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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순성길 2 - 낙산

10시 5분, 판교역에서 12인 합류. 몇 번 환승을 해서 동대문역에 내렸다. 동대문역에서 15인이 되고, 두산건물 위에는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 ​ ​ 소음을 피해 부지런히 걸었다. ​ ​ ​ ​ ​ ​ ​ 충신동, 효재동을 지나 ​ ​ ​ 낙산 성곽공원을 걸어 회화문에서 ​ 성북동의 또다른 얼굴 ​ ​ ​ ​ ​ ​ ​ 심우장의 방 ​ 심우장의 부엌 ​ ​ 2시 30분 경에 식당 도착해서 16명이 식사를 했다. 오늘이 걷기 최대인원이다. 모두에게 박수, 오늘의 MVP는 90세 김관두 선생님! '!' 이런 부호 싫어하지만... 안 쓸수가 없다. ​

낯선 길에서 2024.02.27

보름밥

언니의 호출이다. 11시경 출발, 거한 보름상을 받았다. 저 밥과 국을 다 먹고 나물도 엄청 먹었다. 모두 간이 입에 딱 맞았다. 봄동겉절이까지. ... 나도 언젠가 이렇게 차려서 언니와 형부를 불러야하리. 맘만 먹었다. 띠동갑 언니는 대가족 살림을 살아서 손이 크다. 살림 고수다. 맘도 넓다. 나도 12년 후까지 저렇게 음식을 차릴 수 있을까.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 ​ ​ 재래식 호두까기. ㅋㅋ ​ ​ 돌아올때 이렇게 싸줬다. 오면서 동갑 시누이네 집에 들러 나눠주고 .... 사과와 케잌, 음료를 얻어오고. ​

89세, 고운 손

시인회의 모임날이다. 서현에서 9401를 탔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나를 옆에 앉으라고 이끈다. 내게 "자리 잡아두었다" 며 웃는다. 자리에 앉아 옆을 보니 손에 메니큐어가 예사롭지 않다. "이 손톱 손질 어떻게 하신거에요?" 하고 물으니 심심해서 직접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자도 코트도 보라색이다. 멋지세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니 손을 모아주신다. 보라색을 좋아해서인지 외롭게 살았다고 하신다. 지금 89세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살에 결혼해서 5녀1남을 두었는데 남편이 41살에 저 세상을 갔다고 하신다. 그후 혼자서 6남매를 키웠다고 하신다. 모두 결혼해서 잘 살고 분당에 딸 셋, 서울에 딸 하나. 막내딸은 일본에 살고, 손자녀가 13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들네랑 함께 사신다..

낙치설(落齒說) / 김창흡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이 많으니 이제부터라도 만년의 세월을 보내기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흥얼흥얼 글이나 낭독하려 한다. 그리하여 깜깜한 길을 촛불 하나로 밝히듯 인생의 근원을 음미하려 하는 바이다. 그래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자 이가 빠져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마치 깨진 종소리 같아서, 바르고 느린 마디가 분명하지 않고 맑고 흐린소리가 구분되지 않으며 소리의 높낮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낭랑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였으나 결국 소리가 말려들어 가고 만다. 나는 쓸쓸히 읽던 책을 덮어 버렸다. 그러자 마음은 점점 게을러져 갔다. 인간의 근원을 찾으려는 이 마음을 무엇으로 유지한단 말인가? 이것이 이가 빠지고 난 뒤에 ..

산문 - 필사 + 2024.02.20

나는 매일 아침 솔숲에 다녀온다 / 조 헌

조헌 선생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첫 작품이 내가 청탁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특집 원고다. 하여 더 반갑다. 작품마다 훤히 그려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말미에는 선현의 지혜까지 알려준다. 불교경전도 재미있게 풀어내니 쉽게 다가온다. 쉽게 읽히지만 내 습성대로 후르륵 읽지 않고 아껴 읽었다. 연로한 부모님을 돌보는 모습이 내 일인듯 다가온다. 교직에서 만난 학생들과 동료 이야기며 길에서 만난 사람을 대하는 모습까지.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수필은 인간학이라는 게 바로 이것이다. ​ ​ *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소설 《미국의 목가》에서 목청을 높인..

놀자, 책이랑 2024.02.20

설, 완결

설 전전전날 언니네 가서 언니가 만든 전과 만두를 얻어오고, ​ 설 전전날 세째 오빠랑 만나서 엄마 묘소에 다녀오고, 함께 점심을 먹고. ​ 설 전날 아들 며늘이 장 보고 선물 잔뜩 가져와서 마련하고 ... 저녁을 먹으며 화이트와인 두 병을 마시며 그동안 슬픈 일이 있었다며 며늘이 슬픔 복받치는 눈물을 보인다. 키우던 고양이 중 가장 이뻐하던, 아들 표현으로 96%, 어린 냥이 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단다. 아직 둘 다 우는 날이 많다고, 사랑을 주고 느끼면 자식과 같은 관계가 이루어진다. 며늘의 이력에 '반려인 1, 반려묘 3 '이런 걸 본 기억이 난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나... ​ 설날, 딸네 네 식구가 오고 모두 모여 새배를 하고 아들네는 저녁 전에 가고, 저녁 식사를 하며 딸과 난 와인 한 ..

한양도성 순성길 1- 남산

새해 첫 걷는 날이다. 올해는 세째 목요일과 마지막 화욜일로 잡았다. - 한양도성길 집에서 나올때는 가랑비가 왔다. 판교역 10시 22출발, 동대입구역에서 모두 만났다. 빗발이 좀 더 굵어졌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올라갈수록 진눈개비로 변하더니 눈이 펑펑 내린다. ​ ​ ​ ​ ​ ​ ​ ​ ​ ​ ​ ​ ​ 눈오는 남산 재생0 좋아요0 00:0000:18 눈오는 남산 ​ ​ ​ 회현동 쪽으로 내려와 '야래향'에서 늦은 점심, 연태고량주와 팔보채, 탕수육, 짜장면으로 포식하고 나오니 햇살이 환하다. 하루에 온갖 날씨 세례를 받고 돌아왔다.

낯선 길에서 2024.02.18

자랑질

제주에 일년살이를 세 번째 하고 있는 후배가 보내 온 선물이다. 모두 시간과 정성을 들인 애들이다. 좋은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가 비트를 사다가 말렸다고 한다. 비트차, 무차, 청귤차, 귤잼, 동백기름... 웃음나는 편지는 또... 좌우튼 자랑질을 부르는 귀한 선물이다. ​ ​ ​ 요즘은 잡지를 읽은 시간이다. 좋은 작품 발견하려고 눈을 혹사하고 있다. 사막에서 선인장찾기? 모래톱에서 이쁜 조개껍질 찾기? 그곳에 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정기총회

문학위원장이 된 이혜민 시인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은 오봉옥 선생님을 응원하기 위해서 성남민예총 문학분과 회원이 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타지로 이사를 가고 오 선생님의 후임 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간부터 자부심 가지고 만들던 문예비평지 과 예산이 70% 삭감되었다. 다른 분과도 50~70% 삭감되었다. 시의 문화정책이 퇴행하고 있다. ​ ​ 문학, 음악. 세 분과 위원장이 바뀌었다. 아주 젊어졌다. 26세가 상큼한 인사를 한다. 그러고보니 이 모임에 내가 최고령인듯.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뒷풀이에서 식사하며 와인 서너 잔 마셨다. 멋진 건배사도 많았다. '우하하'만 남았다. 뒷풀이 중간에 일어서 나왔다. 최고령 퇴장이라니까 몇몇은 덕담을 해준다. ​ ​ 우수회원 시상식, ..

이 여사의 행복카페 / 이영옥

를 익일특급으로 받았다. 나도 특급 대접으로 바로 읽기 시작했다. 딱히 급할 것도 없는데 밤새 다 읽었다. 첫 작품에서 덜컥 걸렸다.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찾아보았다. 과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찾을 수 없다. 승승장구하던 39세의 남편이 비인강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투병하는 모습이 론다니니의 피에타에 겹쳐보인다. 자신보다 시어머니의 지극한 마음을 헤어리며 감정이입이 된다. 젊어서 치른 큰 사건은 부부의 결속을 다지는 거름이 된듯 하다. 작가의 반듯하고 성실한 면모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남편이 해외근무를 하는데 함께 가지 못하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았다. 치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모시는 시간조차도 행복한 위트로 버무렸다.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아도 그 너머의 ..

놀자, 책이랑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