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그날, 인사동

칠부능선 2022. 5. 22. 14:02

 

내가 페북에 들어가는 이유는 '좋은 글'이 거기에 있기때문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소통은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들의 글을 슬쩍슬쩍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리 감동해도 '최고에요'라는 빨간 하트를 누르고 수다스러운 인사는 생략한다. 그가 나를 모를 것이라는 확신때문이다.

내가 댓글을 쓰는 건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를 알기에 인사의 차원이다.

매일 조금씩 자발적으로 빼앗기는 시간이다. 넓은 세상을 향한 내 눈곱재기창이다. 

김미옥 님은 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쿨하면서도 깊다. 그가 읽은 책들도 끌린다. 

 

 

 

- 세상에 발 디딜 데 없어

어제는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두 개의 전시회를 관람했다.
인사동 경인미술관의 <박진수 작품전>과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의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었다.
짐작대로 전시회는 빈부의 격차가 여실했다.
한 곳은 썰렁했고 한 곳은 인산인해로 도록마저 동이 났다.

박진수 화백의 전시장은 관람객이 없었다.
그의 그림은 ‘어머니와 노동과 노숙자와 몇 점의 풍경’이었다.
올해 84세의 화백은 엽서와 포스터를 말아 내게 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시회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통화하기로 했다.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빨갱이 부모덕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평생을 연좌제에 시달렸다.
장남이었던 그는 공장을 전전하다 육십이 넘어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도 독지가의 도움으로 열었다.

화가 박진수를 말하려면 그의 부모인 이효정과 박두복을 얘기해야 한다.
그는 그들의 장남이었다.
‘경성트로이카’는 1933년 일제강점기에 경성에서 조직된 사회주의 단체다.
이현상, 이재유, 김삼룡이 주축으로 여성 멤버 중의 한 사람이 이효정이다.

1913년 독립가의 딸로 태어나 항일운동과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숱한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
출소 후 이효정은 고문 후유증으로 치료받다가 울산의 보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그때 사회주의계 항일운동가인 박두복과 혼인했다.

해방 후 남편의 좌익 활동 때문에 교직에서 쫓겨났다. 
남편 박두복은 악질 일본 헌병을 살해하고 사형선고를 받았던 독립운동가였다.
해방되고 미군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생활 중 6·25때 월북했다.
특이한 건 이효정이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남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거부한 이효정은 2남 1녀의 자식을 데리고 평생 가난과 연좌제에 시달렸다.
6·25때 북으로 갔던 남편이 가족이 있는 울산의 오좌불 해안으로 침투했다가 친구의 신고로 다시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일로 동생 박두진은 자살하고 이효정의 가족들은 또 고초를 치러야 했다.

박진수 화가의 그림 속엔 소외된 자들의 삶이 있다.
굵고 거친 터치의 유화 속에 어머니 ‘이효정’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했지만 2006년에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93세에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어 건국포장을 받고 4년 후 타계했다.

이효정과 박두복의 집안은 독립 운동가들을 배출한 명문가다.
증조부인 이규락은 항일의병장이었고, 종조부 이동식, 이동하, 이경식까지 항일운동가에 독립유공자다.
이효정에게 당숙과 당고모가 되는 이병린,  이병희도 독립운동가였으며 시인 이육사도 이 집안 출신이다.

독립운동을 했지만 당시 젊은 지식층들이 선택한 사회주의는 일제강점기보다 더 혹독했다. 
늦었지만 공과(功過)를 구분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북으로 올라가 숙청당하거나 처형된 그들을 생각한다.
그들 후손의 현주소가 바로 박진수 화백이다.
5월 18일부터 24일까지 경인미술관 2관에서 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입장료도 없고 관람객도 없는 이 전시회를 꼭 관람하기 바란다.

경인미술관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서 줄을 섰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은 관람객이 많다.
이 전시회의 부제는 <노실의 천사>인데 노실은 점토인 테라코타를 굽는 작업실이다.
전시회를 가면 꼭 도록을 사는데 4만 원 짜리 도록이 완판되어 책 『권진규』를 구매했다. 

그의 삶도 녹록치 않다.
일제강점기 일본유학 중에 징용을 당했고 해방 후 다시 일본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그의 일본인 아내와의 사연은 이중섭을 연상하게 한다.
일본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국내 미술계는 견고했고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
좌절 속에서 병까지 얻어 절망한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살했다.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이 거론하니 언급하지 않겠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 84세에 그림 전시회를 하는 박진수 화백과
외롭고 힘든 생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야 했던 불우한 조각가 권진규 기념전을 권한다.
박화백이 건네 준 포스터는 아주 특별하고 권진규의 조카 허경회가 쓴 『권진규』도 좋다.

박진수 화백 전시회는 5월 24일까지고 권진규 기념전은 5월 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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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 Arr. Edwards/Hirschfelder
https://youtu.be/B-0nwhs6o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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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마침 인사동 모임이 있어 일찍 나가서 경인미술관을 찾았다. 한동안 썰렁했는데... 미술관 마당 찻집에는 사람이 그득했다. 그러나 박진수 화백 전시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한 눈에 작가를 알아봤다. 나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도록에 안 하던 사인도 했다. 

도록을 건네주시면서 "부끄럽다"고 하신다. 아, ..... '네~~ 작품과 비교하면 도록은 아쉽지요." 이런 인사를 했다. 

그가 살아낸 시간을 미리 학습하고 왔기에 어설픈 인사나마 가능했다.  

 

 

 

 

'이효정' 어머니 옆에서는 해바라기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내 마음처럼

 

 

그의 눈길이 머문 .... '철야'

 

 

 

 '광야'를 향해 내 딛는 발걸음, 생의 거친 숨결

 

 

 

 

 

 

 

                                                     블친 카톡에서 소개 받은 전시도 찾았다. 

 

 

 

 

 

 

 

 

 

같은 땅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세 사람,

이 땅을 떠난 세 사람은 하늘에서 만났을까?

 

 

 

 

 

잠시 인사동 뒷골목을 어정거리고 ~

 

 

 

 

 

 

 

 

5시 30분 <The 수필> 모임 

<The 수필> 5년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의견이 오갔다. 

'옥정'에서 저녁을 먹고, 맹 선생님의 출간 축하로 아이스크림 케잌까지 먹고, '한옥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북인 조 대표님은 언제나 에너지가 충만하다. 

환한 기운이 좋은 일을 만드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기에도 세 권이 아르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차가운 차와 뜨거운 차를 선호대로 주문하듯이, 의견과 이견이 오고 가고... 계속 의견을 나누기로 하고 

돌아오는 선정위원들 손에 호두과자까지 들려준다. 

 

 

 

  헤어져 오는 길에 조 선생이 좋은 그림이 있다며 불꺼진 화랑 진열대로 이끈다. 

  글을 형상화한 그림이라고. 

  글에서 그림을 보는 건 풍류를 누릴줄 아는 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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