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필력으로 대회 휩쓸었다던 유아인이 쓴 글 - (펌- nuri9 ) -공짜, 엄마 압구정에 엄마밥상이란 한식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가끔 가부좌를 틀고 이름 모를 계모의 밥상을 받았다. 뜨끈한 온돌에 엉덩이를 지지며 잠시나마 기름진 손맛을 느끼는 일은 혈혈단신의 타향살이에 크나큰 위로였다. 물론 그 온정에는 대가가 따른다. 갈비찜으로 사.. 산문 - 필사 + 2016.01.30
동생을 업고 / 정성화 동생을 업고 정성화 화가 박수근의 그림 '아기 보는 소녀'를 보고 있다. 이마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른 단발머리에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소녀는 동생을 업은 채 해맑게 웃고 있다. 코가 둥그스름한 까만 고무신이 소녀가 입고 있는 무명치마와 어우러져 더욱 소박한 모습이다. 소녀는 어.. 산문 - 필사 + 2015.05.05
수필문학소고 / 김광섭 수필문학소고隨筆文學小考 김 광 섭 (金 珖 燮1905~1977) 시인. 문학평론가. 수필이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써지는 글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학보다 더 개성적이며 심경적이며 경험적이다. 우리는 오늘까지의 위대한 수필문학이 그 어느 것이나 비록 객관적 사실을 다룬 것이라 할지라.. 산문 - 필사 + 2015.02.20
어머니의 다섯 글자 / 최민자 어머니의 다섯 글자 최민자 친정 엄마는 아흔셋, 열여덟에 시집을 와 아흔여덟 아버지와 목하 76년째 해로 중이시다. 지금도 삼시 끼닛거리를 장만하고 얼룩얼룩한 꽃무늬보다 베이지나 보라색 옷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집 앞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오지 않.. 산문 - 필사 + 2015.02.17
글밥 / 김은주 .....중략.... 내게 글 쓰는 일도 밥 먹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잡다한 사건보다는 한 가지 사물 안에 철저히 녹아들어 그 바닥을 긁는 편이다. 그리고 바닥의 맛을 오래 음미한다. 오래 소재를 묵히다 보면 그곳에서 슬슬 단맛이 차올라오고 향기로운 냄새도 난다. 가끔은 내가 .. 산문 - 필사 + 2015.01.05
어떻게 쓸 것인가 / 루쉰 어떻게 쓸 것인가 - 루쉰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은 문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역시 문제다. 올해는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는데 특히 <망원>에 기고한 것이 적었다. 그 이유를 내 자신은 분명 알고 있다. 말하려니까 아주 우스워지지만, 이유는 바로 너무 좋은 종이때문이다. 때때로 .. 산문 - 필사 + 2014.02.19
토황소 격문 / 최치원 토황소討黃巢 격문檄文 지은이: 최치원 옮긴이: 손광성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 아무개는 황소에게 고한다.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정도正道라고 하는 것이오.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 아는 것을 권도權道라 한다. 슬기로운 사람은 이치에 순응하는 .. 산문 - 필사 + 2014.01.10
최인호 씨를 보내며 / 임철순 최인호 씨를 보내며 2013.09.27 임철순 작가 최인호 씨를 알게 된 건 1995년이니 지금부터 18년 전입니다. 당시 나는 한국일보 문화부장이었고, 그는 한국일보에 <사랑의 기쁨>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집필을 맡긴 경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작품에 대한 열정과.. 산문 - 필사 + 2013.09.27
냉면 / 류영택 냉면 류영택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바깥에서 형이 두드리는 소리다. 걱정이 된 모양이다. 일을 하다 말고 서둘러 답신을 보낸다. 탕 탕 탕. 정화조 차량 탱크 용접 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안과 밖, 형이 두드리는 망치질은 동생이 무사한지 안부를 묻는 것이고. 내가 두드리는 망치질은 .. 산문 - 필사 + 2013.08.19
아버지 / 김훈 아버지 김훈 아버지를 묻을 때 나는 육군에서 갓 제대한 무직자였다. 벌써 30년이 되었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다. 병장계급장을 달고 외출 나와서 가끔식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 산문 - 필사 + 201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