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5

고래 / 천명관

빌린책의 장점은 빨리 읽고, 촘촘히 읽게된다.권 동지가 수업에 다루면서 가져온 책을 빌려왔다. 작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다.이미 2004년 문학동네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극칭찬을 받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이 작가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작품에 빚진 게 별로 없는 듯하다는 평은 아리송하다. 어쨌거나 가독력이 좋다. 2023. 4월 60쇄판인데 200페이지 넘게 단숨에 읽었다. 눈이 침침해서 책갈피를 끼우고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3부 춘희의 신산한 삶을 읽다 370쪽 쯤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끝을 보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일어나서 나갔다. 열무 1단, 얼갈이 1, 무우 1개, 배추 한 통. 오이, 부추, 쪽파, 파....

놀자, 책이랑 2024.04.26

봄나물밥 잔치 / 곤지암도자공원

오래된 시우들과 만났다. 윤시인은 그 오래 전부터도 자연백과사전이었다. 자연에 관해 모르는 게 없는 박사다. 허정분 시인은 너른고을 문인들의 대모다. 이번에 나온 시집 를 다 읽었는데 아직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 3인의 만남 이후 얼마만인가. 허 시인이 나물밥을 해 와서 곤지암도자공원에서 만났다. 글로만 알던 박경분 시인도 함께 왔다. 심 선생과 윤 선생 모두 다섯이 자리를 펴고 앉았다. ​세상에나~~ 나물밥을 솥 째 가져왔다. 봄나물이 보약이라는데... 참나물과 두릅나물, 돈나물물김치와 열무김치. 가시오갈피 장아찌... 오이나무 꽃을 곁들여 꽃밥과 꽃나물까지. 오이나무라니... 처음 봤다. 꽃맛이 순하다. 커피와 후식까지 완전 포식을 했다.​..

다행한 오늘

모처럼 아무 약속이 없는 월욜이다. 남편이 미루던 정형외과 방문을 함께 가자고 해서 나섰다. 첫 병원 방문은 함께 가고 싶다나, 아기처럼 말했지만 실은 혼자 다 했다. 난 주차하느라 늦게 올라갔더니 이미 기록지에 다 쓰고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윗층에 있는 내과에 가서 약을 타는 예약을 하라고 한다. 내과에 올라온 김에 나도 약 탈 때가 되어 심 선생을 만났다. 내 당화혈당수치가 3개월 전 6.4에서 6.2가 되었다고 반가워한다. 골밀도 검사도 하란다. 고무줄 바지를 갈아입고 누었다. 허리부분부터 기계가 단층으로 찍어내려간다. 쓱쓲쓰쓱 잔잔한 소음이 내 몸을 토막토막 찍고 있다는 거지. 발목까지 이르러 일어났다. 색상으로 구분되는 그것이 참 신기하다. 심 선생은 또 활짝 웃으며 골다공증이 정상수치가 되었..

날마다 전성기 / 성민선

좋은 부모님 아래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좋은 가정을 이루었다. 가족도 모두 훌륭하다. 상처와 결핍을 찾을 수 없는 성민선 선생의 고민은 무엇일까. 끝내 짐작되는 게 없다. 다만,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부모님께 불효스러워서 정신차리고 공부해서 원하던 고등학교를 가고 서울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어린 남매를 천정에 맡기고 유학을 가서 석박사가 되어 왔다. ​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그대로 차선이 좋다며 자기합리화에 빠진 나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 전부터 "오늘이 최고"를 달고 살았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가... 잠시 생각했다. 유머로 다가오는 '절에 가는 이유' 멀리 있던 절이 가깝게 느껴진다. 붓다의 《최상의 행복경》 '무여 선사 친견 법문'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

놀자, 책이랑 2024.04.21

닮은꼴 3인

어렵게 잡은 약속이다. 정화신 선배님이 오래 감기를 앓고, 다음씨는 긴 여행을 여러번 다녀왔다. 선배님은 나랑 다음씨가 똑 닮았다고 한다. 나는 선배님과 다음씨가 똑 닮은꼴로 느껴진다. 성당봉사로 30년을 산 다음씨, 지금도 대부분 시간을 봉사에 할애한다. 내가 아는 지상의 천사다. 정 선배님은 조용한 카리스마, 다정한 글도 귀감이다. 서판교 '세렌' 에서 오~랜만에 내가 밥을 샀다. 도무지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모임이다. 다음씨가 내게 천진스런 얼굴로 묻는다. "선배님은 다른 사람 흉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싫은 사람이 그렇게 없어요?"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내 귀한 시간에 그들을 언급하기조차 아까운 거다. 이리 좋은 사람도 자주 못 만나는데. 12시경 가서 브레이크타임까지. 한 자..

한성순성길 / 북악산

4/18 11시 경복궁역에서 7인 합류. 한성순성길 완결날이다.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이다. ​ ​ ​ 꽃을 찍는 꽃다운 마음~ ​ ​ ​ ​ ​ ​ ​ 정상을 찍고 해발은 겨우, ​ 황사 극심, 서울시내가 뿌옇게 보인다. ​ ​ 12.12 사태 때 총맞은 소나무 ​ 와룡공원으로 하산 ​ ​ ​ 거한 간식으로 배가 불렀지만, 대학로에서 이른 저녁을 먹다. ​ ​ ​ 추억이 깃든 '학림다방'을 기웃거리고 ​ 오늘은 특히 걸음수보다 힘이 들었다. 작년보다 노쇠했다는 ㅋㅋ

낯선 길에서 2024.04.19

오봉옥 시인 <달리지馬> 북 토크

잡아놓은 날짜는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제 한 발 물러나서 행사를 바라보니 너무도 편안하다. 모두의 수고로 잘 지나갔다. ​ ​ ​ ​ ​ 오봉옥 시인과 권영옥 (시인, 평론가)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다. 김성수 회장의 인사말도 반가웠다. ​ “작가는 죽을 때까지 현역” 오봉옥 '달리지마' 북토크 < 시 < 기사본문 - 문학뉴스 (munhaknews.com) 이혜민, 강빛나 시인의 시낭송도 있었고, 최연숙의 노래와 또 1인의 요들송도 있었다. ​ 멀리서 미루님이 와서 참으로 반가웠다. 축하 선물까지 받으니 미안스럽고. ​ ​ 웃는 모습이 이쁜, 장 선생이 왔는데 이렇게 흔적이 남았다. 조갑조 선생도 반가웠다. ​ ​ ​ ​ ​ ​ 11시 30분에 '어가일식'에서 서시팀 9인이 만났다. 또 꽃다발을 받고 점심..

양수리 봄볕

4/11, 오래 전에 잡아둔 약속이다. 윤교수님을 뵈려가기로 했는데... 교수님과 5인 모임이 벌써 세 번째 무산이다. 선생님은 거동이 완전 불편해지셔서 댁으로 가려했는데 그것마저 어렵다고 한다. ​ ​ 그래도 잡아둔 날이라 4인이 만나 후배가 물색해둔 양수리 송어횟집에 갔다. 회와 튀김, 찌게로 과식을 하고, ​ ​ 걸어서 가는 거리에 멋진 카페를 갔다. 커피와 빵을 먹고~~ ​ ​ ​ ​ ​ ​ 실내의 높은 천장에 조명이 특별하다. 밤풍경도 아주 좋다고 한다. ​ ​ 돌아오는 길에 또 아쉽다고 올가정원에 갔다. 피자 한 판과 차를 또 마시고~~ , 오늘 완전 과식, 이야기도 포식. 사실 과식은 스트레스가 있다는 거다. 모두 웃으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윤교수님의 상태를 생각하니 맘이 무거웠던 거다. ..

고요한 행복 / 안셀름 그륀

신부이자 저명한 영성가인 '안셀름 그륀'의 글을 나는 처음 읽는다. 주르륵 이쁘게 단장한 분도출판사 책 중에 이 풀빛 표지와 '고요한 행복'이라는 제목에 순하게 끄덕였다. 다른 때 같으면 싱거운 느낌이 들수도 있겠을 마땅하고 옳은 말씀들이 수도원에서 읽으니 마냥 청량하다. 침묵, 호흡에 관해서는 국선도 동작을 입히니 더 가가온다. 내 '행동지침서'로 삼아도 될만하다. ​ ​ * 의식은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우리 자신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늘 치유입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아름답고 선하고 온전하게 만듭니다. (18쪽) ​ * 맨발이 촉촉한 땅에 닿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면서..

놀자, 책이랑 2024.04.12

숨결 / 문혜영

이 시집은 단정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뤄두었다. 왜관수도원을 가면서 이 책 한 권을 넣었다. 오후에 도착해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소박한 나무 책상에서 바른 자세로 앉아 읽어내렸다. 문혜영 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니 더 속이 쓰린다. 그저 주신 시간이 아니다. 무슨 큰 뜻이 있어 이리 연단하시는지... 그 뜨거운 숨결에 나는 머리를 조아린다. ​ ​ * 시인의 말 ​ 마법 같은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봄을 허락하셨다. ​ 생명을 통째로 삼켜버릴 듯한 맹수의 숨결,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년째 마주하고 있다. 그 두려움으로 때론 단단한 얼음이 되고 그 고통으로 때론 하얗게 재가 되지만 그 무지함 앞에선 늘 헐벗은 알몸이 된다. ​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그를 다스려..

놀자, 책이랑 202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