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배나무의 치매 / 박라연

칠부능선 2009. 4. 17. 17:22

 

   배나무의 치매

    - 박라연

 

 

  어제까지는

  양조장집 마나님이시다가

  오늘부터는 밥벌이에 나서느라

  종일 지체가 구겨져도

  부도난 가계(家系)의 팔다리와

  이 방 저 방

  문창호지 속까지 배꽃을 피워내

  식구들의 남루한 잠을

  달게 달여주시던

  내 어머니

 

  너무 오래 꽃 피우다

  눈엣가시가 된 듯,

  허허롭다

 

  보호 시설 앞마당으로는

  옮겨 앉지 않으려고

  땅벌레처럼 내다 팔 영혼을

  온종일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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