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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퍼센트 / 노정숙

92 퍼센트 노정숙 요즘, 사람들의 말이 잘 안 들어온다. 귀에 이상이 생긴 것인가 해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귀지가 막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청력검사를 해보자 했다. 방음부스가 설치된 검사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른다. 몇 개의 헤드폰으로 바꿔 써 가면서 검사를 했다. 가늘고 긴 음, 투박하고 강한 음이 들릴 때마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90~100%가 정상범위인데 나는 92%라고 한다. 수치로는 정상에 속하는데 왜 놓치는 말이 많아졌는지. 어음청력검사는 일상의 의사소통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한 번에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아졌다. 내가 듣지 못한 말은 내게 필요하지 않는 말이라고 억지 마음을 먹는다. 이 여우의 신포도 비유는..

디스토피아 3 / 이루다

이정희 선생님의 큰 딸 이루다 공연을 보기 위해 수필반 4인이 모였다. ​ 대학로에 나간 김에 연극 한편을 보기로 예매를 해 두었다. 많고 많은 연극 중에 를 골랐다.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웹툰 원작이라고 한다. 재밌게 봤다. ​ ​ ​ ​ ​ 을 찾아보았다. 세월과 함께 흠뻑 시들고 있다. ​ ​ ​ ​ ​ 디스토피아 연작이다. 내 안의 디스토피아, 세상의 디스토피아가 저절로 와 닿았다. 창작의 고통까지. 아니, 어느 한 순간의 희열까지 전해졌다. 예술은 보는 자, 누리는 자의 몫이다. ​ ​ ​ 일욜 공연보고, 화욜 아침에 받은 반가운 소식이다. 함께 기뻐하며 박수보낸다. 이루다 - 이루었다. 열과 혼을 다한 무대에 대한 찬사다. ​

진보적 글쓰기 / 김갑수

'우리의 글쓰기가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쓴 글쓰기 책이다. 진보주의자들이 알아야 할 교양서적을 소개한 에서 중요한 이야기들을 중복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라는 말이 왜곡된 용어인 줄 알면서도 제목으로 쓴 것은 역사는 무조건 발전한다는 믿음의 진보적 사고가 아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역사를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진보를 말한다. ​ ​ * 글쓰기라는 것이 마치 숙명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필자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심지어 글쓰기는 자기의 종교라고 말하는 필자도 있다.이런 말들에는 대체로 멍청한 착각이나 위선적인 자기 과대가 들어 있다. ... 나는 글쓰기를 유별난 일로 여기지 않는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

놀자, 책이랑 2023.09.11

여주 농장

나만 빼고 모두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나는 확실히 야밤형 인간이다. ​ 호텔 조식이 채식이다. 속 편한 음식이라 한껏 즐겼다. 올라오는 길에 김농부 농장을 들렀다. 어여쁜 애들이 잘 자라고 있다. 농장에서 점심을 먹고~ ​ ​ ​ ​ ​ ​ ​ ​ ​ ​ 앞 집 애들이 와서 뒹군다. ​ ​ ​ ​ ​ ​ ​ ​ ​ ​ ​ ​ ​ 고마운 1박 나들이, 또 잔뜩 얻어왔다. ​ ​ ​

낯선 길에서 2023.09.10

오색 일박

아침 7시에 신화백 부부가 픽업하러 왔다. 날씨 청명하고 길은 한가롭고~ 운전해주니 지극히 편안하다. 내린천 휴게소에서 황태국으로 아침을 먹고, 싸온 사과와 복숭아도 먹고 커피 마시고 당장 무거워졌다. ​ 하조대 해수욕장도 한가롭다. 맨발 걷기를 한참 하고 물치항 회센터에서 회와 지리를 먹고 숙소에 가서 한 시간 반 쉬다가 나와서 설악의 품으로... ​ ​ ​ ​ ​ ​ ​ ​ ​ ​ 숙소에서 걸어 내려오니 오색약수, 예전에 대장님이 거하던 한옥팬션이 있는 동네다. ​ ​ ​ ​ ​ ​ ​ ​ ​ ​ ​ ​ ​ ​ ​ ​ ​ 그때 갔던 커피숍이 그대로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이 울적해졌다. 다시 그런 시간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두 손을 모았다. ​ ​ ​ 이 숙소는 실버타운 느낌이다. 한적하고 느..

낯선 길에서 2023.09.10

번개, 월하오작

그야말로 번개로 다섯명 모두 모였다. 미금 '택이네'를 갔는데, 이젠 이런 음식을 속에서 밀어낸다. 소맥도 예전 처럼 들어가지가 않는다. 몇 잔 못 마시고 연신 잔만 부딪쳤다. 이제 병들고 늙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웃으면서 하는 노인 준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의 허심한 마음이다. 설렘이 없다고 한탄하는 ㅅ낭자,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음악에세이를 연재하며 음악과 함께 노니 다행이다. 초딩이 된 손자가 학원다니느라 맘대로 못 본다고 푸념하는 ㄱ씨, 딸들이 바빠서 이제 부부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ㄱ샘, BTS에 빠진 엄마를 비난하는 작은 아들이 야속한 ㅊ샘. 소소한 일상이 눈에 훤히 그려진다. 아, 나도 다시 아기짓을 하는 어르신때문에 속이 좀 상했다. 수내교, 서현역 사건으로인해 가..

차마고도 외전外傳 / 조현석

조현석 시인 63년생, 회갑이다. 다시 한 살이라고 한다. 시인 이력 35년에 다섯 번째 시집이다. 를 만난 게 벌써 5년 전이다. 6년 전 을 만들며 출판사 대표로 만난 그는 스스로 '일머리'가 있어서 몸으로 하는 일을 잘 한다고 했다. 일머리 없는 사람과 사는 나는 경이롭게 바라봤다. 늘 웃는 얼굴이다. 씩씩하다. 아침마다 일산 호수공원 '닥치고 걷기'를 한 후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페이스북에 하루를 연다. 황당한 뉴스는 시인을 화나게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나는 반갑다는 인사로 '좋아요'를 슬며시 누른다. 시 에 그의 일상이 훤히 그려진다. 이번 시집은 명료하다. 이렇게 단방에 다가오는 시가 좋다. 단숨에 읽었다. 특히 4부 가족사를 다룬 시에서 몇 번 울컥, 했다. 진정성 이상..

놀자, 책이랑 2023.08.27

백권대학 / 김갑수

바코드가 없는 1002쪽 짜리 특별한 책이다. 수필반 김 선생님이 건넸다. 단숨에 못 읽고 닷새 동안 읽었다. 자주진보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서언'을 읽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저자 말대로 주관적인 '책 에세이'다. 그것도 자주진보세력의 편중된 독서가 안타까워 그들을 위한 교육용이라는 것이다. 서언을 지나면 공감대가 확~ 넓어진다. ​ ​ ​ * 편중된 독서는 편중된 인격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역사와 시대에 대한 면역력과 적응력을 떨어뜨린다. 요컨대 무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은 제 아무리 순수하고 열정적이더라도 역사를 바꾸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는 기껏 해야 추종자나 하수인에 머무를 따름이다. (12쪽) ​ * 최부는 제주도에 부임한 후 몇 달 안 되어 부..

놀자, 책이랑 2023.08.21

부~ 자 느낌

6시 50분, 출발 여주 농장에 갔다. 이른 시간이라 씽~ 달려서 좋다. 오랜만에 간 농장은 울창해졌다. ​ 김농부는 고추를 씻고 있다. 깨끗한데 4번을 씻는다. 그리고 앞집 건조기에 갖다 넣는다. ​ 앞집 개는 여기 와서 놀고 밥먹고 새끼도 낳았다. ​ ​ 고구마줄기가 탐나지만 여기 손 갈 시간이 없다. ㅠㅠ ​ ​ ​ ​ ​ ​ ​ ​ 요즘 이 수세미로 설겆이를 하는데 느낌이 참 좋다. 저것이 수세미가 되는 과정이 또 손, 손, 손 가는 일인데... 앉아서 얻어 쓴다. ​ ​ 이 부지런한 김 농부님 덕으로. ​ ​ ​ 가을 무 씨앗이 자라고 있다. ​ ​ ​ ​ ​ ​ 요건 아기사과다. ​ ​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오는 길에 시누이네 들러 조금씩 덜어주고 왔다. 냉면과 짜장면을 얻어 먹고. 여기저..

증손, 첫 대면

친정 장조카의 딸이 아기를 낳았단 소식 들은 게 한참 전이다. 그러니까 내게 친정의 증손인거다. ㅋㅋ 조카가 사위를 데리고 와서 우리 아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가깝다고 온 식구가 따라 나섰다. ​ 오늘 들은 이야기 중 남는 것은 조카 손녀의 시할아버지는 97세인데 미국에 사는 큰아들네를 혼자 다니신단다. 비지니스석 타신지도 몇 해 안된다고 한다. 한 계절씩 오가며 사신단다. 증손을 보러도 다녀가셨다고 한다. 집 앞에 칼국수를 먹으러 가실 때도 옷을 딱 챙겨입고 가신단다. 100세 시대를 절감하며 배울 점이 많다고 끄덕였다. ​ ​ ​ 40일된 희노의 첫 나들이. 아기는 피어나는 기운이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주 2일씩 다니며 봐준단다. ​ 외할머니인 조카며느리는 말을 쉬지 않는다. 옹알이를 유도하고 옹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