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고요한 행복 / 안셀름 그륀

칠부능선 2024. 4. 12. 20:47

신부이자 저명한 영성가인 '안셀름 그륀'의 글을 나는 처음 읽는다.

주르륵 이쁘게 단장한 분도출판사 책 중에 이 풀빛 표지와 '고요한 행복'이라는 제목에 순하게 끄덕였다.

다른 때 같으면 싱거운 느낌이 들수도 있겠을 마땅하고 옳은 말씀들이 수도원에서 읽으니 마냥 청량하다.

침묵, 호흡에 관해서는 국선도 동작을 입히니 더 가가온다.

내 '행동지침서'로 삼아도 될만하다.

* 의식은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우리 자신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늘 치유입니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아름답고 선하고 온전하게 만듭니다. (18쪽)

* 맨발이 촉촉한 땅에 닿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면서 천천히 걸으세요. 당신이 땅의 일부임을 느낍니다. 당신은 상쾌해지고 새로운 활력을 충전해 돌아옵니다. (39쪽)

*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한 숨 한 숨과 함께 시간이 흐릅니다. 새로운 시간이 당신 앞에 있습니다.

새로운 시간이 당신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낡고 이미 써 버린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훼손되지 않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시간이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잠시 멈춰 보세요. 내면을 느껴 보세요. (60쪽)

* 다리를 골반 너비만큼 벌리고 똑바로 서세요. 그런 다음 나무뿌리가 땅을 파고드는 것처럼 발바닥을 통해 점점 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골반에 중심을 잡고 느껴 보세요. 나무처럼 몸이 위로 열리고, 하느님이 당신을 위로 들어 올린다고 생상해 보세요. 나무가 줄기를 펼치듯, 당신도 하늘을 향해 자신을 엽니다. 왜 서 있는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서 있는지 묻지 않는 나무처럼 말이죠. (96쪽)

* 의식은 나를 침묵으로 이끕니다. 의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침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침묵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나는 이 침묵을 지나칩니다. 침묵은 멈추는 데서 옵니다. 의식에서 나는 멈추어 있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습니다. 내가 멈추어 있는 동안 내 안이 고요해집니다. 침묵은 치유입니다. 침묵은 정화입니다. 내 감정이 외부의 영향으로 혼탁해지면, 이 모든 혼탁함이 침묵 속에서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 생각과 감정이 맑아집니다. (126쪽)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단순한 삶에 대해 거듭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단순해져라"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마음에 다른 의도를 품고 살지 않는 것, 그저 존재하는 것, 순간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이 책의 의식들이 우리를 이끌고자 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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