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 필사 + 96

골무 / 이어령

골무 - 이어령 인간이 강철로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대립을 이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칼과 바늘일 것이다. 칼은 남성들의 것이고 바늘은 여성들의 것이다. 칼은 자르고 토막내는 것이고 바늘은 꿰매어 결합시키는 것이다. 칼은 생명을 죽이기 위해 있고 바늘은 생명을 감싸기 위해 있다. 칼은 투쟁과 정복을 위해 싸움터인 벌판으로 나간다. 그러나 바늘은 낡은 것을 깁고 새 옷을 마련하기 위해서 깊숙한 규방의 내부로 들어온다. 칼은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을 하고 바늘은 안으로 들어오라고 호소한다. 이러한 대립항의 궁극에는 칼의 문화에서 생겨난 남성의 투구와 바늘의 문화에서 생겨난 여성의 골무가 뚜렷하게 대치한다. 투구는 칼을 막기 위해 머리에 쓰는 것이고 골무는 바늘을 막기 위해서 손가락에 쓴다. 남자가 전..

산문 - 필사 + 2009.12.16

<冊, 울다> 강표성 님 감상문

를 읽고 한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공감과 감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글중에서 두 가지 효과를 다 얻기는 어렵다. 공감의 문제가 해결되면 감동이 떨어지고, 감동은 있는데 소통의 관계까지 건너가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어떤 원로 선생님은 작품을 평하기 전에는 작가를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를 보면,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부분에서 찔리는 구석이 있다. 나는 노정숙 작가를 한 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활자를 통해서 작가에 대한 친밀감을 혼자 쌓아둔 것은 훨씬 전의 일이다. 어쨌든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작품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글이 평론에 미치지도 못할 뿐더러, 그럴 욕심도, 능력도, 없음을 미리 밝..

산문 - 필사 + 2009.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