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24

그대가 조국

어제 조조로 을 보았다. 내내 착잡하다. 이 무거운 마음이 오래 갈 것 같다. 다큐는 잔잔하다. 울분과 참담함을 잘 다스리고 있는 조국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 그 모멸감을 잘 참아줘서 고맙다. "내 위에 있는 건 신뿐이다" 검찰총장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 여기, 이곳에 살고있는 누구나 조국이 될수 있다. 오는 길에 사전투표를 했다. 선거가 물결이라는 생각을 한다. 4년 전 그 희망에 찬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촛불로 세운 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바닥은 이미 쳤다. 지하로 내려가면 올라오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아들이 희망하는 '바르게 푸르게'를 이룰수 있기를 바란다. 페북에 올린 며느리의 글을 읽으니 짠하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위화

『허삼관 매혈기』 가 떠오르는 소설가 위화의 산문집이다. 2016년에 쓴 이 책은 여전히 현장성이 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거대한 차이 속에서 살고 있다. 더우기 오늘, 영화 을 보고 맘이 착잡하다. 오는 길에 지방선거 서전투표를 했다.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이 더 깊어진다. * 10년 전 『인생』을 발표했을 때, 몇몇 친구들이 놀렸다. 그들의 예상과 달라서였다. 그들이 보기에 아방가르드 작가가, 갑자기 전통적 의미의 소설을 쓴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로 답했다. "하나의 유파만을 위해 창작을 하는 작가는 하나도 없어. " (60쪽) * 상상의 함의란 무엇인가? 여러 해 전, 나는 잡지 에 수필을 쓰면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피상적으로 언급했는..

놀자, 책이랑 2022.05.27

열미길 - + 위로

심 선생님이 요양을 시작하고 이사한 집에서 시모임을 했다. 경기도 속 강원도다. 자주 다니던 혜민씨네 집에서 산 속으로 20분 정도 올라가니 완전 깊은 산골 느낌이 든다. 심심산골 같은 느낌을 벗어나니 집들이 많이 모여있다. 작은 규모가 아니다. 꽃 선생 답게 곳곳에 아기자기한 꽃들이 풍성하다. 직접 뜯은 쑥으로 떡을 했다. 푸짐하게 준비한 자연식 예가체프 커피를 바로 갈아서 내려주고~ 시합평도 하고~ , 나도 모처럼 합평글을 냈다. 마당에 나와 오샘이 인스타에 올릴 단체 사진을 찍고~ 동네 한바퀴를 걸었다. 5천보 정도 된다고 한다. 여리여리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바퀴 걷고 와서는 한 샘 고추장 자랑에 또 밥을 비벼 먹고~~ 이런, 이런~~ 강샘 텃밭 상추와 쑥떡을 얻어 오다. 분당 도착..

굿모닝 가곡

수요일, 수필 수업 대신으로 예술의전당 '굿모닝 가곡'을 다녀왔다. 아, 옛날 버전 싫은데...... 그것도 다 아는 노래다. '고풍의상' 한 곡 빼고. 시작하는 마음은 사실 시큰둥했다. 변사로 나온 김명곤, 오랜만인데 모습이 그대로다. 시대배경에 맞춰 매번 바뀌는 무대의상이며 정성스런 안내에 주목했다. 너무 잘 아는 노래, 봉선화부터....... 찌르르. 울컥 에잇~~ 열혈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공연이 고팠나보다. 끝나고 청계산쪽으로 가서 곤드레 밥을 먹고, 마루에서 차를 마시고~~ 14인이 떳떳하게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것만도 너무~ 좋았다. 그동안 4인씩 나눠 아는 척 말라며 얼마나 주눅들었나. 하루가 갔다. 91세 김 선생님, 84세 문 선배님의 포스 ㅋㅋ 빛나는 실버시대

장미, 장미

자임네랑 '홍천화로구이'에게 만나기로 했다. 홍천까지? 남편이 말한다. ㅋㅋ 분당점이다. 아주 오래 전에 홍천에 있는 화로구이집에 간 적이 있다. 아마무시하게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곳은 우리가 첫 손님이다. 곧이어 가득 차긴했지만. 오랜만에 먹은 고추장삼겹살, 4인이 6인분 먹고, 열무냉면까지. 게다가 빵이 맛있는 찻집에서 또... . 잔뜩 무거워졌다. 오래된 인연과 오래 전 이야기를 지금 사건처럼 한다. 그래도 뒷맛이 괜찮은 건 좋은 만남인 거다. 아기가 되어버린 91세 사촌오빠와 정신 건강한 89세 오빠의 이야기가 'Dumb and Dumber' 같았다면서 웃었는데....... 멀지 않은 우리 모습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제대로 기억하고 말할 수 있을까. 대화라는 것이 제대로 이어질 수..

그날, 인사동

내가 페북에 들어가는 이유는 '좋은 글'이 거기에 있기때문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소통은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들의 글을 슬쩍슬쩍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리 감동해도 '최고에요'라는 빨간 하트를 누르고 수다스러운 인사는 생략한다. 그가 나를 모를 것이라는 확신때문이다. 내가 댓글을 쓰는 건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를 알기에 인사의 차원이다. 매일 조금씩 자발적으로 빼앗기는 시간이다. 넓은 세상을 향한 내 눈곱재기창이다. 김미옥 님은 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쿨하면서도 깊다. 그가 읽은 책들도 끌린다. - 세상에 발 디딜 데 없어 어제는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두 개의 전시회를 관람했다. 인사동 경인미술관의 과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의 이었다. 짐작대로 전시회는 빈부의 ..

맹인들의 호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맹인들의 호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인이 맹인들 앞에서 시를 낭송한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목소리가 떨린다. 손도 떨린다. 여기서는 문장 하나하나가 어둠 속의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처럼 느껴진다. 빛이나 색조의 도움 없이 홀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의 시에서 별빛은 위험한 모험이다. 먼동, 무지개, 구름, 네온사인, 달빛, 여태껏 수면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던 물고기와 높은 창공을 소리 없이 날던 매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읽는다 - 그만두기엔 너무 늦었기에 - 초록빛 풀밭 위를 달려가는 노란 점퍼의 사내아이, 눈으로 개수를 헤아릴 수 있는 골짜기의 붉은 지붕들, 운동선수의 유니폼에서 꿈틀거리는 등번호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벌거벗은 낯선 여인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싶다 - ..

시 - 필사 2022.05.21

공짜는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공짜는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다 빌려온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내 귀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며, 인생에 대한 대가로 인생을 바쳐야 한다. 자, 여기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다. 심장은 반납 예정이고, 간도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물론 개별적인 손가락과 발가락도 마찬가지. 계약서를 찢어버리기엔 이미 늦었다. 내가 진 빚들은 전부 깨끗이 청산될 예정. 내 털을 깎고, 내 가죽을 벗겨서라도. 나는 채무자들로 북적대는 세상 속을 조용히 걸어 다닌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날개에 대한 부채를 갚으라는 압력에 시달리는 중. 또 다른 이들은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셈을 치르는 중. 우리 안의 세포 조직은 송두리..

시 - 필사 2022.05.21

일요일에 심장에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일요일에 심장에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보태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아서, 타고난 성실성과 부지런함에 대해 그 어떤 보상도, 아첨도 요구하지 않아서. 너는 1분에 70번의 공로를 세우고 있구나. 네 모든 수축은 마치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는 조각배를 바다 한가운데로 힘차게 밀어내는 것 같구나.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한 번, 또 한 번, 나를 전체에서 분리시켜줘서, 심지어 꿈에서조차 따로 있게 해줘서. 내가 늦잠을 자지 않고 비행시간에 맞출 수 있게 해줘서. 날개가 필요 없는 비행 말야.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내가 또다시 잠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어서, 비록 오늘은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쪽에선 휴일을 코앞에 둔 분주하고, ..

시 - 필사 202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