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14

함양 2박 - 봄 산

이종 동생과 함께 이모네를 갔다. 연둣빛에 연분홍이 섞인 어릿한 봄 산, 수줍은 새색씨 모습이다. 이모댁에 새식구 '누리'는 털갈이 중이라 모양새가 험하다. 어찌나 영리한지... 처음 보는 나를 가족으로 인식한 듯, 한 번도 짖지 않고 반긴다. 집앞을 지나는 사람을 보면 마구 짖어댄다는데. 정겨운 앞마당, 뒷마당에 배꽃이 마냥 이쁘다. 쑥국과 봄나물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나갔다. 이렇게 실한 달래는 처음본다. 달래는 무리지어 있다. 끼리끼리 뭉쳐있다. 쑥떡을 한다고 셋이 열심히 뜯었다. ㅋㅋ 큰 솥, 한 번에 삶고, 남은 불에 고구마를 구워먹었다. 저녁을 먹고 떡실신, 모처럼의 노동으로 다리가 저렸다. 익숙치 않은 자세에 몸이 비명을 지른다. 아침 6시 30분에 이모와 동생은 산책을 나가고 나는 계속 잤..

낯선 길에서 2022.04.17

월하오작

탄천으로 서현까지 걸어서 미용실에 갔다. 두 달만에 단장을 하고 모임에 갔지만 아무도 미용실을 다녀온지 알아보지 못한다. ㅋㅋ 2년만인가. 월하오작, 5명 완전체가 반달 아래 모였다. 여행팀이기도 한 오랜 문우들이라 격의가 없다. 몸이 전하는 비명을 예민하게 알아차려 충성을 다하고들 있다. ... 바람직한 자세다. 아니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렇게 겸손모드가 절실한 시간이 되었다. 식당의 첫 손님이다. 5인은 제주행을 계획했다. 돌아와 바로 폭풍 검색, 다음날 예약 완료. 6월 9일부터 제주에서 5박, 즐거울 일만 남았다. 서서히 거풍을 한다.

만나고, 먹고

4/ 1 오우가 모임으로 오랜만에 Y네 집에 모였다. 시아버지가 오미크론 양성이라서 한 친구가 못 오고 4인이 점심. 손 많이 가는 반찬들과 속편한 밥을 먹고, 이 반찬을 많이 해서 모두 싸줬다. 직접 만든 보리빵까지. 잔뜩 들려보내는 엄마 맘 엄마 손이다. 4/ 4 한옥반점에서 자임네 부부와 점심. 율동공원 입구에 있는 한옥이다. 2만원짜리 점심 코스를 먹었는데, 맛은 좋은데 어수선하다. 코스의 순서가 뒤바뀌니 좀 아쉬웠다. 자리를 옮겨 빵 한쪽과 커피까지 마시고 헤어졌다. 화창한 날씨가 아까워 중앙공원을 한 바퀴를 걷고 오다. 이곳에 오니 '파세르' 시절이 생각난다. 4/ 5 메종 드 라 카페에서 5인 모임 몇 달만에 윤교수님을 모시고 식사했다. 비싸면서 맛있는 음식에 무거운 주제, 떠날 준비를 하고..

성녀와 친구 / 노정숙

성녀와 친구 노정숙 지난주에 친구 자임에게 《아벨라의 성녀 데레사 자서전》과 온열 양말을 선물 받았다. 솔직히 이런 책은 부담이 간다. 단정한 자세로 읽어야 할 것 같고, 분명 부실한 내 기도생활을 자책하게 될 것이다. 500년 전에 살다간 성녀 데레사가 하느님을 만나며 느낀 환시와 신비를 기록했다. 19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고 병고와 회의, 고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기도와 관상의 힘을 깨닫게 된다. 교회로부터 기도 신학의 탁월한 권위자로 인정받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학자가 되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실행에 옮기라고 권하는 것은 순정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무런 공로도 없이 강력한 은총을 믿는 것 또한 은총이다. 스스로 아무 선행도 한 일이 없고 가난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