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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노자도덕경 2 세상 사람이 모두 아름다움(美)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데서 추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참함을 착하다고 여기는 데서 착하지 못함이라는 관념이 나온다. 그러므로 유有와 무無는 서로 그 대립자로부터 생겨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채워 주며, 긺과 짧음은 서로를 분명히 해주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의논하며, 음音과 성聲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행동하지 않는데 의지하며 말없는 가르침을 계속한다. 만물이 그에 의하여 움직이는데도 그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물을 기르면서도 그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으며, 무엇인가 행동하면서도 그에 기대지 않고, 일을 해내더라도 그에 대해 경의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경의를 받..

놀자, 책이랑 2010.08.03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박경리

*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 '마지막 산문' 中에서 * 작가는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슬픔을 사랑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견디어야 합니다. * 스스로의 자유로운 정신에서 작가는 태어납니다. 재탕은 예술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정직하게 사물을 보세요. * 생각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또 배제합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자기 자신과 자주 마주 앉아보세요. 모든 창작은 생각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고를 할 수 없는 시간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놀자, 책이랑 2010.08.02

고비에서 시베리아까지

'말馬은 말語과 닮았다. 인생은 수만 마리 말語과 함께 달려야 하듯이 말馬을 타고 달리는 일은 자신의 말語+ 語을 아주 아껴야 하는 것이다. 말語의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시작했던 사랑이 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가 연필로 한 땀 한 땀 조각한, 내생의 지면에 씌어진, 시의 말굽에서 일어나던 먼 별의 먼지들.' - 중에서 김경주의 시집과 산문집을 같이 읽고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지명이다. 비얀고비를 너무도 안일하게 가로질러 봤고, 시베리아는 근처만 맴돌다 왔다. 한겨울 시베리아, 그는 내가 가지 못한 곳을 갔다. 한겨울 띵띵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순록을 타고 내달렸다. 가장 부러운 풍경이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나폴레옹을 쫓아 프랑스까지 진격한 젊은 청년 장교들은 서구의 ..

놀자, 책이랑 2010.07.30

옥수수 180개

우씨~ 옥수수를 90개 시켰는데 180개가 왔다. 택배 착오라나... 그냥 먹으라 해도 부담스러운데 돈까지 또 내란다. 겨우 택배비 깍아주면서. 우짜겠나. 운전 안하는 냄편 뫼시러 온 친구한테 한 박스 앵기고, 껍질을 까면서 보니 껍질째 주는 건 실례다. 냄편이 10개 정도 까고는 못하겠단다. 껍질까는데 온몸이 뒤틀린다. 껍질깐 것으로다 나누기도 하고, 쪄서 나누기도 해서 절반은 풀고, 옥수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어머니와 친구를 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여 놓았다. 한 박스 분량을 담아 들고 친구 없는 작업실에 가서 그곳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 마당에 한창 열린 블루베리를 따먹고, 상추, 쑥갓도 따고, 연한 당귀잎도 땄다. 아랫마당에 흐드러진 도라지꽃도 뚝뚝 한웅큼 꺾었다. 무릎수술하고 있는 다른 친구네..

미친~~

다 저녁에 문득, 시어골 친구에게 갔다. 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로 만든 셀러드, 그 위에 당귀꽃을 뿌렸다. 독특한 향에 먼저 취했다. 나를 위해 매콤하게 만들었단다. 약콩이 절반인 밥, 앙증맞은 모양새에 톡톡 터지는 것이 구수하기까지 하다. 러시아식 토마토 스튜는 처음엔 밍밍했는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빗방울이 깃드는 한밤에 꽃들이 지천인 마당에서 먹은 저녁은 환상, 그 자체다. 마당 가운데는 키 큰 노란 백합이 그 진한 향으로 압도하고, 식탁 앞에는 꽃을 떨군 매발톱꽃이 씨앗주머니를 여물게 매달고 있다. 상추, 쑥갓, 샐러리, 고추, 호박, 토마토, 먹거리가 한켠에 있고, 납작 엎드린 아주가는 준비 자세다. 장미, 으아리, 산수국이 한창 이쁘다. 음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제맘대로 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