하드리며 널리 읽혀지길 빈다.

1100고지, 본태박물관

아침에 비가 온다. 바다가 보이는 창밖은 고즈넉해서 종일 멍 때려도 좋은 날씨다. 그러나..... 또 일어섰다. 외돌개, 올래 7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30분 정도 걷고 되돌아 나왔다. 주책맞은 뛰기 본능, 안도 타다오 작품인 방주교회를 갔다. 물 위에 떠 있는 교회, 숙연한 방주를 바라본다. 숙연하지 않게. 여기서 5분 거리의 본태박물관으로. 이곳도 자연과 손 잡고 있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달리의 시간이 흘러내리고 있다 차 한잔을 하고, 쿠사마 야요이 관으로 중문 삼원장에서 늦은 점심을 거하게 먹었다. 통갈치 조림과 갈치 회. ㅋㅋ 또 한라산을 영접하고. 쥔장이 생갈치만 쓴다고 엄청 자랑을... 그리고 멋진 카페도 소개했다. 1100고지로~~ 산을 돌아돌아 오르니 안개가 자욱하다. 몸으로 느끼지..

낯선 길에서 2022.06.19

두모악, 소심한 책방(류시화), 빛의 벙커

전날 저녁에 사온 보말죽과 빵, 커피, 과일... 죽에 김가루 많이 넣었다고 이쁨 담당인 경화씨한테 혼나다. ㅎ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두모악으로 출발 두모악은 여전하다. 아니 더 꽉찬 느낌. 왠지 흐뭇하다. 내가 만날 때 모습이다. 루게릭병 투병 말기 쯤. 내가 보지 못한 젊은 날의 김영갑, 참 무서운 시간이다. '김희갑, 양인자님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는 저 수장고에 무엇이 있을까? 뒷마당에 있는 무인 카페, 뒷마당이 좋다 6월 제주는 수국섬이다. 어딜 가나 갖가지 수국이 지천이다. 해안도로를 달려서 찾아간 '소심한 책방' 종달리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류시화의 사인회가 있다. 페북에서 소식을 알고 찜해두었다. 세상에나~~ 12시 부터 2시라고 해서 1시경에 갔는데 대기번호 107번이다. 그때 30번 ..

낯선 길에서 2022.06.19

치유의 숲, 일현문학관

집에서 안 먹는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경화씨가 주먹밥을 하트 모양으로 .... 꼭 그이 집에 놀러온 것 같다. 오늘은 많이 걸을 것이라며 푸짐하게 먹고 나선다. 그날 3시에 있을 '멍때리기' 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멍이야 혼자 때려야지 제대로지... 태왁도시락, 재미있다. 새로운 맛이 그럴듯했는데 양이 많아서 다 못 먹었다. 손광성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꽃 나무 하나하나 손수 심고 가꾼 이야기를 자랑스레 하신다. 구석구석 정성이 가득하다. 지금도 공사중이다. 조각 전공한 작은 딸의 작품이란다. 길가 쪽으로 나 있는 잘 살아오신 흔적이다. 적당한 규모에 알찬 문학관이다. 과정까지 빈틈없이 아름답다. 오는 길에 보롬왓, 확트인 벌판이 왓이란다. 성읍민속촌에 수필가 정* 샘의 부인이 하는 염색공방에..

낯선 길에서 2022.06.18

제주 5박 - 웰컴 유토피아

(2022. 6. 9 ~ 6. 14) 두 달 전에 예매해 둔 뱅기표가 빛을 발한다. 여행팀 5인, 오랜만에 출동이다. 공항에서 렌트카를 받고, 김포에서 온 시간 보다 더 걸려 표선으로 달렸다. 이번에 운전은 착한 동지 두 사람이 맡았다. 난 '선배님'에 속해서 가만 있는다. 제주에 1년살이를 두 번째 하고 있는 혜숙씨와 해비치 해수욕장에서 만났다. 제주에 집을 짓고 안착한 문우, 현정원씨도 만났다. 행사에서 볼때보다 백 배 반갑다. 표선 시내로 오니 고수목마가 보인다. 몇 해 전 말고기 풀코스로 먹었던... 저 뒷쪽이 유소장님 이사 전 집이 있었던 듯. 줄 서서 기다려 들어간 제주촌집, 연탄 오겹살과 한라산을 마시고 한 자리에 못 앉고 4인, 3인, 내가 앉은 3인석에서 한라산 두 병을 영접했다. "웰컴..

낯선 길에서 2022.06.18

T 1000과 청개구리 / 조후미

T 1000과 청개구리 조후미 나는 청개구리다 내가 청개구리임을 미리 밝히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나 때문에 열 받거나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을 수도 있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이유에서다 과거의 나는 빨간 불에 멈추고 파란 불에 가며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몸속 DNA 저 깊숙한 곳에 저장된 청개구리 유전인자가 오랜 시간 은밀하게 숨어 지내다 최근에야 정체를 드러냈다 하라는 일은 하기 싫고 금지된 일은 더 하고 싶어졌다 남의 말은 드럽게 안 듣는 데다 최 씨도 울고 갈 똥고집이 온몸을 친친 감고 도전자들에게 내 고집을 꺾어보라며 치기 어린 강수를 든다 한때는 웰빙이 대세였고 최근에는 욜로와 미니멀 라이프가 여러 매체에서 오르내리지만 아 뭐래 나는 복세편살하련다 이런 ..

산문 - 필사 + 2022.06.16

고전적 정수기 / 침묵 - 노정숙

고전적 정수기 노정숙 모던한 아파트 주방 안쪽에 둥글넙적한 물항아리가 턱 앉아계신다 아침이면 환하게 엘이디 등불을 물 위에 띄우신다 어미는 고개 숙여 물 한바가지 퍼올린다 저 지극하게 굽은 어미의 등, 모든 어미는 머리 조아리기 선수다 쉿! 조왕신이 기침하신다 침묵 노정숙 반복하는 묵음 연주, 존 케이지의 에 빠졌다. 고요 속에서 내 숨소리와 한숨소리 모든 숨 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격렬한 음을 느낀다. 몸 안 톱니바퀴는 곳곳이 헐거워져 느리게 돌아간다. 나는 나사를 조이려 조바심치지 않는다. 낡아서야 벙그는 묵음의 세계, 위로의 손길이 스민다. 2022년 여름호. 통권 40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질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스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메어 올 적이며..

시 - 필사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