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喪家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칠부능선 2009. 4. 11. 18:52

 

 

  喪家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당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 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나무의 치매 / 박라연  (0) 2009.04.17
가을 저녁 / 이면우  (0) 2009.04.11
목련 / 안도현  (0) 2009.04.11
지평선 / 김혜순  (0) 2008.07.29
삽 / 정진규  (0) 200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