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분주할 땐 시집이 좋다. 시집 열두 권의 선집이다. 옮긴이의 해설까지 500쪽에 가깝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가장 진솔하고 소박한 수상 소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수상 소감의 맺는 말이다. "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아무 것도 없다. 시인이 되긴 글렀나 보다. *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