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14

남편 / 한필애

남편 한필애 오늘도 먹이 사냥에 나서는 우리 집 수렵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내딛는 걸음 어느새 뒤꿈치 다 닳았네 젊어 호기롭던 시절 이 산등 저 골짝 핑핑 날 적에도 까투리 장끼는 키를 넘어 날았지 더 넓은 사냥터 사우디아라비아 메마른 사막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빗맞은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곤 하였지 돌부리에 넘어지고 또 절뚝거리며 먹이를 나른 수렵의 세월 너와집 굴피같은 거친 손으로 활을 만지작거리며 중얼중얼 이제 연장이 너무 낡았군, 하는데 수십 년 사냥질에 대호 한 마리 메고 온 적 없지만 저 사냥꾼 가슴을 늘 아리게 하네

시 - 필사 2022.04.28

사막으로 가라 / 한필애

사막으로 가라 한필애 체증으로 가슴이 답답하면 초원사막으로 가라 가서 은하수를 만지거라 벌컥벌컥 마셔도 보고 첨벙첨벙 건너도 보아라 홀로 건너기 외로우면 낙타와 함께하라 하루 종일 소소초를 씹는 낙타도 맑은 물로 비린내를 헹굴 것이니 양가죽 냄새 퀴퀴한 게르에서 낙타가 오기를 기다려라 전갈들 모래 바닥 기어 다니고 먼 데서 온 네가 궁금해 사막여우가 어슬렁거리다 제 굴로 돌아가면 사막의 밤을 가만히 내다보라 거기 또 별들 쏟아져 발목에 쌓일 것이니 떠나라

시 - 필사 2022.04.28

사람볕이 그립다

한필애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냈다. 시인회의 동인이 모여 축하했다. 과타박스라 불리는 우리의 합평장소, 한 시인 집에서. 시인의 말 시가 나를 호명할 때 비로소 붉은 피톨이 가열하게 박동한다 두 번째 시집을 엮은 후 여기까지 오는데 14년이 걸렸다 묵혀 두었던 시들을 거풍하여 묶고 보니 그리움에 대한 시편이 많다 돌아보니 모두가 그리움이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팬데믹에 허우적거린다 위안과 위로가 필요하다 사람볕이 몹시 그리운 시절이다 한 시인의 화관을 돌려가며 쓰고 ㅋㅋㅋ ㅎㅎㅎ

파친코 / 이민진

한국계 1.5세대 작가, 영어로 쓴 소설이 27개국어로 번역되고,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정서에 몰입하여 한국 사람이 느꼈던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는 하버드대 강연을 보며 나는 홀딱 빠졌다. 알라딘에 주문하니 일시 중단되었단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작년에 읽었다며 바로 갖다주었다. 1판 26쇄다. 1, 2권 단숨에 읽었다. 원문에는 사투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예일 대학시절, 재일한국인을 돕던 백인 선교사로 부터 13살짜리 재일한국인 소년의 투신자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구상, 재구상해서 30년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초고를 여러 번 쓰고 나서 저는 독자를 다른 방식으로 정말 존경하게 됐..

놀자, 책이랑 2022.04.28

안성, 청류재

참으로 오랜만에 야외수업을 했다. 내용은 윤교수님 생신파티다. 4/28, 늘 챙기던 생신이라서 하루 전에 자리를 마련했다. 문학비가 있는 '청류재'는 많이 변신했다. 없던 카페가 생기고 나무들은 사랑을 듬뿍 받은 티를 내며 멋지게 자랐다. 3천평이라는데 구석구석 정성껏 가꾸어놓았다. 윤교수님은 많이 좋아지셨다. 반가운 얼굴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으리라 믿으며~~ 흐뭇한 하루 반가운 절친 - 여행팀과 2차로 간 카페 눈이 시원하다. 요즘 이 정도 규모가 되어야 소문이 나는가 보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낯선 길에서 2022.04.27

평택, 좋은술

마을버스로 올라오는 길에 번개로 인태 님 친구가 하는 양조장에 들렀다. 아침은 커피와 빵을 먹고, 휴게소에서 참외를 먹은 것 밖에 없던 차에 국수를 준비한다고 해서 ~~ 달려왔다. 감탄,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 쑥튀김에 봄나물셀러드, 보통 솜씨가 아니다. 준비해둔 수육을 썰고, 미나리와 방풍잎을 바로 뜯어다 전을 부치고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두 가지 모두 맛나다. 비주류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임택 대장이 주류 테이블로 부른다. 약한 술부터 다섯 종류의 술까지 시식을 하고 나니 정신이 든다. 물소리가 들린다. 이런 풍류~~ 참 좋다. 먹고, 마시고를 마치고 양조장 구경, 작은 규모지만 참으로 깔끔하다. 누룩이 익어가고, 1,2,3 숙성실을 돌아봤다. 집에 데려온 주酒님 3병, 둘을 선..

낯선 길에서 2022.04.26

창녕 2박 - 마을버스 37차여행

야탑시외버스 터미널에서 3인 만나, 아침 7시 20분 안동행을 탔다. 11시에 안동역에서 2인 합류, 마을버스에 오르니, 6인은 전날 채화정에서 1박을 했단다. 창녕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정봉채 겔러리에 갔다. 구상과 비구상 작품 같은 사진, 치열하게 한 세계를 구축했다. 맑은 기운을 받았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이런~~ 나도 모르게 김영갑 작가를 떠올리며 한 인사말이라니... 책도 사왔다. 자화상 첫날 묵은 성지골 팬션, 쥔장의 넉넉한 인심으로 편안했다. 주방에서 분주한 봉사심들~~ 난 그야말로 수저만 놓았다. 처음 만난 어여쁜 충실 님~ 아이가 넷이란다. 무엇이건 충실한 거다. 이인태 님의 솔잎 삼겹살수육 ... 데코까정~ 놀랍다. 완전 진수성찬 저녁 식사 그동안 못 웃은 일년치 웃음을 다 웃..

낯선 길에서 2022.04.26

개심사 청벚꽃, 수선화축제

오랜만에 6인의 봄나들이, 백 선생이 9시에 우리집으로 픽업을 왔다. 오랜만의 서산행이다. 들빛이 다르다. 소들이 노닐 풍경이 더해진다. 실패로 끝난 아버님 어머니의 서산생활이 떠올랐다. '만약에'를 생각하지 않는 나지만 아쉬움투성이다. 하긴 내 사정거리 밖의 일이었지만... 그때 서산과 오늘 이 서산은 정서상 완전 다른 곳이다. 개심사 입구에서 합류, 바로 파전과 도토리묵으로 막걸리 한병으로 건배, 건배~~ 연두 속으로 청벚꽃과 복숭아꽃 아래로 자연그대로 기둥의 멋에 빠지고 단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또 더덕막걸리 한 병 가까이 있는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축제장으로. 입장료가 7천원. 끝없이 펼쳐지는 수선화밭을 걸었다. 300살 되신 비자나무에 깊이 절하고, 뒷마당에 들어가 보고~ 오늘의 마지막 코..

낯선 길에서 2022.04.22

감곡매괴성모성당

김웅열 신부님의 오래 전 영상을 보고 친구네 부부와 감곡매괴성모성당을 다시 갔다. 모르고 본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를 경험하다.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특강 - YouTube 점심은 '금강산민물매운탕', 세 번째인데 오늘도 맛나게 먹었다. 오는 길에 '예스파크'에서 차를 마셨다. 아주 멋진 예인들의 마을인데 사람이 없다. 다시 한가롭게 와서 멋진 공방들을 돌아봐야겠다. 전봇대가 도자기다.

낯선 길에서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