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친정이라는 것

칠부능선 2010. 8. 1. 11:53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게 친정이 없어진줄 알았다. 그냥 가벼워졌다고 생각했다.

겨우 명절때만 찾아보았다.

지금은 엄마랑 살던 큰오빠가 아들네 가까이로 이사를 하고 셋재오빠가 그 집에서 산다.

이제는 엄마 살던 집에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큰 조카를 중심으로 모인다.

큰조카가 이곳에 들어오면(절반을 외국에서 산다)  가끔 고모 놀러오라고 해서 약속을 정하면 제 엄마와 동생네와 삼촌까지 부른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간다.

그래서 어제 또 15명이 모였다.  조카의 별장 옆에 송어횟집이 생겼다는 것이 핑계다.

송어회에 막걸리, 닭백숙까지 먹고...

 

 

제대로 살아줘서 고마운 큰조카.

잔디 깎는 일이 서툴러서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엔 칼날이 돌에 부딪쳐서 기어이 휘어져 버렸단다.

깎다 만 머리처럼 잔디밭이 우습게 되었다.

 

 

 

세째오빠와 한잔하고는 정직한 얼굴이 된 세째 조카.

말이 없던 조카가 어제는 국방부 헌병시절 이야기로 우리를 많이 웃겨주었다.

덩치는 작아도 이 안긴 녀석이 제일 어른이다 

 

 

 

 

나한테 고모할머니라고 부르는 큰조카의 딸.

이 안긴 녀석이 가수다 . 노래하라면 목을 길게 빼고 '크르응 우르르~~' 박자를 맞춘다. 

 

  

 

지난 번에 없던 개집을 근사하게 새로 지었네.

개를 좋아하는 조카가 개들이 맘껏 뛰어놀라고 마련한 별장이다.

이 녀석을 풀어놓으니 마구마구 동네를 휘졌고 다녀서 사건이 줄을 잇는단다.

옆집 개를 물어서 치료해 주고, 싹싹 빌었단다.

예방주사 맞히려 병원에 가니 수의사가 사람한테 맞은 기억이 있다고 한단다.

그래서 알아보니 맨 윗집 마당에 들어갔다가 고약한 주인에게 걸려서 많이 맞았단다.

돌담만 있던 담장에 하얀 팬스로 높였는데도 그것마저 훌쩍 뛰어넘어서 지금은 묶어놓았다.

밖에서 사는 큰 녀석이 두 마리다. 

 

 

 

작은 아이들은 물총놀이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시어머니 친정나들이에 방실방실 웃으며 따라온 내 이쁜 며느리.

하긴 나도 시어머니의 친정나들이를 지금도 뫼시고 다니지만...

 

 

어제 직장일로 광주까지 문상갔다가 첫차로 올라와서,

 또 집에 와서 우리를 뫼시고(?) 온 착한 아들,

 

 

칠십이 훌쩍 넘은 올케언니, 아들만 셋이다. 딸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언니는 여전히 맘씨좋은 멋쟁이다. 

지난번 중딩때 친구들을 만나니 하는 소리가 우리집에 오면 올케언니가 그렇게 잘 해 줬단다. 우리 엄만 이미 할머니였고...  그땐 철없어서 몰랐는데, 세월지나 생각하니 참 고맙단다.

난 언니를 보면서 시집 식구들과는 자연스럽게 같이 사는 것이라고 알았다.

언니의 저 헤어스타일,  나처럼 부스스한 때가 한 번도 없다. ㅋㅋ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없어도 장모님을 느끼고 온다는 냄편.

세상에 천사는 장모님이라고 했던 냄편이다. 그의 하나뿐인 딸은 백 분의 일도 안 닮았다고 하면서.

사실, 난 땅에서 사는 천사가 싫다.

내가 천사 노릇하는 건 더 싫다.

 

 

친정에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큰오빠는 요양원에 가 있고, 집 가까이에 있어 자주 가보기는 한다지만 맘에 걸린다. 나는 아직 못가 보고 오빠를 집에 모시고 올때만 가 본다.

44살이 된 둘째 조카가 3급 정신장애자다. 군대가서 많이 맞아서 시작된 병이다. '퇴행성치매'라고.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다 큰 어린아이다. 이 아이도 착하긴 해서 시설에 안보내고 집에 있다. 오늘도 내게

천진한 얼굴로 고모, 나두 결혼하고 싶어요.그런다...

 

그런저런 걱정이 있지만 늘 산뜻한 건 언니다.

여자에게 친정이라는것이 고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잊고 사는, 자주 찾아보지는 않아도 늘 가슴 속에 있는 배경. 나를 키운 바람과 햇살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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