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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바깥 / 이부림

작품으로만 만난, 일면식 없는 대선배님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같은 장소에 몇 번은 함께 있었다. 현대수필 윤교수님과의 인연이 눈에 선하다. 제1회 '산귀래 문학상' 시상식장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있다. 그 곳에 청바지와 흰 셔츠 차림의 60여 명의 차림 중에 내가 있었다. 윤교수의 미수기념으로 쓴 글이다. 찾아보니 1000쪽이 넘는 미수문집 423쪽에 있다. 지금 윤교수님 건강 상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찌르르 하다. 임선희 선생님 문하라니 임선희 선생님 생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텐데... 아니면 장례식장에서라도. ​ 이부림 선생은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손자녀 8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유복하다. 전세대에 당연하던 일이 지금은 더없이 복된 일이 되었다. 다정한 눈길, 따뜻한 감성이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이다. ..

놀자, 책이랑 2023.08.14

반 한 칸의 우주 / 박기숙

박기숙 선생님의 두 번째 수필집이 나왔다. 여든에 수필세계에 입성하셔서, 이제는 방 한 칸에서 우주를 그리신다. 2011년 큐슈문학기행에서 만난 인연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 새 작품을 쓰면 내게 보내주시고, 잡지에서 내 수필 발표한 것을 읽으시면 감상도 전해주신다. 꽃누르미 스텐드와 부채를 여러번 선물 받았다. 꽃마다 뜻을 담은 손수 만든 작품을 받고 몹시 황송했다. 그때마다 힘이 없어서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씀도 여러번 하셨다. 그러나 아직 건재하시다. 요즘은 주로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사진도 보내신다. 우리 나이로 95세다. 고운 모습도 여전하시다. 우러러 경의를 보낸다. ​ ​ ​ * 1929년 일제하 아버님은 바쁘셨는지 태어난 지 사흘 후에 갓난아기를 보러 오셨다. “계집애가 이리 입이 크냐?”..

놀자, 책이랑 2023.08.12

끙끙, 피서

이탁오를 다시 잡았다. 전에 4권을 읽고 라는 편지글 형식으로 쓴 적이 있다. 그때는 내 흥으로 썼는데 지금은 숙제로 다시 읽는다. 권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수가 없다. 아들을 준 것 같기도 하고... '이탁오와 불교'를 이어봐야 한다. ​ ​ ​ 이것이 내 8월 피서다. ​ ​ * 어떤 사람이 만나기를 청하자, 탁오가 물었다. "당신은 성인이 되려고 하십니까?" 그 사람이 겸손의 말을 하고 있는데 탁오가 말했다. "성인도 무슨 특별히 다른 점이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성인은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지요." (평전 445쪽) ​ * 세상에서 정말로 문장을 잘 짓는 사람은 모두 처음부터 문장을 짓는 것에 뜻이 있지 않았다. 그저 가슴속에 형용하지 못..

놀자, 책이랑 2023.08.08

오우가, 8월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비주류 고딩친구 다섯. 오늘은 완전체다. 가정법원 조정일을 하고 있는 친구는 아직도 일이 많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는 모두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97세 시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친구에게도 칭찬 박수를 보낸다.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늦게 합쳤으니 그나마 다행인건지. 무던한 성격이라 묻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지금 자임과 내가 제일 자유롭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당당(?)하게 산다. 그도 나도 처음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또 느낀다. ​ ​ 요한성당 근처에 김치짜글이가 맛있는 집이라고 자임이 데려갔다. ​ ​ 모듬고기와..

계곡 놀이

서울둘레길 걷는 날인데 폭염으로 잠시 미루고 청계산 계곡에 갔다. 수필반 많은 분이 참석했다. 김 선생님은 토요일에 답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음식준비도 넘치게 해왔다. 참으로 고맙다. 청정지역이다. 분당에서 가까운 것도 좋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또 좋다. ​ ​ ​ ​ ​ ​ ​ ​ ​ ​ 계곡에서 노는 동안 나는 이 길을 걸었다. 슬리퍼를 신고도 걸을 수 있는 편한 길이다. ​ ​ ​ 내려오는 길에 보니 쥔장은 없고 이쁜 애들만 줄을 서 있다. ​ ​ ​ 청계산 입구 몽촌토성에서 오리고기와 돼지고지 숯불에 구워... 배 부르다고 했지만.. 맛있게 먹고 누룽지까지 시켜서 또 먹고.. 계곡 놀이는 먹기 놀이였다. ​ ​ 겨우 챙긴 오늘의 성과. ㅋㅋ ​

낯선 길에서 2023.08.01

인사동에서

임헌영 선생님을 모시고 임원들과 '촌'에서 점심을 먹고 한옥찻집에 왔다. 잡지 일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잡기에 도움이 되었다. 모두들 선생님이 너무 여위셨다고 걱정했다. ​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늙어서 그래요. 80 넘으면 다 그래요." ​ 에고~~ 슬프다. ​ ​ ​ 선생님이 일어나시고 좀 더 있다가 나오는데 소나기다. 한옥찻집 처마 밑에서 잠시 비 멍을 하고. ​ ​ ​

여행작가 임택 특강

오랜만에 만난 임택 작가는 더 젊어진 모습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다보니 좀 있으면 딸과 같아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여전한 모습과 입담에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 노령에 시작해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견한 몇몇을 소개하며, 나이 상관하지 말고, 하고싶은 일은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이야기다. 책에 나온 이야기 절반 정도, 새로운 사건들과 앞으로 계획도 소개한다. 솔직한 어법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주에 15일간 몽골여행을 다녀왔다. 계획없는 몽골 여행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세 사람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ㅋㅋ 내년에 좀 더 보강해서 또 갈 예정이라고 한다. ​ 끝나고 사진을 찍고... 근처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고, 몽골 함께 간 이의 말이 여자 5명이 물주전자 하나로 씻었다고 한다. 며칠 씻지 못..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열흘쯤 전에 해 둔 약속이다. 4명이 날짜 잡기가 어려워 수욜 오후로 해서 또 두 탕을 뛰었다. 소현낭자가 예매를 했다. 수업 후 전체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수내역에서 3인 합류. 지하철을 환승해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4인 합류. 소나기가 오락가락했다. ​ 만나자마자 시원한 블루베리스무디로 더위를 식히고, 2층, 3층을 돌아보고... 생각보다 소품이 많았다. 습작 중에 이 5개 였는데 한참 봐도 제목과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 1층에서 4시 48분 시작인 호퍼 일생을 담은 다큐영화 감상, 1시간 30분 동안 춥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벌을 서듯 호퍼의 일생을 새겼다.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맡기는 일이 얼마나 안락한 일인가 알게되었다. ​ ​ ​ ​ 1년에 30cm가 큰 해도 있고, 키가 2m 가 넘어서..

그림 동네 2023.07.27

엔리오 더 마에스트로

친구 둘과 번개로 오리cgv에서 다큐 영화를 봤다. 일찍 만나 점심을 먹고 차도 얼른 마시고~~ 12시 15분 부터 3시까지 꼼짝없이 푹 빠졌다. 엔리오 모리꼬네(1928~2020)에게.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와 영화음악에 대한 열정, 천재의 일생을 그렸다. ​ 같은 서부영화의 음악이 어찌 만들어졌는지, 그의 실험정신을 보았다. , ,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모리꼬네는 의사가 되고싶었지만, 트럼펫연주자인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하게되었다. 어려서 한때, 아버지를 대신해 밥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 모리꼬네 음악은 늘 독창적이다.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고, 현대음악의 거장이라는 죤 케이지 연주를 본 이후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시도했다. 파격적인 실험 음악이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 모리꼬네는 ..

잣향기푸른숲 / 생일모임

토요일 번개다. 가평의 잣향기푸른숲을 향해 수내에서 8시에 출발했다. 그야말로 번개에 사정들이 많아서 4명 출발. 많이 밀리지 않았는데도 2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그 시간에 주차장이 가득찼다. 완만한 길을 걸었다. 데크길을 시작으로 흙을 밟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흙길로 접어든다. 땡볕에서만 잠깐 덥고 그늘에서는 바람이 살고 있어 기분 좋은 시간, 몸에게 충성하며 마음도 청신해진 시간이다. 운전하고 불러 준 김선생께 감사, 감사~ 좋은 곳을 가 보면 함께 가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가. 나도~~ 새삼 배운다. ​ ​ ​ ​ ​ ​ ​ ​ ​ ​ ​ ​ ​ ​ ​ ​ 산 위에 사방댐이 있다. 사방댐을 찍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간 길보다 훨씬 가까웠다. ​ ​ ​ ​ ​..

낯선 길에서 202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