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보고서 중간보고서 노정숙 건강검진을 받았다. 난생 처음, 억지 잠을 자며 내 위속을 들여다보았다. 30분도 채 안 되어 깨어나서 멀쩡한 얼굴로 의사 앞에 앉았다. 오래된 축음기의 나팔 같은 것을 모니터로 보여주면서 설명을 한다. 지렁이가 지나간 고랑을 닮은 붉으죽죽한 물체가 내 위란다. .. 수필. 시 - 발표작 2016.02.16
솔직히 말하지 마라 短수필 솔직히 말하지 마라 노정숙 “진짜 음치다.” 어느새 남편이 얼굴을 내 코앞에 대고 하는 말이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나 보다. 간 크게 직구를 날릴 건 뭔가. 흥얼거리던 노래가 ‘님은 먼 곳에’라서는 아닐 텐데. 내가 노래 못하는 건 나도 안다. 그렇다고 흥까지 없으랴. 그는 .. 수필. 시 - 발표작 2015.12.10
터널 외 오래된 부부 노정숙 전화가 오면 멀리 나가는 남편, 내가 몰라야 하는 통화 내용이 무엇일까. 내 잔소리 버릇 때문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잔소리 할 의욕도 없으니 다행이다. 저무는 계절에 다시 신세계가 열리려나. 아무도 모른다 오른손잡이라서 골병들 게 일한 .. 수필. 시 - 발표작 2015.12.02
겨울, 겨우살이 노정숙의 <바람, 바람> 8 겨울, 겨우살이 겨우살이, 사철 내내 붙어 살 궁리만 한다. 땅에 뿌리를 박고 필사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건 어미나무의 일이다.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억울하고 원통한 건 숙주의 숙명이다. 그녀의 겨울이다. 곱디곱던 그녀, 맛없는 시간을 자꾸 먹.. 수필. 시 - 발표작 2015.11.25
그들은 신인류 그들은 신인류 노정숙 그들은 태중胎中에서부터 교육을 받는다. 자연스러운 교육이 아닌 의도된 교육이다. 정서 안정을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정신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요가의 흐름도 익힌다. 글로벌 시대에 대비해서 영어 동화를 듣는다. 형편이 되면 시야를 넓혀준다며 휴양지.. 수필. 시 - 발표작 2015.11.11
춤추는 가을 노정숙의 <바람, 바람> 7 춤추는 가을 가을 들녘에 춤판이 벌어졌다. 고개 숙인 벼이삭 슬렁슬렁 블루스를, 탐스런 수크렁 멀리 가까이 오가며 왈츠 한창이다. 서걱서걱 수수밭 숨결마다 각 세우는 탱고며, 잘 여문 해바라기 늠실늠실 플라맹고까지. 흥대로 머리 맞대고 바람에 몸 맡겨.. 수필. 시 - 발표작 2015.08.18
음주의 변辯 테마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음주의 변辯 노정숙 한잔 하면서 저녁을 먹는다. 속이 비어서인지 따끈한 사케 석 잔에 취기가 온다. 오랜만에 발동이 걸려 노래방을 거쳐서 라이브 카페까지 갔다. 일 년에 몇 번 가동되는 풀코스다. 살짝 취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 실실 웃음이 나온.. 수필. 시 - 발표작 2015.07.07
여름, 서럽게 운다 노정숙의 <바람, 바람> 6 여름, 서럽게 운다 폭염이 대지를 달구면 다급하게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울창한 여름 숲에 들면 그 소리 자지러진다. 자진모리로 가쁜 숨을 헐떡이다 중중모리 몰아쉬다 중모리를 거쳐 진양단장 긴 울음으로 천지를 휘감는다. 츨츠르오씨 밝고 화려한 플루.. 수필. 시 - 발표작 2015.05.24
종 종 노정숙 ‘땅콩녀’ 얘기를 들으니 땅콩보다 엄청 큰, 종이 떠오른다. 유신시절 그녀의 할아버지가 불국사에 걸어놓은 신종이다. 그 종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한진그룹 조중훈 올림’이라는 명문이 새겨있었다. 에밀레종의 반의 반만 하다는 종은 두께가 고르지 .. 수필. 시 - 발표작 2015.03.09
봄비를 마시자 노정숙의 바람, 바람 5 봄비를 마시자 입춘에 내리는 빗물을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군대에 가서 오지 못하고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다른 나라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할 아니, 뒤이을 어여쁘고 튼실한 아이를 만들자. 그리하여 지금부터 제.. 수필. 시 - 발표작 2015.02.21