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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 자신의 전기에 이런 제목을 달아야 장엄한 죽음이 될 것 같다나. 의사가 난소암이라고 하니까, 당뇨는요, 하고 물어봤단다. 그건 없다니까, 아, 다행이다. 난소, 그건 옵션이야, 그건 없어도 사람으로 아무 지장이 없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이 위나, 장, 간, 폐 뭐 이런거잖아. 아쉬움, 그런거 없단다. 내 몸이 아프니까 사람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더란다. 아들을 생각해서 힘내라는데 그것마저도 귀찮더라고, 왜 그런걸 들이대냐고. 그래도 80까진 살지 않겠어, 그의 예상이 빗나갔다. 3월 22일, 그는 63세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치열한 예술가로, 자유인으로 살다가. 내가 70까지 잡았던 괜찮은 나이가 63세라도 괜찮겠다 싶다. 63세라면 몇 년 안 남았으니 정말로 치열하게, 그의 말처럼 악독하게 뭔가를..

놀자, 책이랑 2009.03.29

정원

친구의 새로 지은 작업실에 나무 심는 날이다. 소나무 3 그루, 배롱나무 5 그루,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수수꽃다리, 배나무, 감나무, 명자나무, 대추나무를 심고, 황철쭉, 철쭉 붉은색, 흰색, 무더기 무더기. 나무 팬스에 붙여 심은 사철나무, 그 사이에 드물게 심은 줄장미. 뒷뜰에는 진달래와 봄구절초, 이팝나무,.... 야생화 모판 2개를 화단 앞쪽에 심은 것으로 제법 정원의 폼이 갖추어졌다. 이번엔 넓은 마당의 3분의 2 이상을 보도블럭으로 깔았다. 지난번 작업실 흙마당 건사 때문에 땀 흘렸던 기억이 이번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보도블럭도 설치예술(?) 중 하나다. 화가가 모눈종이에 색깔 정해서 모양대로 깔아놓았으니... 아, 축대 위 화단에 철쭉을 심고 그 뒤로 산국화 씨앗도 ..

바통터치

아이들 신혼여행 사진은 낙원에 다녀온 듯, 여름나라로 가서 낙하산 달고 하늘을 날고, 산소통 메고 물 속 고기들과 노닐고, 그림같은 돛단배를 타고 망망 대해를 누비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도 둥둥 뜬다. 아이들이 집에서 하룻밤 자고 떠났다. 몸이 무겁다. 특히 눈이 무겁다. 이쯤에서 살짝 앓아주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떠나는 날 아침부터 아버님 표정이 심상치않다. 혈변이 나온다고 한다... 하루 경과를 보다가 응급실로 직행. 어머니에 이어 아버님이 바통터치를 했다. 입원해서 총점검에 들어갔다. 다행히 심각한 건 없단다. 아버님이 늘 하시던 말씀, "난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어머니 말씀, "늙은이들 아픈 건 하나도 겁 안난다. 니들 아플까봐 겁나지." 히.........

병원살이 시작

어머니를 대학병원에 입원시키고 24시간 간병인을 두고 돌아서는 뒷통수가 땡겼다. 동서와 자주 들릴 것이지만 이제 우리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병원 잠은 못 자겠다고 했다. 그러다 우리가 병 나면 큰일이 아니냐고... 어머니께 양해을 구했다. 처음엔 떨떠름한(?), 아니 불안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어제 동서네가 가고 오늘은 아들, 냄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어머니의 뽀얀 얼굴이 환하다. 간병인이 하는 말이 이 할머니를 바라보면 참 행복해진단다. 복 많은 할머니라며. 어머니도 너희들이 힘들게 하는 일을 이 아주머니는 힘 안 들이고 하는 것 같아 맘이 편하다고 하신다. 역시 전문가가 다르다고... 참 다행이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병원 생활도 괜찮을 듯 싶다. 어머니~ 중병이 걸려서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