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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을 다녀와서

온양 큰댁에 당숙님깨서 올해 90세로 먼길을 가셨다. 위독하다는 말씀 듣고 서울 병원에 오셔서 문병 다녀온지가 10 여년은 족히 되었는데, 이제사 돌아가신 거다. 온전히 자리 보존한 것이 4년 되었다고 한다. 내가 시집 가서 처음 아버님 사촌계에 간 것이 이, 온양 큰댁이다. 마당 넓은 한옥에 정갈한 음식하며, 두 분 인품이 참 좋아보였다. 그 후 집집마다 돌면서 치르던 아버님의 사촌계는 몇 해 지나 음식점으로 돌더니... 이젠 모두 연로하셔서 그만이 되었다. 91세인 당숙모님은 병수발로 기진하신 모습이었는데, 오늘 뵈니 맑은 얼굴이다, 어제부터 장례식장 바로 옆 방에서 잡숫지도 눕지도 않으신다. 앉아 계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품이 있으시다. 내가 손을 잡고 곁에 앉으니 가서 뭐 좀 먹으라며 등을 떠민다...

배운다

어제 거실에 앉아 마늘을 까다가 남편에게 부엌에서 대접을 하나 갖다 달라고 했다. 이 아자씨가 접시를 가져온다. 그거 말고 국 담아 먹는 그릇, 그러니까 이번엔 밥공기를 가져온다. 내참... 그릇이 다 그게그거 같다나... 며느리 한테 어제 일을 얘기하며 시아버지 흉을 보니 "아유 귀여우셔라" 이러는 거다. "오빠는요. 제가 밖에서 빨래 좀 널어달라고 하니까 세탁기에서 꺼내서 털지도 않고 척척 걸쳐놓은 거 있죠. 어찌나 귀여운지. " 내참... 우리 며느리는 '귀엽다'는 말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의심스럽다. "오빠는요~ " 이러면서 시작하는 제 남편 자랑은 듣기만 해도 흐믓하다. 이처럼 짜증내야할 일 조차도 귀엽다며 자랑(?)을 하니... 아직도 며느리 눈엔 콩깍지가 안 벗겨진 게다. 난 어머니한..

정치하지 마라

3주 만에 아들이 왔다. 신문에 나지않은 국회의사당 안의 소식을 듣는다. 주말도 없이 출근하고 밤을 새웠단다. 악법은 다음 선거에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데, 왠 난리인지....혀를 차는 내 말에.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놓으면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결국은 몸싸움으로까지 막아야 한다는 쪽도, 무조건 밀어붙어야 한다는 쪽도 모두 국민의 의식을 믿지 못하는 처사인 것이다. 같은 방 보좌관은 다리가 부러지고, 민주당 어느 보좌관은 얼굴을 40 바늘 꿰맸단다. 깡패가 따로 없다. 우리 국민들, 은근과 끈기의 올곧은 선비기질은 어디 갔는가. 국민 노릇도 어려운데,... 행여라도 너는 정치하지 마라.......많은 부모들이 했을 말을 나도 한다. 와중에도 내 컴에 영화를 잔뜩 넣어놓고 갔다.

순성원

중딩때 친구 순성이는 일찍이 꽃꽂이 사범이 되었다. 전시회를 으리으리하게 하던.. 그러던 친구가 10여 년 전부터는 야생화와 분재에 푹 빠졌다. 양재동에 공동하우스를 빌려서 수를 늘이더니 급기야 하우스 하나를 통째로 얻었다. 것두 우리집에서 가까운 도천지구에. 오늘은 묵은 친구인 미숙이 정순이랑 그곳에서 만났다. (아, 이름들 보니 시대상이 나오누만.) 나보고 하우스에 이름을 붙여 달라는데, 그냥 소박하게(?) 순성이의 화원이라는 뜻으로 이라 부르자고 했다. 너무 쉽게 정했나.ㅎㅎ 겨울남천 대나무 숲을 연상한다. 내 맘대루.. 석류나무 저기에 주먹만한 석류가 매달린다. 앞쪽은 비비추 여러가지, 뒤쪽은 철쭉 분재. 요건 복잡해서리... 철쭉분재, 사스끼라고 한다나.... 꽃 필 때 장관이었는디. 앵두 내가..

<冊, 울다> 강표성 님 감상문

를 읽고 한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공감과 감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글중에서 두 가지 효과를 다 얻기는 어렵다. 공감의 문제가 해결되면 감동이 떨어지고, 감동은 있는데 소통의 관계까지 건너가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다. 어떤 원로 선생님은 작품을 평하기 전에는 작가를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를 보면,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부분에서 찔리는 구석이 있다. 나는 노정숙 작가를 한 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활자를 통해서 작가에 대한 친밀감을 혼자 쌓아둔 것은 훨씬 전의 일이다. 어쨌든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작품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글이 평론에 미치지도 못할 뿐더러, 그럴 욕심도, 능력도, 없음을 미리 밝..

산문 - 필사 + 2009.07.14

글짓기대회

졸지에 대타로 글짓기대회 심사위원이 되었다. 요즘도 야외에서 그런 행사를 하고, 또 그곳에 초,중,고 학생들과 일반인이 300여명 참석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원고지 나눠주고 90분의 시간을 준다. 현장에서 마감한 것을 문화원에 가져와 즉석 심사를 한다. 초등생 글 중에는 아예 따라 온 엄마가 써 준 글, 고딩 글에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는지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엮은 글, 백일장은 현장에서 제시해 준 제목으로 써야하는 기본을 무시하고 엉뚱한 제목으로 써 낸 글... 참으로 가지가지다. 운문부 3명, 산문부 3명의 심사위원이 나누어 읽고, 각 부분에 10명 씩, 순위를 가린다. 장원 1명, 차상 2명, 차하 3명, 장려 4명. 총 수상자가 67명, 상금은 300여 만원.......참 풍성하게도 준다..

글쓰기

글쓰기 - 정현종 뭘 하느냐구요? 빛을 만들고 있어요. 어두워서, 자칫하면 어두워지니까. 나의 안팎 자칫하면 어두워지니까. '시가 있는 아침'에서 건졌다. 히야~ 내 안팎을 밝히기 위해 끄적거리고 있었던 거구나. 그런데 나는 과연 빛을 만들 수 있을까. 자칫하면 자기 연민이나 자아 도취에 빠지기 쉽지. 자칫하면 자기 기만도 가까이 있지. 자칫하면 어둠과 몸섞기도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자칫하면 배짱만 늘지.

놀자, 책이랑 2009.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