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392

교양인의 서양건축사 / 이민정

교보문고 알림이 왔다. 선물을 수락하고 주소를 입력한다. '지적대화를 위한 교양인'의 서양건축사다. 해운대 류선생의 선물이다. 작가 이민정은 류선생의 '우리 민정이'다. 공자를 가르치는 선생은 아들의 짝을 그리 부른다. 건축과 예술, 문화를 삶의 기반에서 알려준다. 어릴 때 기억을 불러와 다정하게 속삭이듯 풀어낸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태어난 문명과 건축부터 로마, 중세시대를 거쳐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와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와 근대 건축과 예술에 도달한다. 짐작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사진까지 보며 소상히 알게되었다. 참한 어법이다. ​ ​ * 개인적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도 특히 이 시기, 즉 고졸기 시대의 조각상들을 좋아합니다. 앞서 언급한 쿠로스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보면서 비교해보는 재미..

놀자, 책이랑 2024.01.25

상처로 숨 쉬는 법 / 김진영

오랜만에 김진영을 펼쳤다. 2018년 그가 떠나고, 2021년에 나온 책이다. '상처로 숨 쉬는 법'이라니, 우리가 가진 게 상처 밖에 없다면 상처를 허파로 만들어 숨을 쉬어야 한다는 거다. ​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를 정리한 강의다. 부정성으로 말하는 아도르노를 김진영은 여러 철학자와 문학작품을 데려와 친절하게 풀어준다. 아도르노는 부유한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머니와 이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신동 소리를 듣고 자라 일찍 교수가 되었다. 유태인 박해가 일어나려 할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돌아와서도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가 되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68학생운동 때 "강의실에서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실천이다"고 하며 혼자 꿋꿋이 강의 하며 이론과 실천을 동일시 했으나, 격렬(?)..

놀자, 책이랑 2024.01.20

외도의 추억 / 최민자

외도의 추억 최 민 자 시詩도 공산품이라는 사실을 제작공정을 보고서야 알았다. 문화센터 한구석 큼큼한 가내공장에서 숙련된 도제와 견습공들이 시의 부품들을 조립하고 있었다. 누군가 앙상한 시의 뼈대를 내밀었다. 곰 인형이나 조각보를 마름하듯 깁고 꿰매고 잘라 내고 덧붙이며 간간이 웃음과 농담도 섞으며 정성스레 매만지는 손길들이 골똘하고 따스했다. 시는 머릿속에서 튕겨 나오는 게 아니고 몸속 여기저기를 흘러 다니다가 손끝으로 감실감실 새어 나오거나 앞 문장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절름절름 걸어 나오는 거라고, 스티치 위에 인두질을 하고 반짝이 가루를 도포하던 장인匠人이 말했다. 얼추 완성된 시제품 위에 그가 냉큼 새 라벨을 붙인다. 털도 안 뽑힌 살덩어리에서 비계를 발라내고 근육과 뼈가 엉긴 곳에 섬세한 칼끝을..

산문 - 필사 + 2024.01.14

몸짓 / 김응숙

김응숙 작가의 '몸짓'은 어떤 춤보다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자신을 재료 삼아, 골골 진국을 뽑아냈다. 조미료 없이 낸 깊은 맛에 홀려 거듭 찾게 되는 맛이다. 마냥 담백하지 않다. 재료 자체가 특별하다. 눈물씨앗으로 진주를 빚었다. 한 줄 한 줄, 아니 한 자 한 자 땀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피라고 해야할까. 신산한 기록이 은유의 강을 넘실댄다. 곧 포용의 바다에 이를 것같다. ㄱ선생이 ㄹ작가에게 했다던 말이 떠오른다. "너의 불우가 부럽다" 작가에게 불우는 재산이다. , , , ... 낯익은 작품에도 거듭 감탄한다. 저자가 '두 손 모아' 건네 준 책을 읽으며 나도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숙인다. ​ ​ ​ * 두 귀에는 저 멀리 아득한 은하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가득했다. 두 ..

놀자, 책이랑 2024.01.13

동백

분재분에서 살고 있는 동백에 꽃망울 4개가 맺혔다. 작년에는 7개가 맺혀서 한개도 활짝 입을 열지 않고 목을 꺾었다. 올해는 벌써 세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홀로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좋아한다. 오래 전에 쓴 글도 불러온다. ​ ​ ​ ​ 동백冬柏 노정숙 ​ ​ 가을부터 앙다문 입술 흰 눈을 머리에 이고도 여문 입을 열지 않는다 새빨간 입술만 봐도 설렌다 살짝 내민 혓바닥에 황금빛 조화 서리면 바짝 달아오른다 어쩌라고 규중처자인양 옅은 미소만 머금고 새치름하다 어쩌자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통째로 목을 탁, 꺾는다 ​ ​ ​ ​ ​ ​ ​ ​ ​ ​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이다. ​ ​ ​ 동백이 흰눈을 머리에 이어야 하는데 ... 고모님이 주신 항아리만 눈맞이 ​ 창밖에 내리는 눈과 동백을 바라보며 베트..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 / 박은실

쉰한 번의 봄을 넘긴 작가 박은실은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 언젠가 이런 말을 꼭 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첫 수필집이 야무지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큰할머니가 등장하는 가족사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큰 상처 없이 소소한 일상이 작품으로 등장할 때 필요한 것들을 잘 장착했다. 공부하며 쓴 수필, 독자에게 다가가는 궁리를 하면서 쓴 수필이다. 단숨에 읽히는 장치, 위트와 유머도 있다. 오월처럼 연둣빛 해사한 작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믿음직스럽다. 박수보낸다. ​ ​ * 자신이 값비싼 생선인 줄 아는 도마 위 여자는 오만상을 쓰며 나처럼 저분의 거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돌덩이 대접을 받는 여인에게 강한 동류의식을 느꼈다. 나는 입꼬리가 귀까지 말려 올라가도록 고소한 웃음을 지었..

놀자, 책이랑 2024.01.09

햇볕을 따라

햇볕이 좋은 계절이다. 라는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고 한다. ​ 78세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다. 4인이 만났다. 86세 문선배님을 픽업했지만 선배님도 아직 운전대를 놓지는 않으셨다. 내 나이는 잊고 사는데 선배님의 나이를 자꾸 떠올리는 건 무슨 심사인지... 저 나이에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정희 선생님은 확실한 예술가다. 무용에 일가를 이뤘으면서 그림을 10동안 그리고, 이제 수필에 도전이다. 사실 수필은 도전 거리가 아니다. 그동안의 삶을 잘 정리하면 된다. 마침 살림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줄이고 작품 몰두에 들어가려는 준비인 듯. 작품이 될만한 철학적 화두를 꺼냈는데..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다. ​ ​ ​ 햇볕을 받으며 햇볕에 관한 글을..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 / 배귀선

배귀선 선생은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였다. 그제 출판기념에서 만나고, 첫 수필집을 찾아 읽었다. ​ 호쾌한 모습을 보였는데.. 글에서 보니 선생는 술이 약하다. 섬세하고 속정도 깊은 듯. 안타까운 서사를 거쳐 지금은 안정권에 든 듯하다. 상처없는 삶은 없고, 상처가 글쓰는데 재산이라는 건 확실하다. '봉인된 서러움'을 털어 놓아, 스스로 치유되고 위로받는다. 장하게 지나온 시간에 박수보낸다. ​ 표제작 을 읽으며 난 실소를 했다. 지지난 겨울인가 절친들과 둔내에서 1박을 하고 다음씨가 기막히게 맛있는 곰치국을 먹어야 한다면서 속초까기 안내했다. 한 그릇에 3만원인데 머릿수대로 시켜야 하고, 그것도 현금결제만 해야한다는 식당이다. 깊은 맛도 모르고, 폭력에 가까운 모양새와 양에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 ..

놀자, 책이랑 2024.01.07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출간기념회

​ ​ '오늘 출간기념회에는『The 수필 2024』에 수록된 수필가 60명 중 45명이 참여하고 맹난자 고문과 선정,자문위원과 여러 수필잡지 주간과 편집장 등 56명이 모여 맛난 식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출간기념회 참석을 위해 저 멀리 거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 수필가도 있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원 철학박사이자 기아대책 이사장인 손봉호 수필가도 참석했고 에세이문학 이원영 주간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 -- 북인 조현석 대표가 페북에 올린 글 중에서 ​ ​ 글로만 보던 작가들을 만났다. 허정열 선생은 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었다. 올해는 처음 만난 얼굴들이 많았다. 새로운 작가를 추천하려고 애쓴 결과다. ​ ​ 한복용 선정위원이 사회를 보고 ​ 맹난자 고문의 말씀 ​ ​..

황금열반상 외 1편 / 노정숙

황금열반상 노정숙 당신은 모로 누워있었어 원 달러를 내고 당신 발에 머리를 조아렸지 내 소행을 아는 듯 당신은 슬쩍 웃었지 너도 황금 좋아하는구나? ​ 행복요양원 노정숙 탁자 위에 놓인 빵이 며칠째 그대로네 썩고 싶어도 썩지 못하는 빵, 지루한 인생 ​ ​ 2023 겨울호 / 통권 46호 ​ ​ ​ 발행인 김우종 선생님은 1929년생이다. 여전히 표지 그림 그리고, 짱짱한 평론도 발표했다. 건재하심에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