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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가을 - 이재무 검붉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겠다는 듯 들어올려진 생활에 거듭 삽날 들이대며 농성중인 가을 나는 저 분노한 가을이 쳐놓은 추억의 바리케이드 뚫고 나갈 재간이 없다 떠난 것들 힌꺼번에 몰려와 멱살 잡고 흔들 때마다 마음의 방에 가득 쏟아져내리는 검은 기억의 퇴적층 잦은 구토로 링거 꽂은 팔처럼 파랗게 여위어가는 영혼 아아, 누가 저 오래 굶주린 사나운 짐승의 고삐를 쥐어다오 * 이재무 시인다운 황량한 가을이다. 여전히 시니컬하다. 사나운 짐승이 내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요즘이다. 난 내 발톱에 이미 상처를 입고 있다. 서툴게 허둥대다 일이 날 것 같다. 긴 굶주림때문인가. 비발디- 사계 중 가을

놀자, 책이랑 2008.09.15

가을의 소원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은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가을의 소원이란 것이 별 게 아니구나. 언뜻 생각했다. 그러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게 아니다. 적막의 포로가 될 시간이 없다. 실속없이 동동거리는 것을 보면 한심할 때가 많지 않은가. 궁금한 걸 없애라니... 아침 저녁 국제전화에 매달려 안부를 전하고 묻고, 그래야 안심 하는 소심증에 걸렸는걸. 이게 젤루 어렵다. 호기심을 없앤다는 건 초탈, 아니면 포기상태인데. 아무 이유 없이 걸을 수는 있다. 안 그래도 밤산책을 하고 있는데.... 건..

놀자, 책이랑 2008.09.01

장하다, 생명

밤새 촛불 밝히고 기다렸는데 10시가 다 되어서야 소식이 왔다. 진통이 길어 무통으로 정상분만했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곁에 있어야 하는 시간에 그야말로 이역만리에서... 애만 타는 밤을 보냈다. 예정일 2주 당겨서 세상문을 열고 나온 새 생명, 이란 미국이름을 지었다고. 한국이름은 엄마가 지으라고.. 나는 착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무조건, 무차별 사랑의 포탄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한 생명을 온전히 감싸안을 수 있는 커다란 보자기를 펼치는 일이 아닌가. 흐믓한 미소만 지어야하는... 글쎄.. 태생적 덜렁끼에 속수무책의 환상은 우짜나... 어쨌건 지금은 감사, 또 감사다. Жанна Бичевская - Как по Божией горе

아무르강의 물결

"가난은 생각 속에 몸을 숨긴 다음에 돈지갑 앞에 굴복한다. 가난은 오만함을 가려주기도 하고, 재앙의 고통은 겉치레의 가면을 구할지도 모른다." -칼릴 지브란 뭔 소린지 접수가 안 되는데... 누가 좀 풀이해주면. 아무르강의 물결은 확 다가온다. 타지마할에서 내려다본 강이 아무르강이라고 했는데. 실개천 정도로 생각했던 그 강, 왠지 속이 허해지던 그 정경들이 그립다. 니나 코간의 '아무르강의 물결'

놀자, 책이랑 200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