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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7 2

거미 / 류근

거미 류근 오랜 슬픔에 겨워 눈이 떠진 아침엔 어쩐지 평화로워진 몸매로 세상에 가서 목매달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만 발을 디디시는 환한 허공에 처음 만든 다리 하나 이쪽과 저쪽에 걸쳐두고 황홀하게 황홀하게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시 - 필사 2022.06.27

배롱나무 / 이면우

배롱나무 이면우 배롱나무 붉은꽃 피었다 옛날 배롱나무 아래 볼 발갛게 앉았던 여자가 생각났다. 시골 여관 뒷마당이었을 게다 나는 눈 속에 들어앉은 여자와 평생 솥단지 걸어놓 고 뜨건 밥 함께 먹으며 살고 싶었다 배롱나무 아래 여자는 간밤의 정염을 양 볼에 되살려내는 중이던가 배롱나무 꽃주 머니 지칠줄 모르고 매달 듯 그토록 간절한 십년 십년 또 오년이 하룻밤처럼 후딱 지 나갔다 꽃 피기 전 배롱나무 거기 선 줄 모르는 청년에게 말한다 열정의 밤 보낸 뒤 배롱나 무 아래 함께 있어봐라 그게 정오 무렵이면 더 좋다 여자 두 뺨이 배롱나무 꽃불 켜고 쳐다보는 이 눈 속으로 그 꽃불 넌지시 건너온다면 빨리 솥단지 앉히고 함께 뜨건 점심 해 자시게!

시 - 필사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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