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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돌 / 자핑아오

칠부능선 2012. 4. 9. 14:12

 

못생긴 돌

자핑아오

 

나는 가끔 우리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못생긴 돌을 생각한다. 소처럼 땅에 철퍼덕 엎드려 있던 거무튀튀한 그 돌을.

언제부터 그곳에 놓여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또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보리 수확기가 되어 집 앞에 타작한 보리를 널어놓을 때가 돼서야 그 돌에 시선을 돌린다. 좁은 공간에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누가 좀 치웠으면 하는 짜증스런 시선을 보낸다.

삼촌이 새집을 지으면서 집 바깥벽에 그 돌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모양에 모서리도 없이 두루뭉술하고, 평면도 없었다. 어떻게든 다듬어야 쓸 수 있는데, 일일이 다듬느니 차라리 마을 앞 강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돌을 가져다 쓰는 게 훨씬 수월하고 단단하기도 했다. 계단에 사용하려 해도 별로 모양이 고르지 못해서 결국 그대로 방치되었다.

1년 후 마을에 석공이 들어왔다. 어머니는 그 돌로 맷돌이나 만들려고 했지만 석공은 돌의 재질이 너무 물러서 못 쓴다고 했다.

쓸모없고 못생긴 그 돌은 아이들에게조차 미움을 샀다. 언젠가는 그 돌을 치우려고 힘을 모았지만 그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며 가며 그 돌이 눈에 뛸 때마다 욕을 퍼붓고 치울 방법을 연구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약간 유용하다 싶은 것은 그 돌에 움푹 팬 홈들이었다. 비가 오면 그곳에 물이 가득 차곤 했는데, 비가 그치고 땅이 말라도 그 홈 속에는 물이 고여 있어서 닭들이 물을 쪼아 마시곤 했다. 또 좋은 좋은 의자가 돼주기도 해서, 우리는 보름이 되면 그 돌에 앉아서 달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못생겨도 저렇게 못생기고 쓸모없이 덩치만 큰 돌은 처음 보았다는 말을 하며 모두 그 돌을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천문학자 한 사람이 왔다.

우리 집 앞을 지나가던 그는 그 돌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 며칠을 묵었다. 그가 간 뒤 수십 명의 사람이 우리 마을에 와서 그 돌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들은 그 돌이 ‘운석이라는 것인데 하늘에서 떨어진 지 적어도 이삼백 년은 된 아주 놀라운 돌’ 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얼마 후 차가 한 대 오더니 그 돌을 아주 조심스럽게 실어갔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못생기고 이상한 돌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라니! 수천 년 동안 하늘에서 빛을 내며 반짝였을, 그래서 어쩌면 우리 선조들이 바라보며 동경했을지도 모를 돌이라니! 알 수 없는 이유로 땅에 떨어져 이 메마른 땅에서 몇 백 년이나 꿈쩍도 않고 누워 있었다니!

“정말 믿을 수 없군. 그렇게 범상치 않은 돌인데도 담이나 계단으로조차 쓸 수가 없다니.”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자,

“너무 못생겼지요.”

천문학자는 말했다.

“정말 너무 못생겼어!”

할머니가 맞장구 쳤다.

“하지만 그것이 이 돌의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그래요. 바로 이 돌이 보통 돌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못생겼기 때문에 누구도 돌담이나 계단으로 사용하려 하지 않았고, 억지로 조각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죠. 이 돌은 그렇게 작은 일에 쓰일 수 없는 돌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미움을 받았죠.”

할머니도 나도 그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 돌을 무시한 내가 참 부끄러웠고, 그 돌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놀림을 참아온 돌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동시에 오랫동안 수많은 오해와 고독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온 그 돌의 위대함이 더 깊게 느껴졌다.

 

《흑백을 추억하다》중에서

 

 

 

 

<자핑아오>

중국 섬서성 단봉 사람으로 1951년 2월 21일 태어났다. 서북사범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섬서인민출판사 등에서 출판 편집을 하다가 지금은 전업 작가로 글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잡곡과 산나물을 좋아하고, 특별한 취미도 없이 하루종일 글만 쓰는 그를 일컬어 외국 문학 인사들은 '중국문단의 고독한 협객'이라고 칭한다. 그는 전통적인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와 인생을 독특하게 고찰하고, 사랑과 미움에 관한 개인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수필과 소설은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에도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1991년 미국의 페가수스상, 1997년 프랑스 여성평론가협회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흑백을 추억하다」는 1999년에 중국희극출판사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집(전6권)에서 선별해 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