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자기 / 챨스램 오래된 도자기 찰스램 나는 오래 된 도자기를 유난히 좋아한다. 여성적이라고 할 만큼 편벽된 애착 비슷한 것이다. 큰 집을 구경하게 되는 경우, 나는 도자기를 보관하는 진열장이 있는가를 먼저 알아보고 그 다음에야 화랑(畵廊)이 있는가를 묻는다. 이 좋아하는 순서에 대해 이유를 들어서 설명할 수.. 산문 - 필사 + 2010.09.06
스물과 쉰 / 장영희 스물과 쉰 장영희 오후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때는 어떤 개인 회사에서 인정받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친구는 벌써 5, 6년 전에 소위 ‘명퇴’를 당하고 그냥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하며 소일한다고 했다. “아직도 일하라면 잘할 수 있을 텐데 이제는 어디 가.. 산문 - 필사 + 2010.09.06
가을이면 앓는 병 / 전혜린 가을이면 앓는 병 전혜린 이 결별과 출발의 집념은 매년 가을이면 나에게 다가오는 병마이다. 가을처럼 여행에 알맞는 계절이 또 있을까? 모든 정을 다 결별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엷어진 일광과 냉랭한 공기 속을 어디라고 정한 곳 없이 떠나 버리고 싶.. 산문 - 필사 + 2010.09.04
목마른 계절 / 전혜린 목마른 계절 전혜린 오랫동안 나이를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지금 내 나이 이십구세. 그러니까 액년이다. 그러나 올해 나는 특별히 재앙이나 불행을 겪지 않고 지났다. 만성적 재앙으로 침체를 들 수 있을 뿐이다. 직업이나 모든 면에서 올해는 무발전의 해였다. 꽤 미신가인 나는 올해 초부터, 소위 아.. 산문 - 필사 + 2010.09.04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1 / 이윤기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1 이윤기 내 고향에는 “공부하는 놈과 저금하는 놈은 아무도 못 당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저금하는 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공부하는 놈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그것을 나는 써야 한다. 자화자찬의 기미가 역력하지만 1947년생에 어울리는 순정함으로 써야 한다.. 산문 - 필사 + 2010.08.29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2 / 이윤기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2 이윤기 학교와 불화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 학교와의 불화는 공부와의 불화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저금을 따로 하지 않는 나에게는 공부가 저금이다. 나는 《명심보감》에서 읽은 동악성제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철석같이 믿는다고 썼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 산문 - 필사 + 2010.08.29
루거를 불태우지 맙시다 / 이윤기 루거를 불태우지 맙시다 이윤기 미국의 어느 대학 도시 쇼핑센터에서 겪은 일입니다. 물건값 셈하려고 계산대 앞에 서자 아르바이트하는 남자 계원이 이러는 겁니다. 「오하요우 고자이마쓰?」 아니다, 임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니하오마?」 그것도 아니다, 임마…… 나는 또 고개를 가.. 산문 - 필사 + 2010.08.29
산불로 크는 나무 / 이윤기 산불로 크는 나무 -이윤기 북미대륙을 한 바퀴 돌아온 뒤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이거 혹시, 지혜열이 아닌가 싶네요. 아이들 키우면서 자세히 보니까, 저희들에게 벅찬 것 하나씩 익힐 때마다 아이들은 크고 작은 열병들을 하나씩 앓고는 하더군요. 이걸 지혜열이라고 한다는데, 내가 앓고 있는 것.. 산문 - 필사 + 2010.08.29
사람의 땅 / 이윤기 사람의 땅 -이윤기 어느 날 땅의 신이 새벽녘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합니다. 「지금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여유를 주겠다. 제각기 괭이를 하나씩 들고 빈 들로 나가 땅에다 세모가 되었든 네모가 되었든 동그라미가 되었든 금을 그어 각자 자기 몫의 땅을 차지하도록 하여라. 세모가 되었든 네모가 .. 산문 - 필사 + 2010.08.29
문간방 사람 / 손광성 문간방 사람 손광성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다. 문간방 저쪽은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면으로 괴로워한다. 밤에는 골목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일찍 잠들 수 없고, 아침에는 두부 장수의 요령 소리에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우유 배달부의 .. 산문 - 필사 + 201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