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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 한필애

남편 한필애 오늘도 먹이 사냥에 나서는 우리 집 수렵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내딛는 걸음 어느새 뒤꿈치 다 닳았네 젊어 호기롭던 시절 이 산등 저 골짝 핑핑 날 적에도 까투리 장끼는 키를 넘어 날았지 더 넓은 사냥터 사우디아라비아 메마른 사막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빗맞은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곤 하였지 돌부리에 넘어지고 또 절뚝거리며 먹이를 나른 수렵의 세월 너와집 굴피같은 거친 손으로 활을 만지작거리며 중얼중얼 이제 연장이 너무 낡았군, 하는데 수십 년 사냥질에 대호 한 마리 메고 온 적 없지만 저 사냥꾼 가슴을 늘 아리게 하네

시 - 필사 2022.04.28

사막으로 가라 / 한필애

사막으로 가라 한필애 체증으로 가슴이 답답하면 초원사막으로 가라 가서 은하수를 만지거라 벌컥벌컥 마셔도 보고 첨벙첨벙 건너도 보아라 홀로 건너기 외로우면 낙타와 함께하라 하루 종일 소소초를 씹는 낙타도 맑은 물로 비린내를 헹굴 것이니 양가죽 냄새 퀴퀴한 게르에서 낙타가 오기를 기다려라 전갈들 모래 바닥 기어 다니고 먼 데서 온 네가 궁금해 사막여우가 어슬렁거리다 제 굴로 돌아가면 사막의 밤을 가만히 내다보라 거기 또 별들 쏟아져 발목에 쌓일 것이니 떠나라

시 - 필사 2022.04.28

사람볕이 그립다

한필애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냈다. 시인회의 동인이 모여 축하했다. 과타박스라 불리는 우리의 합평장소, 한 시인 집에서. 시인의 말 시가 나를 호명할 때 비로소 붉은 피톨이 가열하게 박동한다 두 번째 시집을 엮은 후 여기까지 오는데 14년이 걸렸다 묵혀 두었던 시들을 거풍하여 묶고 보니 그리움에 대한 시편이 많다 돌아보니 모두가 그리움이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팬데믹에 허우적거린다 위안과 위로가 필요하다 사람볕이 몹시 그리운 시절이다 한 시인의 화관을 돌려가며 쓰고 ㅋㅋㅋ ㅎㅎㅎ

파친코 / 이민진

한국계 1.5세대 작가, 영어로 쓴 소설이 27개국어로 번역되고,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정서에 몰입하여 한국 사람이 느꼈던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는 하버드대 강연을 보며 나는 홀딱 빠졌다. 알라딘에 주문하니 일시 중단되었단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작년에 읽었다며 바로 갖다주었다. 1판 26쇄다. 1, 2권 단숨에 읽었다. 원문에는 사투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예일 대학시절, 재일한국인을 돕던 백인 선교사로 부터 13살짜리 재일한국인 소년의 투신자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구상, 재구상해서 30년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초고를 여러 번 쓰고 나서 저는 독자를 다른 방식으로 정말 존경하게 됐..

놀자, 책이랑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