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파친코 / 이민진

칠부능선 2022. 4. 28. 01:02

한국계 1.5세대 작가, 영어로 쓴 소설이 27개국어로 번역되고, 애플tv에서 8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정서에 몰입하여 한국 사람이 느꼈던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는 하버드대 강연을 보며 나는 홀딱 빠졌다. 

 

알라딘에 주문하니 일시 중단되었단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작년에 읽었다며 바로 갖다주었다. 1판 26쇄다. 

1, 2권 단숨에 읽었다. 원문에는 사투리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예일 대학시절, 재일한국인을 돕던 백인 선교사로 부터 13살짜리 재일한국인 소년의 투신자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구상, 재구상해서 30년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초고를 여러 번 쓰고 나서 저는 독자를 다른 방식으로 정말 존경하게 됐어요.

독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합니다.

만약 작가가 독자를 괴롭히려 한다면, 독자는 그냥 그 책을 덮고 넷플릭스를 켤 거예요. 전 여러분이 그 책을 읽고 싶어 하길 바랐어요.

시금치를 먹어야만 하기 때문에 먹는 것 같이 말이죠.

초콜릿 쉐이크를 마실 때처럼 쉽게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록 그게 정말 중요한 생각일 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배우는지를 생각해볼 때,

그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고 내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고, 정말 매력적일 때, 배운다고 생각해요.

전 문학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책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매우 훌륭하기도 하죠.“

  

"저에겐 목표가 있습니다.

전 여러분들을 한국인으로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캐릭터, 줄거리, 시점, 톤과 설정, 인식, 반전, 카타르시스를 통해 저는 여러분이 한국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게 바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문학을 통해 우리는 국경을 넘나듭니다.

우리는 잃어버렸던 자신과 재회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평화에 접근하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 이민진 작가 인터뷰에서  

 

 

 

1권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11 쪽)

 

*고향에서 선자는 자신의 신분증에 적힌 일본 이름, 그러니까 가네다 준코라는 이름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공적인 업무를 볼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선자는 김씨 성을 갖고 태어났지만 여자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일본에서 선자의 이름은 백선자였고, 보쿠 선자로 번역되었다. 신분증에 적혀 있던 일본 이름도 반도 준코로 바뀌었다. 조선인들이 일본식 성을 골라야 했을 때 이삭의 아버지는 조선어로 반대라는 말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반도라는 성을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일본의 창씨개명 정책을 조롱했던 것이다.  (199쪽)

 

* 요셉은 집 밖으로 나서는 이삭을 따라나가 동생의 손을 잡았다. 

"넌 이제 아버지가 됐어."

"응." 이삭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정말 잘됐어." 요셉이 말했다.

"형이 아이 이름을 지어 줘.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답장을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여기서는 형이 우리 집 가장이니까..." 이삭이 말했다.

 (227쪽)

 

 

2권

* 양진은 쉽게 지쳤다. 이제 그녀의 나이도 육십이 넘어서고 있었다. 어린 소녀 시절에는 누구보다도 더 부지런히 일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았다. (10쪽)

 

*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이 아키코를 경시했지만, 갑자기 노아는 다르게 생각할 줄 알고 다른 진실을 제시할 수 있는 그녀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노아는 자신이 책임자의 말이 항상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 아닌 장소, 즉 대학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아키코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전까지는,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할 줄 몰랐다. 더 나아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제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76쪽)

 

* 오늘은 돈을 좀 잃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이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그들과 계속 포커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들은 분명 솔로몬이 고만고만한 먹잇감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에 초대했을 것이다. 솔로몬이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전공에다 포커와 당구를 복수 전공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317쪽)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했다. 

물론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