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559

고비에서 시베리아까지

'말馬은 말語과 닮았다. 인생은 수만 마리 말語과 함께 달려야 하듯이 말馬을 타고 달리는 일은 자신의 말語+ 語을 아주 아껴야 하는 것이다. 말語의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시작했던 사랑이 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가 연필로 한 땀 한 땀 조각한, 내생의 지면에 씌어진, 시의 말굽에서 일어나던 먼 별의 먼지들.' - 중에서 김경주의 시집과 산문집을 같이 읽고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지명이다. 비얀고비를 너무도 안일하게 가로질러 봤고, 시베리아는 근처만 맴돌다 왔다. 한겨울 시베리아, 그는 내가 가지 못한 곳을 갔다. 한겨울 띵띵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순록을 타고 내달렸다. 가장 부러운 풍경이다. 러시아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나폴레옹을 쫓아 프랑스까지 진격한 젊은 청년 장교들은 서구의 ..

놀자, 책이랑 2010.07.30

옥수수 180개

우씨~ 옥수수를 90개 시켰는데 180개가 왔다. 택배 착오라나... 그냥 먹으라 해도 부담스러운데 돈까지 또 내란다. 겨우 택배비 깍아주면서. 우짜겠나. 운전 안하는 냄편 뫼시러 온 친구한테 한 박스 앵기고, 껍질을 까면서 보니 껍질째 주는 건 실례다. 냄편이 10개 정도 까고는 못하겠단다. 껍질까는데 온몸이 뒤틀린다. 껍질깐 것으로다 나누기도 하고, 쪄서 나누기도 해서 절반은 풀고, 옥수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어머니와 친구를 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여 놓았다. 한 박스 분량을 담아 들고 친구 없는 작업실에 가서 그곳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 마당에 한창 열린 블루베리를 따먹고, 상추, 쑥갓도 따고, 연한 당귀잎도 땄다. 아랫마당에 흐드러진 도라지꽃도 뚝뚝 한웅큼 꺾었다. 무릎수술하고 있는 다른 친구네..

미친~~

다 저녁에 문득, 시어골 친구에게 갔다. 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로 만든 셀러드, 그 위에 당귀꽃을 뿌렸다. 독특한 향에 먼저 취했다. 나를 위해 매콤하게 만들었단다. 약콩이 절반인 밥, 앙증맞은 모양새에 톡톡 터지는 것이 구수하기까지 하다. 러시아식 토마토 스튜는 처음엔 밍밍했는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빗방울이 깃드는 한밤에 꽃들이 지천인 마당에서 먹은 저녁은 환상, 그 자체다. 마당 가운데는 키 큰 노란 백합이 그 진한 향으로 압도하고, 식탁 앞에는 꽃을 떨군 매발톱꽃이 씨앗주머니를 여물게 매달고 있다. 상추, 쑥갓, 샐러리, 고추, 호박, 토마토, 먹거리가 한켠에 있고, 납작 엎드린 아주가는 준비 자세다. 장미, 으아리, 산수국이 한창 이쁘다. 음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제맘대로 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