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들의 호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인이 맹인들 앞에서 시를 낭송한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목소리가 떨린다. 손도 떨린다. 여기서는 문장 하나하나가 어둠 속의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처럼 느껴진다. 빛이나 색조의 도움 없이 홀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의 시에서 별빛은 위험한 모험이다. 먼동, 무지개, 구름, 네온사인, 달빛, 여태껏 수면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던 물고기와 높은 창공을 소리 없이 날던 매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읽는다 - 그만두기엔 너무 늦었기에 - 초록빛 풀밭 위를 달려가는 노란 점퍼의 사내아이, 눈으로 개수를 헤아릴 수 있는 골짜기의 붉은 지붕들, 운동선수의 유니폼에서 꿈틀거리는 등번호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벌거벗은 낯선 여인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