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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열반상 외 1편 / 노정숙

황금열반상 노정숙 당신은 모로 누워있었어 원 달러를 내고 당신 발에 머리를 조아렸지 내 소행을 아는 듯 당신은 슬쩍 웃었지 너도 황금 좋아하는구나? ​ 행복요양원 노정숙 탁자 위에 놓인 빵이 며칠째 그대로네 썩고 싶어도 썩지 못하는 빵, 지루한 인생 ​ ​ 2023 겨울호 / 통권 46호 ​ ​ ​ 발행인 김우종 선생님은 1929년생이다. 여전히 표지 그림 그리고, 짱짱한 평론도 발표했다. 건재하심에 감사드린다. ​

새해 첫날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잔을 했다. 남편은 술이 완전히 줄어서 내가 더 마신듯 하다. 아이들과 톡으로 Happy new year~를 나누고~~ 화사한 꽃이 좋은 걸 보니 늙긴 늙었다. ​ 야밤에 연예대상을 보면서 저걸 다 먹고 맥주 캔도 3개 마셨다. ​ 새해라고 사위와 태경 시경 딸의 전화를 받고, 어른들께 전화를 하고. 친구들과는 톡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가로움도 잠시, 아들며늘이 저녁에 왔다. 아침은 공무로 떡국, 점심도 처가에서 떡국을 먹었다고 해서 난 국수를 끓였다. 샐러드와 녹두빈대떡을 곁들여 가볍게 먹었다. 아들이 베트남에서 족제비 커피를 사왔다고 내려줬다. 카페인 성분이 낮아서 부드럽고 맛은 있다. 3박5일 몇 십만원짜리 패키지 여행을 하며 300만원짜리 침향을 어른들은 거의 샀다고 한다..

진짜 송년 / 월하오작

올해 마지막 날이다. 월하오작이 어렵게 잡은 날짜다. 아들이 오늘 점심에 와도 되냐고 했는데... 선약있다고. 바쁜 아들은 잠깐 짬이 날때 다녀가는데 벌써 두 번이나 내 선약때문에 미뤄진다. ​ 달빛 아래서 다섯 사람이 모여 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모두 한 잔 할 줄 아는, 가장 오래된 문우다. 그러나 낮 모임으로 바뀌었다. 글을 쓰며 얻은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오랜시간 합평과 여행을 함께 했으니 서로 민낯을 다 봤다. 잘 살아낸 시간에 감사하며, 새해에도 잘 살아내자고 다짐한다. 모두 무탈하여, 다시 달빛 아래서 한잔 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 ​ ​ 5인5색, 정겨운 선물도 나누고~ 모두 고맙다. ​

2년 만에 방문

자임과 율리아나형님과 10시에 만나서 제노비아 형님댁을 갔다. 오픈하우스라고 언제든 자주 오라고 하셨는데 2년만이다. '삼성전원마을'은 변함없이 아늑하다. 초인종도 안 누르고 그냥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 ​ ​ ​ 코로나 때 이웃 사람들이 이 테이블에 먹을 것을 놓고 갔다고 한다. ​ 벽난로가 대기하고 있고 ​ 점심 준비도 다 해놓으셨다. ​ 84세 형님은 아직도 요리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매주 월요일 아드님 신부님과 음악하는 사람들 밥을 해주는데 새롭게 궁리하는 것도 행복하시단다. ​ 올해 최고 맛있는 김치를 먹었다. 굴비도 갈비도 간이 딱 맞고 청국장은 슴슴해서 많이 먹었다. 술도 취향대로 마시라고 다 내놓아서, 친구는 막걸리, 나와 형님들은 양주 한 잔. 난 또 생막걸리도 한 잔. 포식을 했다..

또 송년

그동안 '오우가'의 송년모임이 있었고, 아들네는 전 주에 다녀가고 여름나라로 휴가를 갔다. 딸네 식구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와서 자고 갔다. 시경이는 부모 집 비운 사이 친구 다섯 명이 와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고 안 왔다. 태경인 멀미한다고 아빠 차를 타지 않고 혼자 전철을 타고 왔다. 요즘 스마트 폰이 다 알려주니 별 어려움 없이 환승하고 이매역에서 걸어왔단다. 30분 더 걸렸다. 참... 애들이 다 컸다. 사위는 내 컴퓨터에 스피커를 달아주고, 남편 컴퓨터 모니터를 바꿔주고, 내 워치 줄을 갈아주고... 소소한 것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줬다. 이제 완전 노인모드다. 배우려고도 안하고 편리하게 해주는대로 그냥 둔다. ​ ​ 태경이에게 선물로 줬다. 리본 묶어서 봉투와 함께. 수욜, 수업이 끝나고 가락시장에서..

성남문예비평지 <창> 15호

비평지 15호가 나왔으니 올해 일이 제대로 끝났다. 이번에는 원고때문에 노심초사하던 시간이 길었다. 김태헌 샘이 편집장을 내려놓은 마음이 헤아려진다. 원고마감에 딱 딱 맞춰서 후다닥 끝내야 하는 내 성질머리가 문제인지.... 어쨌거나 올해 안에 발간되었으니 다행이다. 아, 이 책은 성남시에서 기금을 받아서 성남시의 문화예술정책에 비평을 한다. 예전에는 강도 높은 비평을 해서 공무원들이 긴장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제대로 된 비평 글을 쓰는 사람이 줄었다.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 포기하는 건지, 찍히기 두려워서 숨는 건지... 기금으로 만드는 비매품이다. 관공서에 비치한다. 나름 보람된 작업이다. ​ ​ 박설희 시인이 쓴 '관동대지진 100주년' 보고서다. 함께 한 4박5일의 현장과 소회를 ..

놀자, 책이랑 2023.12.27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겨울호에 추선희 선생 리뷰를 읽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의 길동무, 몸' - 가 몸을 거쳐 마음으로 길을 내고 그 마음이 지나는 몸을 다시 보게 된다고 했다. 책은 비닐로 꽁꽁 밀봉을 해서 왔다. 의아해하면서 포장을 풀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몸과 마음을 떨어뜨려놓고 바라보던 글을 제법 썼다. '몸의 말'을 들어야 하는 시간이 벌써 다가왔지만 아직 경청하지 않는 나를 돌아본다. 12세 11개월 18일에 시작해서 87세 19일, 눈감을 때까지 몸을 중심으로 쓴 남자의 비밀일기다. '사랑하는 리종에게' 일기장을 딸에게 남기면서 당부하는 마음이 중간중간 나온다. 장편소설을 난 또 수필처럼 읽었다. 몸이 이울어가는 시기에 만나서 일까. 몸의 변화에 대한 적나라한 기록은 내게 위안을 주었다. 거침없는 열정의 시간..

놀자, 책이랑 2023.12.26

고독한 기쁨 / 배혜경

촘촘했던 연말 모임이 헐렁해졌다. 바로 숙제에 돌입했다. 연말에 밀려온 책들을 잡았다. '고독한 기쁨'은 내게 '즐거운 숙제'가 되었다. ​ 첫 책 『앵두를 찾아라』부터 눈길을 끌며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중상을 입은 몸으로, 책과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은 경건한 그림이다. 서툰 못질 없이, 제 몸으로 연결하는 장인처럼 책과 영화, 몸이 변화를 자연스레 엮었다. 내가 못 읽고 못 본 영화가 훨씬 많지만, 내가 읽은 책과 영화는 반갑게 만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세잔과 에밀졸라 이야기는 그림 그리는 친구와 주변 예술가들을 생각하며, 더 다가왔다. 내가 두 번 다녀온 삼척의 부남해변에서 저리 풍성한 감성을 쏟아놓다니 ... 내가 놓친 풍광을 새로이 만나며 감탄한다. 속깊은 문장과 주문할 책과 보고 싶은 영화..

놀자, 책이랑 2023.12.22

보랏빛 함성 / 조한금

지난 달에 받은 책을 이제사 읽었다. ​ 조한금 선생의 팔순 기념 네 번째 책이다. 잘 살아오신 이력이 다 수필인데 사실그대로가 자랑이 되고도 넘친다. 이럴때는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 그 장치가 신앙심인듯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민감하며 역사의식도 열려있다. 30년 전 장수로 귀농하여 귀농의 모범을 보인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집필과 봉사를 한다. 은 신앙인으로서 자신과 이웃을 위한 글쓰기를 하며 영육의 건강을 빈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 ​ * 설날 하면 가난했던 어린 날이 소환되어 온다. 엄마가 안 계셔서 때때옷 한 번 못 입어 보고 자랐다. 빨갛고 파랗게 입는 것은 기생이나 하는 짓이라며 오로지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만을 고집하신 아버지는 "곱게 놀아아, 높이 놀아라!"만 주문하셨다. (..

놀자, 책이랑 2023.12.20

무탈한 하루 / 강건모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두께지만 아껴서 읽었다. 강건모는 10년 전 내 세 번째 책을 만들어준 편집자다. 지금은 그 출판사를 떠나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그때 첫 느낌이 깜짝 놀라게 수려한 용모였다. 게다가 유능하고 친절했다. 그는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격렬하나 고요하게... 궁금했던 일상과 사유에 한참 빠졌다. 1990년 가을, 그가 열살 때 안면도 핵폐기물설치 계획을 안면도 반핵항쟁으로 막아낸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산소발생기를 항상 옆에 작동시켜야 하는 안면도 어머니께 감사일기를 쓰게하고 제주에서 홈CCTV를 보며 응원하는 모습이 애틋하다. '다정하게 스며들고 번지는 것'에 온 마음을 열어야겠다. 모든 인연의 무탈을 빌며. 로 이루어진 그 어질고 깊은 생각들을 거듭 소환할 것같다. ​ ​ ​ *..

놀자, 책이랑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