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푸른 배경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단단한 표지는 오래 소장하라는 권고인가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여린 속살을 보호하기 위한 투구같다. 저 홀로 서 있는 나무들, 숲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저 홀로 쓸쓸하다. 표지가 전하는 깊은 가을 숲의 스산함에 빠져 단숨에 읽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만난 정승윤 선생님은 단아했다. 언듯 비치는 유머에 멋쩍은 웃음을 짓던 시간을 소환한다. 작가의 쓸쓸함과 슬픔이 달큰하게 읽히는 것 뭔가. 이미 세속 잣대를 벗은 관조와 내공의 결과인듯, 반갑다. 작가의 말 ... 나의 슬픔의 글들은 단지 자기 연민이라든가 자기 위로의 글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당신도 역시 실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슬픔은 당신의 슬픔을 반영한다. 나는 결국 공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