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필사 +

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 천양희

칠부능선 2013. 3. 18. 13:46

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배우는 것은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만일 도덕을 닦는데 뜻을 공과 명예에 둔다면 실제로 덕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없어진다.

독서의 흥취를 음영(吟詠)이나 풍아(風雅)에 둔다면 단연코 마음이 깊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법을 배우는 데 얼마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있다. 나는 이것을 위해 80년을 소비했다. 그리고 지금도 아직 그 목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다.”

괴테가 만년에 한 말이다.

괴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책을 읽고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은 인간이 만든 발명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다는 말도 있는 것일 게다.

또한, ‘법은 사멸한다. 그러나 책은 불멸한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귀해진다고 하고 정신에 원기를 주는 데는 책 읽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도 있다.

한 독자가 톨스토이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좋은 사람을 만나든가 아니면 좋은 책을 만나라고 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참담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항상 들고 있었다.”

빌 게이츠 역시 이렇게 말했다.

책이야말로 오늘의 나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영감을 얻었고 위대한 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언제나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

나도 죽음에서 살아나 생명과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음의 수수밭이란 시집을 냈다.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시에 집중했을 때, 가난한 나는 시집으로 부자가 되었고 그 시집이 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책을 멀리 하고서 도덕을 실천한 사람은 거의 없고, 책을 멀리 하고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없다.

 

청나라 사람 장조(張調)가 쓴 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이런 시가 나온다.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구경하는 것과 같다.”

 

노년 독서의 깊고 넓은 시야를 예찬한 글이다. 젊은 시절엔 같은 책을 읽어도 구름 틈 사이로 얼비치는 달을, 달만 간신히 보게 된다. 중년엔 환하고 여유롭게 그 빛을 즐기기는 하지만 울 밖의 달 풍경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노년엔 높다간 누각에서 달빛이 천길 강에 비치고 저 뜰 너머 대지에 골고루 비치는 광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그 독서, 얼마나 풍요로운가.

나는 앞으로도 누각 위에서 아름다운 달구경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늙어갈 생각이다.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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