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폭탄의 어머니

칠부능선 2017. 9. 7. 23:00

폭탄의 어머니*

노정숙

 

 

어머니

넘쳐흐르는 젖을 동여매고

어르고 달래던 천 개의 손을 거두셨네요

삼지사방 돌아보던 만 개의 눈마저

질끈 감아버리셨군요

어머니

부의 세례를 받고

선망과 눈총 사이사이

뼈를 심고 살을 품어

나날이 부풀어 오르던 몸을 푸셨군요

이제 그냥

맘껏 민낯을 드러내세요

펑펑 깨뜨리고 부숴버리세요

뭉개뭉개 마구 번지는 버섯구름꽃에

납작 엎드려 두 팔을 들겁니다

아무리 땅속 깊이 숨어들어도

어머니, 당신 앞에선 소용없다고

암요, 그럼요. 누런 잇바디를 드러내고

힘껏 웃어주세요

 

 

 

* 미국의 공중폭발대형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 bomb)의 약자 MOAB를 본뜬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

 2003년 이라크공습을 앞두고 투하 실험을 벌여 이라크군을 위협했다. 2017년 4월 13일 아프가니스칸 이슬람국가 근거지에 투하,

처음 실전에 사용했다.

 

 

<한국작가> 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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