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 천양희 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배우는 것은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만일 도덕을 닦는데 뜻을 공과 명예에 둔다면 실제로 덕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없어진다. 독서의 흥취를 음영(吟詠)이나 풍아(風雅)에 둔다면 단연코 마음이 깊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 산문 - 필사 + 2013.03.18
요동벌의 한 울음 / 박지원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열아홉번째 이야기’ 중에서 요동벌의 한 울음 - 好哭場論 초팔일 갑신 맑음. 정사와 가마를 같이 타고 삼류하를 건너, 냉정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십여 리를 가서 한 줄기 산자락을 돌아 나오자, 태복이가 갑자기 몸을 굽히고 종종걸음으로 말 머리를 지나더니 .. 산문 - 필사 + 2013.02.02
도요 할머니, 안녕! 도요 할머니, 안녕! 임철순 사람은 누구나 다 상처가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도 있지만, 상처 없이 자라서 상처 없이 살다가 상처 없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로부터 상.. 산문 - 필사 + 2013.01.25
깍두기설 / 윤오영 깍두기설 윤 오 영 C군은 가끔 글을 써 가지고 와서 보이기도 하고, 나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나도 그를 만나면 글 이야기도 하고 잡담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다.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깍두기를 좋아한다고, 한 그릇을 다 먹고 더 달래서 먹는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깍두기.. 산문 - 필사 + 2012.10.03
봉필이(2006.3.27~2012.6.14) / 임철순 봉필이(2006.3.27~2012.6.14) 2012.06.16 임철순 봉필(蓬馝)이가 결정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5월 16일 새벽입니다. 큰아들 방 침대에서 뛰어 내리다 다친 듯 봉필이는 그날 왼쪽 앞 다리를 말아 올린 채 뭔가 호소하는 눈빛으로 문간에 서 있었습니다. 언제나 먹을 걸 다 먹고 더 먹고 또 먹던.. 산문 - 필사 + 2012.06.16
피라미드의 받침돌 하나가 / 변해명 피라미드의 받침돌 하나가 변해명 메밀꽃 하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떠올리고, 국화 하면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를 떠올린다. 그래서 소설가 이효석의 고향 봉평은 가을이면 메밀꽃으로 덮여 있고, 그 꽃을 보며 사람들은 소설 속의 메밀꽃을 이야기한다. .. 산문 - 필사 + 2012.04.12
못생긴 돌 / 자핑아오 못생긴 돌 자핑아오 나는 가끔 우리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못생긴 돌을 생각한다. 소처럼 땅에 철퍼덕 엎드려 있던 거무튀튀한 그 돌을. 언제부터 그곳에 놓여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또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보리 수확기가 되어 집 앞에 타작한 보리를 널어놓을 때가 돼서야 그.. 산문 - 필사 + 2012.04.09
'선생님'과 '교수님' / 서의식 ‘선생님’과 ‘교수님’ 서의식 신입생들은 흔히, 강의시간에 조차,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대학교 교수는 그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 면에서 초 중 고등학교의 교사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로서는 그들이 가졌을 특별한 존경의 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 산문 - 필사 + 2012.03.12
공간 / 한샤오궁 공간 한샤오궁(韓少功) 몇 차례 비행 중 공중 추첨을 한 적이 있다. 당첨된 여객은 다음번 여행을 무료로 할 수 있는 티켓을 얻었다. 아주 흥분되는 일이다. 사회자가 당첨자의 좌석번호를 전문가답게 상기된 어조로 크게 부르면, 수풀처럼 일어선 사람들이 결국 어느 한 얼굴에 집.. 산문 - 필사 + 2012.02.09
당대 민중들의 꿈과 소망이 녹아들어 있는 고전 『삼국지』/ 황석영 당대 민중들의 꿈과 소망이 녹아들어 있는 고전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의 어느 해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 책의 원래 줄거리는 위 ․ 촉 ․ 오 삼국의 역사를 기록한 진수(陳壽)의 사서에서 출발했다. 이와 같은 역사가의 기록에다 여러 시대에 걸친 민중들의 구전설.. 산문 - 필사 +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