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남편 / 한필애

칠부능선 2022. 4. 28. 20:52

남편 

한필애

 

 

 

오늘도 먹이 사냥에 나서는 우리 집 수렵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내딛는 걸음

어느새 뒤꿈치 다 닳았네

 

젊어 호기롭던 시절

이 산등 저 골짝 핑핑 날 적에도

까투리 장끼는 키를 넘어 날았지

 

더 넓은 사냥터 사우디아라비아

메마른 사막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빗맞은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곤 하였지

 

돌부리에 넘어지고

또 절뚝거리며

먹이를 나른 수렵의 세월

 

너와집 굴피같은 거친 손으로

활을 만지작거리며 중얼중얼

이제 연장이 너무 낡았군, 하는데

 

수십 년 사냥질에

대호 한 마리 메고 온 적 없지만

저 사냥꾼

가슴을 늘 아리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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