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24

특별한 집밥

대모산 중턱에 사는 후배가 선배 3인을 초대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지금도 산소호흡기를 달고 사는 선배님을 위한 배려다. 난 덩달아 호사를 하고. 연약한 분이 2.5킬로 호흡기를 24시간 들고 다녀야한다. 3시간짜리라서 중간에 충전도 했다. "잘 먹고 기분도 좋은데 다만 혼자서 숨을 못 쉴 뿐"이라고 농담을 하시니 다행이다. 8개월째라는데... 어서 자유로워지시길 빈다. 에피타이저로 ABC 쥬스, 문숙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야채스프 - 간강한 맛이다. 화이트와인도 한 잔씩 마시고 바로 내린 캐냐AA와 디저트까지 포식을 했다. 냥이도 인사시키고 ... 요즘 집집마다 냥이가 아기다.

양평, 사나사

팀 5인이 만났다. 안진영 시인의 이 시를 읽고 사나사를 찾았다. 나무 한 권이 서 있다 안진영 극락전이 건너다보이는 발치에서 백여 년을 훌쩍 보낸 표지가 낡은 책 백운봉과 함왕봉의 갈피에 꽂힌 그의 저서를 펼쳐 본다 가파른 기슭의 첫 단락을 시작으로 젖은 둥치의 다음을 읽다가 어둠속에서 일어서는 횃불을 마주한다 바람이 거셀수록 번져가던 불길은 함성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한 외마디 한 줄을 적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죽어가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장대비가 지나간 아침 끊긴 행렬처럼 하나 둘 사라지고 돌아온 기록들은 사나사* 깊은 골에 꽃이 되고 나무가 되었다 *사나사 고려전기(923년)에 지어진 사찰로 1907년 일제에 항거한 양평의병의 근거지였다. 당시 의병과 관군의 충돌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

낯선 길에서 2022.05.03

지독한 끌림 / 정봉채

사진작가가 한 장의 작품을 건지기 위해 2천 번의 셔터를 누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정봉채 작가는 8천 컷을 찍어서 한 작품을 건지기도 한단다. 20년 동안의 치열한 기록이다. 비구상 작품 같은 사진의 여백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 풍토병 -- 이른 새벽부터 늪에서 뿜어 나오는 입김을 온몸으로 맞으며 안개 속에서 촬영을 한다. 사진 작업이란 시간을 정해놓고 어떤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다. 심상에 그려지는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무량한 시간을 찍고 또 찍어야만 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거의 매일, 하루에 2천 텃에서 3천 컷의 사진을 찍는다. -- 늪가의 나무같이 늪에 오래 머무른 내 몸도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병으로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습진으로 가려워 밤새 온몸을 긁기 일쑤다. 고통으..

놀자, 책이랑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