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이며 갈증 메타수필 - 나의 수필창작법 샘물이며 갈증 노정숙 수필을 처음 대할 때 그는 내게 ‘샘물’이었다. 생각과 겪은 일을 누구에게 이르듯 맹렬하게 쏟아놓았다. 20년 가까이 쓰면서 책 네 권을 묶고 나니 수필은 내게 ‘갈증’이 되었다. 갈증은 두려움과 침잠의 욕구를 가져왔다. 더 진중하.. 수필. 시 - 발표작 2018.03.24
애인 애 인 노정숙 오늘은 세 번이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애인과 매일 화상통화를 했는데 어느 날부터 딱, 정색을 하며 앞으로 화상통화하기 싫다고 했단다. 한동안 잠잠했다. 보고픈 마음이 더 강했던지 서운함은 스스르 무너지고 짬만 나면 전화를 해댄다. 하긴 자꾸만 보고 싶.. 수필. 시 - 발표작 2018.03.07
도동서원에서 그를 생각하다 도동서원에서 그를 생각하다 노정숙 제17회 수필의 날 행사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행사를 성대히 마치고 다음날 3호차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도동서원이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서원 입구에서 수령 4백 년의 은행나무를 만난다. 거대한 은행나무는 가지.. 수필. 시 - 발표작 2017.09.24
폭탄의 어머니 폭탄의 어머니* 노정숙 어머니 넘쳐흐르는 젖을 동여매고 어르고 달래던 천 개의 손을 거두셨네요 삼지사방 돌아보던 만 개의 눈마저 질끈 감아버리셨군요 어머니 부의 세례를 받고 선망과 눈총 사이사이 뼈를 심고 살을 품어 나날이 부풀어 오르던 몸을 푸셨군요 이제 그냥 맘껏 민낯을.. 수필. 시 - 발표작 2017.09.07
봉과 왕 봉과 왕 노정숙 가끔 가는 식당에서 번개모임을 했다, 낮술을 한잔하며 시킨 해물숙주볶음이 접시바닥에 착 까부라진 채 한쪽으로 쏠려서 나왔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후배가 나섰다. 2만 5천원짜리 안주가 이건 아니라고 항의를 했다. 잠시 후 새로 만든 숙주볶음이 제대로 된 모.. 수필. 시 - 발표작 2017.09.07
중세의 골목 중세의 골목 노정숙 몰타의 옛 수도 엠디나는 거대한 성벽이 첫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요새의 외벽이 벗겨져 화석처럼 켜를 이루고, 성벽 아래는 포탄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황색 석회암 건물들이 그림으로 보던 중세의 모습 그대로다. 네모진 돌이 쪽고르게 깔린 거리는 미끈하고.. 수필. 시 - 발표작 2017.06.12
푸르고 푸른 몰타 푸르고 푸른 몰타 노정숙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 이곳에서는 ‘말타’라고 한다. 늦게 도착해서 숙소의 창문을 여니 가까이에 널찍한 돌로 쌓은 요새 같은 성벽이 마주 보인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답다. 석회암 건물 위로 본 하늘은 푸르고 푸르다. 성당 앞 노천카페와 화려하지 않.. 수필. 시 - 발표작 2017.05.19
[스크랩] 몸 - 노정숙 몸 노정숙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굴이 하얀 의사는 살짝 미소까지 띠며 말한다. 지금 내 심장의 상태는 빈혈이 심해서 내가 편히 누워있을 때도 100미터 달리기 중이라고 한다. 내 혀가 달큼한 유혹에 노닐고 내 눈이 깜빡 즐거움에 빠진 시각에도 심장은 저 홀로 숨이 가빴던 것을 왜 알아.. 수필. 시 - 발표작 2017.04.02
청춘과 꼰대 청춘과 꼰대 노정숙 오래 전, 셋째오빠는 아버지가 없을 때 아버지를 ‘꼰대’라고 칭했다. 어렸던 나는 왠지 면구스러웠고 나이가 들면 모두 꼰대가 되는 줄 알았다. 문화예술비평지『창』에서 꼰대마인드가 나라를 망쳤다는 비평문을 읽으며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걸 보니 나도 꼰대가 .. 수필. 시 - 발표작 2017.03.26
아무래도 나는 <그림이 있는 수필> 아무래도 나는 노정숙 광장에 물결이 일렁인다. 가까이 할 수 없는 물결들이여, 늙어도 청춘은 노란빛 파도를 타고 젊은 노인은 고래의 깃발을 올린다. 태극기가 펄럭이면 촛불이 꺼진다. 촛불 자락에 태극기가 불탄다. 나는 이쪽저쪽 좋은 것을 찾아 팔랑팔랑 귀.. 수필. 시 - 발표작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